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ABCP주의보]<2-①>CERCG는 공기업인가…손실 책임은

한화증권 중개·NICE신평 평가…5개 증권사 등 투자
크로스 디폴트 발생으로 채무 불이행 가능성 높아져
ABCP 부실평가 논란 확산…고의 은폐 가능성도 제기
손실 현실화될 경우 이해관계자간 책임공방 가열 예상
  • 등록 2018-06-02 오전 9:03:54

    수정 2018-06-02 오전 9:44:52

[이데일리 이명철 이후섭 기자] 중국 에너지기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국내 증권가로 번졌다. 해당 기업의 지급보증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인 증권사들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어서다. 아직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벌써부터 해당 ABCP를 들여온 증권사(한화투자증권(003530))와 투자자, 신용평가사(NICE신용평가) 사이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신평사가 문제가 된 기업을 후하게 쳐줬다며 부실 평가 의혹이 나오는 반면 이번 거래를 주도한 증권사의 거래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거나 잘못 알려진 사실까지 퍼지면서 논란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CERCG는 공기업? 후한 평가 이뤄졌나

논란의 발단은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이 보증한 자회사 채무의 만기내 원금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크로스디폴트(동반 부도) 조항에 따라 CERCG가 지급 보증한 달러화 채권 기초자산의 ABCP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손실이 예상되는 ABCP의 규모는 1000억원대이다.

여기서 CERCG를 공기업으로 규정한 것을 두고 말이 많다. 통상 국내 공기업의 경우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반영해 높은 신용등급을 매긴다. 부도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정부가 살려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CERCG도 공기업으로 봤으면 높은 등급을 줬을 텐데, 실제로는 공기업이 아니라는 게 쟁점이다. 정부가 소유권을 가진 국내 공기업과 달리 중국은 국가 지분 100%의 국유독자회사뿐 아니라 일부 지분만 들어간 기업들도 있고 이때 정부 지원 가능성을 높게 쳐주지 않는다. 그런데 CERCG는 정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것이 아니라 북경시상무국이 지분 100%를 가진 중국부래덕실업공사가 49%를 갖고 있을 뿐이다. 국가 100% 소유도 아닌데 공기업으로 평가했다면 부실 평가라는 지적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CERCG는 공기업이 맞지만 한국의 공기업과는 성격이 다르며 무조건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공기업은 정부 등 지원주체의 지원의지가 명시된 법률이나 실제 지원 이력 등을 고려해 지원 의지를 반영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 가능성 자체를 ‘매우 높음’이나 ‘높음’ 수준으로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다양한 공기업 종류를 감안한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공기업이라고 무작정 높은 신용등급을 매기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해당 ABCP 신용등급을 평가했던 NICE신평측은 “단순히 정부 소유나 지배구조뿐 아니라 사업 본원 성질, 법적 지위, 민영화 위험, 부도 시 정부 부담, 정부 지원 수단과 실적 등을 고려해 매우 높음, 높음, 다소 높음, 보통, 낮음 5단계로 평가한다”며 “CERCG 신용평가 시 정부지원 가능성을 ‘보통’으로 평가하고 최종 신용등급은 산업별 평가방법론을 적용해 자체신용도 대비 1노치 높은 A(기업어음은 A2)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 가능성은 밑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NICE신평은 또 CERCG 자체 신용도도 제출 자료 조사와 경영진과 대주주 면담 등을 거쳐 1달여간 평가를 실시한 결과라며 부실한 평가가 이뤄진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금융감독원도 부실평가 논란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 신용평가실 관계자는 “지금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NICE신평의 신용등급 평가에서 명백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아 보이고 추가 정밀 조사와 현지 실사를 하고 있어 계속 조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며 “공기업 평가방법론을 적용할 때 기업에 대한 정부의 법적지원 의무 여부를 따지는데 NICE시평은 이를 인지하고 자체 신용등급에서 출발해 지원 가능성, 공기업으로서의 신뢰성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평가 기초자료를 판단할 때 중국 회계법인의 감사받은 재무제표를 평가에 사용했고 실사 보고서도 회계법인 실사 보고서를 활용했다”며 “NICE신평이 객관적인 자료를 활용한 것으로 보여 아직은 명백한 오류를 발견하지 못 했다”고 전했다.

정부 지원 가능성 어떻게 매겼나

이번 논란은 CERCG가 다른 자회사에게 보증한 채무 상환을 지원하지 않음으로써 벌어지게 됐다. NICE신평이 외신 보도를 통해 해당 사실을 인지했고 실제 만기 내 원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자 ABCP의 적기 상환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신용등급을 ‘A2’에서 ‘C’로 낮췄다. 지원을 보증하더라도 실제로는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얼마든지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지원 가능성 자체가 노치업(등급 상향) 요인이 돼서는 안 되고 더욱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게 일부 지적이다.

NICE신평은 이에 대해 CERCG와 적법하고 유효한 지급보증 계약이 체결된 보증부 회사채라고 명확히 했다. 기초자산인 회사채를 두고 회사채 약관과 수탁은행인 교통은행과의 보증서를 통해 CERCG의 지급보증을 밝혔다는 것이다. 다른 자회사 채무불이행에 대해 CERCG가 지급보증한 다른 회사채에 대해서도 크로스디폴트가 발생한 것도 지원 가능성에 따라 연계돼 있음을 반영했다는 논리다.

하지만 단순히 문서로만 보증을 담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반론도 있다. 중국에서는 지급보증 이행 여부에 대해 외환관리국(SAFE)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해당 ABCP에는 이 승인이 없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증권사 채권업무 담당자는 “이번에 평가 받은 ABCP는 정부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투자자들은 지급보증을 명시했어도 외환관리국 승인을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것이 없다면 평가 신뢰도가 낮아지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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