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th SRE][Worst]압도적 1위 아시아나..`매각`에 쏠린 시선

  • 등록 2019-05-15 오전 6:41:14

    수정 2019-05-15 오전 9:26:58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워스트레이팅(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은 기업) 단골손님이던 아시아나항공(020560)과 아시아나(색동이)ABS가 29회 신용평가전문가설문(SRE:Survey of creditRating by Edaily)에서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지난 4월 2일부터 8일까지 29회 SRE 설문조사 기간엔 아시아나항공 감사의견 변경(한정→적정) 이슈가 지배하며 시장의 우려가 고조되던 시기다. 신용평가사 3곳은 ‘한정’ 감사의견이 나온 3월 22일 일제히 등급하향 워치리스트에 올렸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이 내놓은 자구계획과 박삼구 회장 경영권 퇴진 카드도 먹히지 않았다. 결국 핀치에 몰린 박삼구 회장은 4월 15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아시아나항공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1조원대 ABS가 결국 매각의 ‘트로이 목마’가 됐다는 평가다.

라이선스업인 항공업에 있어 국내 두번째 대형항공사의 매물 등장에 시장은 환호했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크레딧 업계에서도 아시아나 매각 결정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근본적인 경쟁력과 지배구조 변경에 따른 인수자의 지원 가능성 등에 대해선 좀 더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년전부터 10위권내…6개월전 대비 3~4배 ‘쑥’

아시아나항공은 26회 SRE(2017년 10월 설문)에서 18표(11.4%)를 얻어 워스트레이팅 8위에 올랐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장기 신용등급은 ‘BBB(부정적)’이었다. 이미 2016년 말 ‘BBB+’에서 ‘BBB’로 한 단계 강등됐지만 시장에선 ‘BBB-’가 적정하다는 평가가 나왔던 것이다. 다만 당시 아시아나항공ABS는 워스트레이팅 40곳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27회 SRE(2018년 4월 설문)부터 아시아나항공과 아시아나항공ABS는 나란히 16%(30표), 14.9%(28표)를 각각 득표하며 5, 6위에 랭크됐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28회 SRE에선 아시아나항공 12.3%(22표), 아시아나항공ABS 11.7%(21표)로 9위와 공동 10위로 소폭 밀려나기도 했지만, 이번에 압도적인 득표율로 1,2위에 올랐다. 지난회엔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자산매각 등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추세였던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9회 SRE에서 응답자 180명중 아시아나항공과 아시아나항공ABS의 등급이 적정하지 않다고 꼽은 비율이 각각 38.3%(69표), 27.2%(49표)에 달했다. 이들은 단 1명을 제외하고 아시아나항공과 ABS의 신용등급이 현재보다 낮아져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크레딧 애널리스트 응답비율은 각각 46.1%(24표), 37.3%(17표)로 전체 평균에 비해 10%포인트 가량 더 높았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BBB-’등급에 하향검토 워치리스트에 올라 있다. 아시아나항공ABS는 이보다 2단계 높은 ‘BBB+’ 하향검토 워치리스트다.

SRE 자문위원은 “매각 결정이 나기 전 설문 결과이긴 하지만, 크레딧 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지배적”이라며 “매각을 진행하면서 ABS 차환 리스크는 잦아들었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지속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참가자 61%, ABS 유동성 리스크 시장에 가장 큰 영향

1조1000억원을 웃도는 아시아나항공 ABS는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실제 이번 SRE설문에서 향후 발생한다면 시장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줄 크레딧 이벤트를 묻는 질문(택2)에 ‘아시아나항공 ABS 조기상환 리스크’가 가장 많이 꼽혔다. 180명의 응답자중 110명(61.1%)이 아시아나항공의 1조원대 ABS 조기상환 유동성 리스크에 체크했다. 뒤를 이어 증권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리스크(98명·54.4%), 현대차·기아차 등급하향 현실화와 이에 따른 리스크(73명·40.6%), 두산그룹 유동성 리스크(43명·23.9%), 롯데쇼핑의 신용등급 하향과 유통업체 구조변화에 따른 리스크(35명·19.4%) 순이었다.

SRE 자문위원은 “아시아나 ABS의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되면 미래 발생할 매출채권을 ABS투자자가 먼저 가져가는 구조가 된다”며 “월급에 압류가 들어가는 것과 같아서 채권단이나 인수자가 돈을 넣어도 재무구조 개선에 쓰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처음부터 ABS로만 자금을 조달했던 것은 아니다. 2016년 ‘BBB+’를 정점으로 등급 하향이 잇따랐고, 시장에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점차 ABS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총차입금대비 ABS(유동화증권 차입금) 비중은 2015년 19%(8358억원)에서 지난해말 36%(1조1417억원)까지 높아졌다. 반면 총차입금대비 회사채 비중은 2015년 22%(9857억원)에서 지난해말 7%(2233억원)로 뚝 떨어졌다. 심지어 4월 25일 600억원 회사채 만기도래로 인해 공모 회사채(BBB-)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하루전에서야 공시 사모사채 10억원을 발행하며 ABS 조기상환 무등급 트리거를 피해가기도 했다.

