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만 해도 개혁개방 40주년 성과를 홍보하기 바빴던 중국 당국이 최근 조용한 모습이다. 고질적인 부채문제에다 미·중 무역전쟁까지 더해지며 경제위기론이 여느 때보다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부터 광둥성과 선전, 주하이, 상하이 등 남쪽 지역을 방문한 후 베이징에 복귀했다. 시 주석의 움직임은 1992년 개혁개방의 총 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강화(南巡講話)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시 주석은 신년사에서는 개혁개방 40주년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집권 2기 첫해를 맞은 만큼, 경제 성과를 과시하며 집권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올들어 중국 경제가 둔화되며 상황은 바뀌었다. 주가가 연초 이후 28% 가량 급락했고 각종 지표는 부진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민영기업의 활동이 둔화되는 가운데 미국과의 무역전쟁까지 잦아들질 않자 중국 중앙정부 대신 각급 성 정부 위주로 개혁개방 40주년 행사를 치르고 있다.
입을 닫고 있던 중국 내 개혁파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덩샤오핑의 장남 덩푸팡은 최근 중국 장애인협회 모임에서 개혁개방은 되돌릴 수 없는 정책 노선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악물고 그 길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거만하게 굴어서도 안되고, 자신을 비하해서도 안된다”며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의 문제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