|
4일 서울 구로구 지오라이트 본사에서 만난 최상석(62) 대표는 반사원단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해 매출 340억원 중 122억원을 수출을 통해 올린 지오라이트는 반사원단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세계 시장 점유율 5위를 달리고 있는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반사원단은 작은 유리 구슬을 옷이나 플라스틱 등에 덧붙여 제작한다. 어두운 곳에서 빛을 반사하는 특징이 있어 작업복·소방복·경찰복 같이 안전이 필수인 직업군의 옷과 등산복·축구유니폼 등 레저스포츠복은 물론 차선규제봉 등에 주로 쓰인다.
최 대표가 의류업에 종사하게 된 것은 가족의 영향이 컸다. 서울에서 가방 무역회사를 운영하던 형을 따라 그의 사회생활이 시작됐다. 하지만 영어에 서툰 최 대표는 무역회사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그가 영어를 위해 택한 곳은 호텔리어와 노점이다. 최 대표는 “영어가 필요해 광장동 워커힐 호텔 종업원으로 취직했다”며 “밤에는 남대문에서 액세서리를 떼다가 이태원 노상을 돌며 외국인에게 팔았다”고 회고했다.
88올림픽을 기점으로 국내 가방업체들은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 특히 베트남 등지로 생산기지를 옮겼다. 서흥양행 또한 이들을 따라 베트남 공장을 연다. 하지만 이 일이 최 대표에겐 오히려 독이 됐다. 그는 “당시 국내 공장도 같이 운영한 터라 베트남에 온전히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며 “사람 관리를 제대로 못하니 품질은 엉망이고 불량이 속출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래선 안 되겠다’고 느낀 최 대표는 과감히 베트남 공장을 정리한다.
회사명을 바꿔야 할 정도로 난관이었던 반사원단 국산화
새로운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최 대표 눈에 들어온 것은 의류 프린트였다. 가방에 사용했던 기술을 옷에 적용한 것이다. 국내 업계 최초 시도했던 이 프린트 기법은 ‘히트’를 쳤다.
최 대표는 1997년 회사 이름을 메가라이트로 바꾸고 3M이 독식하고 있던 반사원단 제조분야에 직접 뛰어든다. 사업 초기에는 회사 이름을 다시 바꿔야 할 만큼 반사원단 사업은 생각보다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최 대표는 회사명을 지오라이트로 바꾸고 오직 ‘품질’에 집중한다. 이 덕에 현재 지오라이트 제품의 불량률은 0%에 가깝다. 그는 “제품 출시 권한은 품질관리팀에 있다”며 “제가 출시를 허락해도 품질관리팀을 통과하지 못하면 제품을 세상 밖에 내놓지 못한다”고 말했다.
|
지오라이트의 올해 매출액 목표는 지난해보다 60억원 가량 늘어난 400억원. 최 대표는 사업 성공의 비결로 “제 자신이 의류전공자나 기술자 출신이 아니다 보니 소비자 측면에서 제품을 보는 경향이 있다”며 “각종 전시회를 수없이 다니며 개발자가 아닌 소비자가 만족하는 제품을 찾으려 지금도 노력하다 보니 저절로 제품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