이처럼 ABS에 치우친 자금조달로 인해 트리거가 발동된다면 실제 지속가능한 영업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 증권사 크레딧 관계자는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되면 비행기를 띄우더라도 매출의 65%가 ABS투자자에 들어간다”며 “35%만으로 비행기를 띄울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실제 항공사 연료비는 매출의 30% 수준으로 인건비, 정비료, 공항이용료 등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ABS는 아시아나항공에 비해 신용등급이 2단계 높은 ‘BBB+’인 부분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크다. ABS 등급이 기업 신용등급에 비해 2단계 더 높은 것은 장래매출채권에 대한 상당규모(5배 이상)의 초과담보를 가지는 데다 영업만 지속된다면 회수에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될 경우 발생하는 매출채권에서 ABS 원리금 상환을 우선적으로 하도록 돼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무보증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졌고, 결국 아시아나항공은 손쉬운 ABS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며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규모가 유동화돼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SRE 자문위원은 “아시아나항공의 ABS 비중이 30%수준을 넘어가는데 그래도 회사채 대비 2단계가 높은 게 맞느냐는 논란이 있다”며 “ABS 조달이 30~40%를 넘어간다면 신용등급을 1단계 낮춘다든지 하는 적절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산은에 대한 신뢰? vs 계속기업 가치 충돌

이처럼 ABS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지만, 시장에선 매각을 이끄는 채권단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믿음이 크다. 실제 채권단은 시장 예상보다 많은 1조6000억원의 대규모 자금지원을 결정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4월 16일 “아시아나항공은 자회사들과 일괄매각이 바람직하고, 매각기간은 최소 6개월이 소요될 것”이라며 “자금지원 규모는 시장 신뢰를 얻을만한 수준일 것이고, 그러면 기존 투자자들이 ABS 등 고금리 채권을 굳이 회수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꼭 일주일 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1조6000억원을 투입해 자본을 확충하고 유동성 문제를 해소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채권단은 영구채 5000억원 매입, 크레디트 라인(한도대출) 8000억원, 보증한도 3000억원 등을 지원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7대 3의 지원비율을 확정했고,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3일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한 영구전환사채(CB) 4000억원 발행을 공시했다. 만기 30년인 이 CB의 금리는 연 7.2%다. 2년뒤 아시아나항공은 콜옵션을 행사해 조기상환할 수 있다.

이처럼 산업은행이 당장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영구채 발행 지원에 나선 것은 당장 영업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 부분이 크고 부채비율을 적정수준에서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특히 올해부터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6)에 따라 항공기 운용리스를 부채로 계상해야 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운용리스 비중이 61%로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영향이 크다. 아시아나항공은 회계기준 변경시 부채비율이 약 203%포인트, 차입금의존도는 12%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한기평은 추산했다. 신평사측은 산업은행이 5000억원 규모 자본확충에 나설 경우 운용리스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부채비율 상승분정도를 되돌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연결 부채비율은 650% 수준이다.

SRE 자문위원은 “일부에선 인수자의 적절한 증자규모가 1조원이상은 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산업은행의 대규모 지원은 (인수자의) 추가적인 (대규모) 자본확충 가능성에 대한 복선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순손실’…아시아나 누구 품에?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는 2015년을 최악으로 다소나마 개선되는 추세다. 다만, 지난 3월 감사의견이 ‘한정’에서 ‘적정’으로 바뀌며 지난해 순손실 규모가 2배이상 커졌다. 별도기준 영업손실 350억원, 순손실 962억원(연결기준 영업익 350억원, 순손실 1959억원)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2015년 1392억원(연결기준) 이후 3년만으로 손실 규모는 더 확대됐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총차입금은 2015년 5조3476억원을 정점으로 우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부채비율 역시 2015년 991.2%에서 지난해말 649.3%로 낮아졌다.

그러나 2016년이후 국제선 여객 점유율이 20% 미만으로 하락하는 등 경쟁지위가 점차 저하되고 있다. 그 결과 수익성 지표인 매출대비 EBIT(영업이익) 비율은 2015년 0.8%의 절반인 0.4%에 그쳤다. 매출액은 2015년 5조5407억원에서 지난해 7조1834억원으로 29.6%(1조6427억원) 증가했지만,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차감전영업익)은 4719억원에서 5626억원으로 19.2%(907억원) 늘어나는데 그친 영향이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5조3476억원(2015년)에서 3조4402억원(지난해)으로 2조원 가까이(35.7%) 감소했다.

이강서 NICE신평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적극적인 자산매각 등으로 차입금이 줄긴 했지만, 적정의견 재부여 과정에서 영업실적과 재무안정성 수치가 저하됐다”며 “한정 감사의견으로 자본시장내 신뢰도가 하락하고, 신규자금 조달 제약이 커지면서 차입금 상환능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어찌됐건 라이선스업인 항공업 특성상 국내 대기업들이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화(000880)를 비롯해 CJ(001040), SK(034730), 애경산업까지 물망에 오른다.

누가 가져가든지 아시아나항공의 사업구조상 큰 시너지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이 지배적이다. LCC와 60%이상 중복되는 중단거리 노선 등 사업 경쟁력 저하와 ABS로 치우친 자금조달의 편향성, 상대적인 투자여력 축소 등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일각에선 한화그룹 인수시 가장 큰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 SRE 자문위원은 “한화의 경우 에어로스페이스 등 항공기 엔진 관련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항공업이 지속가능성이 크고, 한화의 사업구조상 캡티브 엔진과 결합하면 다른 인수후보에 비해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SRE 자문위원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구조가 짜여지고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돼 실사에 들어간다면, 유동화 구조를 문제삼을 가능성이 높다”며 “누군가 안정적인 파이낸싱을 해줘야 하는데, 결국 다시 밸런스를 맞추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9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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