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 최경철에게 진심 담은 조언을 전하다

  • 등록 2014-10-27 오후 12:04:58

    수정 2014-10-27 오후 12:04:58

박경완(왼쪽)과 최경철. 사진=SK와이번스, 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올해 나이 서른다섯. 선수 생활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점에 빛을 보는 선수가 한 명 있다. LG 포수 최경철이다. 2003년 SK에 입단해 넥센, LG까지 유니폼을 세 번 갈아입었고 올해로 프로 12년째를 맞는 그다. 올시즌 LG의 주전 포수로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나아가 플레이오프까지 이끌며 ‘대세남’으로 등극했다.

그의 과거가 궁금해 물었다.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선후배가 누구라 생각하나요.” 최경철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박경완 선배요.”

최경철과 박경완 현 SK 육성총괄은 남다른 인연이 있다. 나이 차이는 8살. 전주동중-전주고 동문이다. 같은 포지션을 맡고 있어 박경완이 모교에 들를 때면 눈여겨보던 선수가 최경철이었다.

최경철이 중학생 때, 박경완이 프로(쌍방울)에 들어와 주전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을 때쯤 서로 만났다. 박경완은 꼬마 최경철을 “정말 야구 잘하겠다 생각하던 선수”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10여년이 흘러 SK에선 같은 방을 쓰기도 했고 캠프 때는 훈련도 같이 했다. 최경철이 2군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 떨어져있을 때도 박경완이 살뜰히 챙겼다.

박경완은 “내가 입 한 번 열면 경철이는 끝날 수도 있다. 웬만한 건 내가 다 알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로 돈독한 사이임을 이야기했다. 아마추어 때부터 숱하게 후배들을 많이 데리고 있었던 박경완. 그는 “아끼는 후배 중 하나가 아니라 아끼는 후배 그 하나다”고 애정을 나타냈다.

최경철을 보고 있노라면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한국프로야구 최고 포수로 이름을 날린 박경완, 그리고 유망주 정상호의 그늘에 가려 SK에선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경완은 “절실함의 승리라 봐야하지 않겠나. 간절하고 이런 모습이 보였다. 넥센, LG로 트레이드 됐을 때 나 역시 기회가 생기겠다 싶어서 잘됐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래서 요즘 최경철의 ‘미친’ 활약을 보고 있으면 내 일같이 기쁘다. 뿌듯함 그 자체다.

“준플레이오프 첫 날 홈런을 쳤다고 내 주변 지인들에게도 연락이 와서 하이라이트로 돌려봤다. 홈런 한 500개 친 사람처럼 두 손을 쭉 뻗고 세리머리를 하더라. 무슨 웅변대회 나간 사람처럼.(웃음) 몸놀림도 빨라졌고 움직임 자체에 순발력이 더해진 느낌이다. 경철이가 힘으로는 절대 빠지는 얘가 아니다. 방망이를 칠 때 그 힘을 다 못 실어서 그렇지…. 그 힘을 다 어디에 쓰는지. 대학교를 다녀오더니 방망이를 못 치기 시작했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내가 포수로 봤을 때는 현재 포구, 블로킹, 송구에서 9개 팀 포수 중 최고 클래스라 생각한다. 정말 냉정하게 생각해도 그렇다”고 돌아봤다.

자신과 참 비슷한 점이 많은 후배, 그리고 지독한 연습벌레였다는 게 박경완의 기억 속 최경철의 모습이다. “속이 깊은 놈이다. 내색도 잘 안하고. 무슨 일이 됐든 혼자 삭히고 참는 모습이 나와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잘 맞았는지 모른다.

이어 일화 하나를 꺼냈다. “숙소 침대 위에서 블로킹 연습을 하고 있는 것도 봤다. 침대가 푹신푹신하니까 장비를 안차도 되고, 블로킹이 잘 안돼서 연습하고 있다고 하더라. 그것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나도 그렇게 까지는 연습을 안 해본 것 같다.” 많은 선수들의 기억 속에도 그렇듯 그는 늘 묵묵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였다.

서른다섯에 맞은 전성기. 박경완은 최경철의 화려한 시절이 더 오래갔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그는 “선수로 얼마다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체력은 워낙 좋은 선수니까, (나이 마흔두 살에 현역에서 물러난)나보다 더 오래 했으면 좋겠다. 수비를 잘하는 선수는 오래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완은 마지막으로 플레이오프라는 더 큰 전쟁에 나서는 최경철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포수는 항상 침착해야한다. 상에 연연하지는 말아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상이다. 모두 다 끝나고 생각해도 늦지 않는다. 플레이오프서 넥센과 붙을 준비만 해라. 기죽지 말고 투수들이 어떻게 움직여야할지만 생각해라. 경험 상 깊게 파고들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다. 차라리 쉽게 생각해라. 생각이 많아져 템포가 느려지면 팀에 해다. 결정은 빨리 빨리 내리 돼 그 결정에 후회하지 말라. 망설이는 순간, 이길 수 있는 확률은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게임은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대신 네가 실수해서 지진 말아라. 방망이는 더 이상 못 쳐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방망이는 덤이라 생각한다. 대신 수비에서 무너지면 팀이 무너진다고 생각해라.”

“또 한 가지. 주변에서 너를 두고 이야기도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어느 정도 레벨에 올라가면 더 이상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그 레벨에 올라가고 있는 단계라 그런 것이다. 널 흔들어 놔야 팀이 흔들릴 수 있고 상대가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네가 야구를 못했다면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도 않는다. 그러한 상대의 작전에 넘어가서도 안 되고 져서도 안 된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포수는 참고 또 참아야한다. 포수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순간, 팀은 무너진다. 투수들이 방어하려고 하는 말도 다 받아줘야 한다. 그렇게 안아주면 나중엔 그들이 너를 먼저 찾게 될 거다. 흔들림없는 포커페이스도 유지해야한다. 주연이 아닌, 주연 같은 조연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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