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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A중국음식점에 자장면 1그릇(5000원)을 주문하려다 단 번에 거절 당하고 말았다. 해당 음식점의 배달 최소금액은 1만원. 이 음식점 직원은 “인건비 등을 고려했을 때 일정 금액이 넘어야지만 배달할 수 있다”며 “직접 홀로 와서 드시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배달할 수 있는 음식점을 찾다 결국 편의점에서 식사를 때워야 했다.
국내 전체 인구 셋 중 한 명꼴로 1인가구일 정도로 이른바 `나홀로족(族)`은 더 이상 낯선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1인가구를 위한 편의는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식사부터 쇼핑까지, 불편한 1인가구의 일상을 짚어봤다.
먹고, 먹고, 또 먹는 게 고민이다
보통 배달 음식의 기본은 2인분이다. 배달 가능금액 기준인 1만원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억지로 2인분을 시켜야 할 때가 잦다. 그럴 때면 남은 음식을 버리거나 다음 날 마지못해 눅눅해진 음식을 먹어야 한다.
26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B분식집의 기본 배달 요금은 1만2000원이었다. 가격에 맞추려고 떡볶이와 순대, 튀김 그리고 어묵까지 시켜야 했다. 집으로 배달된 떡볶이 세트의 양은 족히 2명이 먹어도 될만했다. 실제 포장지 속엔 젓가락과 숟가락이 각각 2개씩 들어 있었다. 성인 남성 손바닥 10개 정도 크기인 상을 가득 채울 정도였다.
그래도 혼자 해먹는 것보다는 배달 음식이 편하다. 김치찌개를 만들기 위한 재료만 사도 약 2만원. 대형상점 기준으로 김치 1kg에 8000원, 대파 1단에 1800원, 돼지고기 500g에 1만원이다. 최소 배달가능금액(1만 2000원)을 훌쩍 넘는다. 한 끼 식사가 목표인 나홀로족에겐 요리보다는 2인분짜리 배달음식이 더 효율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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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할까 봐, 좁을까 봐”…비싸지만 소형 제품 구매
쇼핑 때도 나홀로족의 아쉬움은 계속된다. 나홀로족은 값싼 묶음상품보다 비싼 개별상품을 고를 때가 잦다. 많은 양을 구매해서 상품을 버리게 되거나 좁은 원룸의 자리를 괜히 차지하고 싶지 않은 탓이다.
심지어 쉽게 상하는 유제품은 무조건 낱개로 1개씩 살 수밖에 없다. 유통기한이 지나 버릴 수밖에 없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마트의 유제품을 2개 묶음으로 구매할 시 100g당 90원이었지만 낱개제품은 100g당 105원이었다. `나 혼자만 비싸게 사는 것 아닐까`하는 불편한 생각도 잠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제품 구매만 망설이는 건 아니다. 좁은 원룸에 상품을 보관할 공간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소량제품을 고르기도 한다. 19㎡(6평) 남짓한 원룸에 대량 상품을 수납할 여유는 없기 때문이다. 번거롭지만 두루마리 화장지 20개를 묶음으로 사지 않고, 매주 편의점에 들러 2개씩 사는 이유다. 두루마리 화장지 묶음 상품과 낱개 상품의 한 개에 가격 차이는 약 500원이다.
돈 아끼려고…식사·쇼핑메이트 구해 반반
이렇다보니 알뜰 나홀로족들 사이에서는 돈을 아끼기 위해 자구책이 등장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와 짝을 맺어 식사와 쇼핑을 해결하는 식이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사는 동료와 시간을 맞춰 배달음식을 함께 먹거나 대용량 상품을 나누기도 한다. 5kg 토마토 한 상자를 3만 원에 구매해 반반씩 나누고 10개 묶음 두루마리 휴지를 사서 5개씩 따로따로 나눠 가진다.
식사와 쇼핑을 함께 하는 윤태인(29)씨는 “혼자 먹기엔 양 많은 배달 음식을 나누니까 돈도 절약되고 쓰레기도 나오지 않는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또 윤씨는 “친구와 가까운 집으로 최근 이사해서 가장 좋은 점은 쇼핑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대용량 상품을 싸게 사서 부담 없이 친구와 나눌 수 있어서 효율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