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항공 마일리지…"쓸 곳 없어 vs 미리 예약" 갑론을박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유효기간 10년 설정
2008년 적립 마일리지 올해 말까지 소진해야
  • 등록 2018-12-15 오전 9:53:00

    수정 2018-12-15 오전 9:53:00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내년부터 항공 마일리지 소멸을 앞두고 소비자와 항공사 간 의견이 분분하다.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은 2008년 약관 개정을 통해 항공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을 무기한에서 10년으로 설정했다. 이에 2008년(대한항공 6월30일, 아시아나항공 9월30일 이후) 적립한 마일리지를 올해 12월31일까지 소진해야 한다.

소비자는 항공 마일리지가 있어도 쓸 곳이 없다고 아우성이고, 항공사는 내년 항공권을 미리 예약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소멸하는 항공 마일리지 논란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미리 보너스 항공권으로 예매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보너스 항공권의 예매는 출발 1년 전부터 가능하니, 올해 말로 소멸하는 마일리지를 보유한 승객들은 계획을 세워 보너스 항공권을 미리 준비하면 된다는 것.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설정한 유효기간 10년은 외국 항공사와 비교해도 긴 편이라고 주장했다. 델타항공은 무기한이지만, 다른 외항사인 루프트한자·에미레이트항공·싱가포르항공 등은 유효기간이 3년 정도에 불과하다. 아메리칸항공·유나이티드항공·에어캐나다·콴타스항공은 12~18개월간 마일리지를 적립 또는 사용하지 않을 때 잔여 마일리지가 모두 소멸한다.

반면 항공 마일리지를 연내에 소진해야 하는 소비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소비자로서는 항공 마일리지가 무기한이었다가 유효기간이 생기니 ‘줬다 뺐었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알뜰살뜰 모은 항공 마일리지를 사용할 곳이 마땅치 않아 더욱 불만이다. 보너스 항공권을 사자니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고, 항공사가 제휴를 맺은 호텔과 렌터카, 영화관을 이용하는 데 쓰자니 2~3배 이상 비싼 값을 치르게 돼 ‘바가지’를 쓰는 느낌이다.

이에 소비자단체는 엄연한 소비자 재산권인 항공 마일리지를 유효기간을 무기한에서 10년으로 제한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항공 마일리지 소멸정지 가처분정지 신청을 제기하기까지 이르렀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소비자감시팀장은 “이번 가처분 신청과 마일리지 소멸 무효확인 청구 소송은 항공마일리지의 법적 성격을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항공마일리지는 채권적 성격을 가진 소비자의 정당한 재산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항공업계는 앞서 2011년 서울남부지방법원,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마일리지 이용에 일정한 제한을 두는 약관에 대해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항공 마일리지는 소비자 재산권?

소비자와 항공사 간 이견으로 수년째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의 문턱을 들락날락하는 항공 마일리에 관한 쟁점은 무엇일까.

항공 마일리지에 대한 해묵은 논쟁은 소비자와 항공사 간의 개념차이에서 발생한다. 항공사는 단골손님을 유치하기 위한 서비스라는 개념이다. 반면 소비자는 재산권으로 보고 있다.

항공 마일리지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항공기 탑승실적에 따라 제공되는 탑승 마일리지, 항공사들이 협약을 맺은 신용카드사, 호텔, 쇼핑몰 등에서 구매한 실적에 따라 적립되는 제휴 마일리지가 있다. 문제는 제휴 마일리지다. 항공사는 제휴업체들에 마일리지를 판매하고, 수익을 얻는다.

이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고객이 제휴업체를 이용해 적립한 마일리지를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소멸시키면 결국 항공사들은 이미 수익은 취하고 그 대가는 지급하지 않는 부당이득을 누리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항공 마일리지 소멸하는 데 쓸 곳 없다?

소비자는 답답하다. 항공사들이 다양한 제휴업체들에 마일리지를 판매하면서도 사용처는 지나치게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항공 마일리지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보너스 항공권 구매나 좌석승급은 성수기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사용이 어려운 지경이라는 것.

이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마일리지 활용을 높이기 위해사 항공과 여행 제휴 사용처 확대에 집중하고 나섰다. 특히 대한항공은 꾸준히 제휴 사용처 확대에 노력해온 결과 현재 마일리지 제휴처로 27개 항공사, 호텔과 렌터카 등 비항공부문 9개사, 홈페이지 로고상품 샵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보너스 항공권을 제외한 항공 부가서비스 및 비 항공 부문 제휴 마일리지 사용 건수는 전년 대비 32% 증가한 11만2000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다만 고객은 여전히 불만이다. 항공권 구매 이외에 마일리지로 다른 상품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이는 제값보다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로 주말에 영화를 관람하면 1400마일(현금가 20원 기준, 2만8000원)을 사용하게 되는데 현금결제(1만2000원)보다 2배 이상 내는 셈이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렌터카를 빌리게 되면 성수기 기준으로 6500~1만3000마일(13만~26만원)인데 현금결제(2만5000~16만원)보다 비싸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보너스 항공권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

소비자들의 또 다른 불만은 보너스 항공권을 구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현금으로는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좌석도 마일리지로 구매하려면 안 된다. 인기 노선이나 주말, 성수기 등에 여유좌석을 이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항공사들이 마일리지를 이용한 항공권 구매나 좌석승급은 ‘여유좌석’으로 한정시키고 있어서다.

보너스 항공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극성수기에도 마일리지 좌석을 5% 이상 배정하도록 하는 등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제도를 일부 개편했다. 내년부터는 분기별 공급 좌석 중 마일리지로 소진된 비율도 공개해 소비자 불신을 완화하겠다고 했다.

항공사도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투명한 보너스 좌석 운영을 위해 홈페이지를 통해 보너스 좌석 상황을 안내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금이 아닌 내년 중에 사용할 항공권이라도 미리 보너스 항공권을 예매해 놓으면 걱정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2019년 연간 전체 국제선 9만7000여편의 항공편 중 95%에 이르는 9만2000여편의 항공편에서 보너스 항공권 예약이 가능하고, 국내선 4만9000여편의 항공편 중 94%인 4만6000여편에서 보너스 항공권 예약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항공 마일리지 양도나 판매는 불가능?

소비자가 억울한 부분은 또 있다. 마일리지 사용처가 현저히 부족한 상황에서 마일리지의 양도나 판매를 항공사들이 약관에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스카이패스 회원약관 제7조와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클럽 일반규정 12번 항목에 따르면 ‘적립한 마일리지는 금전적으로 환산하거나 타인에게 양도·판매 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부족한 마일리지를 현금으로 구매하거나 타인에게 양도받아 보너스 항공권 등을 구매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는 셈이다.

반면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델타항공, 프랑스의 에어프랑스, 네덜란드의 KLM네덜란드항공, 싱가포르의 싱가포르항공 등 주요 외국항공사들은 사용하지 않는 마일리지를 타인에게 자유롭게 양도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부족한 마일리지는 ‘가족 마일리지 합산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가족 5인, 아시아나항공은 8인까지 가능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부 외국 항공사의 경우 제3자에게 마일리지를 양도하는 제도가 있지만 상당한 금액의 수수료가 붙는다”며 “대한항공의 경우 별도 수수료 없이 가족 마일리지 합산이 가능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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