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호의 과학 라운지](31)친구는 손가락 몇 개로 내 등을 찔렀을까?

등엔 압각 느끼는 감각수용기 ‘파시니소체’ 적어 상대적으로 둔감
손발가락 끝, 혀끝엔 파시니소체 많아 민감
  • 등록 2019-03-17 오전 11:00:26

    수정 2019-03-17 오전 11:00:26

[편집자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전국 초·중·고등학생 대상 과학 교육 프로그램인 ‘다들배움’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들과 매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중 재밌는 내용들을 간추려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파시니소체 분포 정도에 따른 신체 기관의 상대적 크기를 형상화한 그림. 그래픽=홍성현 과학커뮤니케이터.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지금 가족, 친구, 애인에게 자신의 얼굴 앞으로 등을 돌리라고 해 보자. 그런 다음 손가락 3개를 펴 등을 살짝 찌른 다음 상대방에게 몇 개의 손가락으로 찔렀는지 물어보자. 약간의 재미를 위해 맞히면 선물을 주겠다고 해도 좋다. 상대가 그것을 맞힐 확률보다 틀릴 확률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당신은 손해 볼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 상대는 자신이 실제 느낀 손가락 개수를 바탕으로 답을 말하기 보다는 어림짐작으로 말할 가능성이 크다. 상대와 역할을 바꿔 내 등에 똑같이 손가락을 누르게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왜냐하면 등에는 압각(pressure sense)을 느끼는 감각수용기가 적기 때문이다.

이번엔 상대에게 눈을 감도록 하고 손바닥에다 대고 똑같이 손가락을 찔러 보자. 상대는 이번엔 귀신같이 당신이 찌르는 데 사용한 손가락의 개수를 알아챌 것이다. 손에는 등과 반대로 감각수용기가 많은 것이 그 이유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 장애인이 어떤 특정한 사람을 구별해 내기 위해 손으로 그 사람의 얼굴을 만진다든지 점자를 읽을 때 손가락 끝으로 읽는다든지 등의 행동엔 이 같은 이유가 있다.

압각이란 피부 감각의 하나로 피부나 점막을 압박하거나 당기거나 하는 등의 자극을 했을 때 그 표면에 작용하는 압력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감각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촉각과는 지속성, 강도, 도달 깊이 등에 따라 구별된다. 즉 좀 더 지속적이고 강한 자극이 피부 표면이 아닌 심부에 생기는 감각을 압각이라고 하고 피부 표면에 일어나는 상대적으로 일시적이고 약한 자극을 촉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촉각과 압각이 항상 명확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촉각이 압각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쓰이기도 한다.

압각은 자극을 받은 부분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자극이 가해지는 부위와 그렇지 않은 부위와의 경계면에서 피부가 변형되는 부위에 압력의 차이로 생기는 감각이다. 압각을 일으키는 최소 자극인 자극역은 자극의 적용 속도가 클수록 낮아진다. 아울러 감각점이 빽빽하고 자주 사용하는 손발가락 끝이나 혀끝에 가까워질수록 낮아진다. 전문 용어로는 압각을 느끼는 타원형의 수용기관을 ‘파터-파치니소체(Vater-Pacini corpuscles)’ 또는 ‘파시니소체(Pacinian corpuscle)’라고 부른다.손발가락 끝, 혀끝 등은 다른 부분보다 파시니소체의 밀도가 높고 그렇기 때문에 압각에 훨씬 민감해서 잘 느낀다. 연인들이 키스를 통해 사랑을 확인하는 이유도 혀가 바로 파시니소체가 빽빽하게 들어찬 곳이기 때문이다. 도움말=홍성현 과학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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