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포지의 모습에서 떠오른 포수의 땀

  • 등록 2014-07-28 오전 11:28:50

    수정 2014-07-28 오전 11:28:50

버스터 포지.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현역 시절 최고의 포수로 이름을 떨쳤던 박경완 SK 2군 감독은 발목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던 선수 생활 말미에도 가급적 가을 캠프부터 투수들의 공을 받으려 애썼다. 타격 훈련을 거르더라도 불펜에는 들어갔다. 투수들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또 무엇이 필요한지를 함께 느끼고 고민하기 위해서였다.

박 감독은 그 과정을 통해 투수의 마음을 읽고 공의 궤적을 익혔다.

간혹 그에게 “볼 배합이라는 것이 도대체 뭐냐?”는 공격적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에 대한 답은 늘 “정답은 없다”이다. 다만 “포수는 가끔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은 빼 놓지 않는다.

김경문 NC 감독 역시 같은 말을 했다. 그는 현역 시절 좋은 포수였으며 좋은 포수 지도자에서 감독으로까지 성장했다. 박경완 2군 감독과 볼 배합 유형은 전혀 달랐다. 훨씬 공격적인 리드를 했다. 하지만 포수로서 철학은 같았다.

그 중심엔 투수에 대한 이해가 있다.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지는지 최대한 많이 받아보며 마음을 얻으려 노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게 신뢰가 쌓여야만 모두가 놀랄 볼 배합에 대해 투수의 이해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깜짝 볼 배합이란 던지는 투수 역시 이해가 쉽지 않다는 걸 뜻한다. ‘여기서 왜 그걸…’이란 주저함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투수의 마음을 얻은 포수는 그 시간을 최대한 짧게 만들 수 있다. 타자가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때문에 박경완도 김경문도 자신의 훈련 못지 않게 많은 시간을 투수들과 보낸 것이었다.

28일(한국시간)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서 이 두 명 포수의 이름이 떠오른 것은 이 때문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이적한 ‘다저스 킬러’ 제이크 피비의 초반 역투에 힘입어 초반 리드를 잡았다. 3회말엔 선취점을 뽑으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1-1 동점이던 5회, 결국 역전을 허용했다.

이날 경기는 피비가 샌프란시스코 이적 후 첫 등판한 경기였다. 당연히 주전 포수 버스터 포지와도 첫 호흡이었다. 역전을 허용한 장면에선 잇달아 포지의 블로킹 미스가 나왔다. 폭투로 기록된 것은 2개였지만 포지의 블로킹은 좀처럼 피비가 던진 공의 궤적을 쫓지 못했다.

5회 1사 후 발 빠른 디 고든을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으로 내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야시엘 푸이그의 볼넷이 나온 뒤엔 폭투로 진루를 허용했다.

여기서 또 한 번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애드리안 곤잘레스가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이 선언 된 상황, 그러나 1루로 던지는 동안 3루에 있던 고든이 홈을 파고들어 역전 득점을 만들었다.

포지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다. 하지만 피비를 잘 알지는 못한다. 리그가 달라 타자로서 상대해 본 것도 2년 전 3타석에 불과하다. 좋은 포수인 포지도 낯선 투수와 호흡에선 한계를 드러냈다.

볼 배합이 투수를 얼마나 달라지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아마도 끝을 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포수는 투수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많은 시간동안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칸의 여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