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최숙현 선수 청문회, 주요 가해자 없는 '맹탕' 아쉬움

  • 등록 2020-07-22 오후 4:14:50

    수정 2020-07-22 오후 4:14:50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故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인정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팀의 김도환(왼쪽) 선수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고인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의 책상 위에 故 최숙현 선수의 다이어리가 놓여 있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폭력과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열렸다. 하지만 우려대로 주요 가해자들이 모두 불참한 ‘반쪽짜리’에 그치고 말았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도종환)는 22일 국회에서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청문회에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주낙영 경주시장, 김진환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장, 김현수 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장, 박찬영 경주경찰서장, 박석원 대한철인3종협회장, 김하영 경북체육회장 등 최 선수 사건과 관련된 당사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 선수의 부모도 이날 청문회에 함께 자리했다.

하지만 정작 가혹행위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김규봉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과 팀닥터라 불렸던 운동처방사 안주현씨, 주장 장윤정 선수 등은 모두 불참했다. 이들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거나 아예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국회에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 가운데는 최 선수의 남자 선배인 김도환 선수만 출석했다. 가장 중요힌 가해 당사자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 청문회는 ‘맹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도종환 위원장은 “동행 명령을 집행 중인데 안주현, 김규봉 두 사람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며 “동행명령을 거부할 경우에는 국회 증언감정법 제13조에 의거해서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고발조치를 요구했기에 이는 양당 간사와 협의해 추후 조치방안을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선 새로운 의혹이 공개되기도 했다.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은 최 선수가 생전에 쓴 다이어리를 공개했다. 최 선수가 2019년에 사용했던 이 다이어리에는 ‘나의 원수는 누구인가’, ‘애가 아는 가장 정신 나간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원수는 두 명 이상인데, 장윤정 김규봉 이광훈 김정기 김○○ 이○○“이라고 적혀 있었다. 김정기는 폭행을 목격했다고 뒤늦게 자백한 김도환 선수의 개명 전 이름이다.

최 선수는 “이 질문은 백번 해도 똑같은 답이지”라며 “이○○ 선수는 조금 바뀐 것 같기도”라고도 썼다.

다이어리 내용을 공개한 이용 의원은 “현재까지 밝혀진 가해자 외에 추가 가해자가 더 드러났다”며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내에서 감독의 영향이 이 정도였다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해자 가운데 유일하게 청문회에 참석한 김도환 선수는 자신도 김규봉 감독으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해왔다고 털어놓았다. 김도환 선수는 “김규봉 감독은 내게 아버지 같은 존재였고 6살 때부터 알고 있었다”며 “중학교 2학년때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김도환 선수는 “김규봉 감독이 부모님에게 전화를 한 뒤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았다’며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적이 있다”며 “한번은 담배를 피다 걸려서 야구 방망이로 맞은 적도 있다”고 폭로했다.

최 선수의 비극을 막지 못한 관계자들에 대한 질책도 쏟아졌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 선수가 경주시에 민원을 접수한 게 2월 6일이고 이후 다섯 개 기관에 진정을 내고도 반응이 없었다”며 “결국 4개월 20일이 지나서 사망에 이르게 됐는데 이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한체육회의 선수인권보호시스템은 고장났다”며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배현진 미래통합당 의원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을 향해 “우리 체육계에 있는 현직 선수들이 인권특별조사단을 만든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는 현실을 겪는 것에 대해서 인정하는가”라고 따져물었다.

이에 대해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사건처리를 더욱 철두철미하게 하겠다”며 “이것만 가지고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최 선수의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데 대해 “인력이 부족하다”며 “직접적인 조사를 조사관 3명이 하다보니까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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