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67편] 의사결정자는 댓글 읽지 마라

  • 등록 2019-01-24 오전 8:00:00

    수정 2019-01-24 오전 8:00:00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위기관리를 위한 의사결정에 관해 조언할 때 주로 강조하는 점이 “의사결정자가 직접 온라인상 여러 댓글을 읽지는 말라”는 조언이다. 실제 위기 시 자사 관련 각종 온라인 댓글을 읽어 본 사람들은 이해할 것이다. 누구나 극도로 부정적인 댓글들을 접하고 나면 생각이 복잡 해진다.

기본적으로 의사결정은 이성적 영역내에서 이루어져야 안전하다. 의사결정자가 감정적이거나, 흥분 또는 침체되어 있을 때 내려지는 의사결정은 그 자체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할 가능성이 높다. 위기 시 의사결정자에게 댓글을 직접 읽지 말라 조언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일부 기업 VIP는 세세하게 자사와 관련된 온라인 댓글과 각종 포스팅들을 챙겨 읽는 것으로 유명하다. 평소에도 자사와 관련 한 부정적 내용의 글이 하나라도 발견되면, 즉시 해당 내용을 실무자들에게 공유하고 조치를 명령한다. 그에 따라 실무진이 이리 저리 대응하느냐 고생을 한다.

이런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위기가 발생하면, VIP는 매우 심각한 패닉에 빠지게 마련이다. 장시간 수 많은 댓글을 읽으며 극도로 흥분하고, 각종 세세한 비판과 주장에만 몰두하게 된다. 사람이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이성적 자세로 큰 흐름을 읽어가며 위기관리팀을 리드하는 데 장애가 생기니 문제다. 위기관리팀이 VIP 감정과 태도를 보며 무리한 대응이나 과도한 조치들을 실행하게 되니 또 문제다.

물론 그런 적극적으로 보여지는 대응이 효과를 발휘하면 모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더 큰 문제나 새로운 문제와 갈등을 양산해 낸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감정에 기반한 무리한 대응은 그 이익보다 실이 훨씬 더 많다.

그렇다고 VIP가 평소나 위기 시 온라인 상 댓글이나 포스팅을 무조건 외면 하라는 조언은 아니다. 단순히 눈이나 귀를 막는다고 해서 감정에서 자유로워지고 바로 이성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댓글 하나 하나를 읽지 말고, 온라인 상 여론을 읽으라는 것이 핵심이다.

온라인 댓글은 읽지 말라 해도 실무자들이 읽는다. 그들은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1차 분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팀장과 임원이 그 결과를 바탕으로 2차 분석을 한다. 의사결정자는 그 다양하게 분석된 여론 결과를 이해하면 그 뿐이다. 여론의 큰 흐름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면 충분하다.

이를 위해 VIP를 비롯한 의사결정자는 여론을 보다 정확하게 읽기 위한 연습을 평소에 해 두는 것이 좋다. 실무진으로부터 올라오는 여론 분석 내용을 종종 접하고, 감을 키우는 것도 권장된다. 매일 신문을 읽고 방송을 보듯 온라인에서는 어떤 이슈와 여론이 회자되는지를 정기적으로 확인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위기 시에만 갑작스럽게 온라인 여론을 접하는 의사결정자들은 대부분 의사결정을 주저하게 된다. 그것이 당연하다. 낯설기 때문이다. 왜 온라인 공중은 이런 식으로 주장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가 왜 갑자기(?) 튀어나오는 지 아리송하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보고되는 여론 내용들 중 표현하나 단어 하나에도 온통 물음표뿐이다.

이런 상황을 의사결정자들은 사전에 경계하자는 것이다. 미리 익숙해지자는 것이다. 예전에 이미 의사결정자들은 하나의 동일한 이슈에 대해 왜 A일보는 이런 논조를 가지는지, B신문은 왜 저런 논조를 가지는지 이해했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특정 이슈가 발생하면 A일보와 B신문이 어떤 논조를 유지할지에 대해서 미리 예상까지도 가능하다.

온라인도 마찬가지다. 왜 A카페와 B커뮤니티간에 다름이 있는지 이해할 수 있으면 좋다. 소셜미디어 채널 간에도 어떤 다름이 있고, 이슈 성격마다 어떤 의견이 대세를 이루는지 미리 이해하고 있으면 낫다. 그래야 자사와 관련 한 논란시에도 예상과 사전적인 대응이 가능 해진다.

이 글을 읽는 의사결정자들이 더욱 더 온라인 여론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세세하게 몸소 댓글을 읽고, 답글을 달고, 포워딩을 하고, 하나 하나에 평가를 하라는 조언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런 공간과 환경에 익숙해지는 정도의 노력은 필요할 것이다.

더 나아가 위기관리 관점에서 위기 시 자칫 잃어버릴 수 있는 의사결정자로서의 이성과 합리적 관점은 절대 포기하면 안된다는 조언을 하고 싶다. 분석 보고된 온라인 여론을 존중하고, 큰 흐름을 읽고 그에 따라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면 그 뿐이다. 댓글 말고 여론을 읽을 수 있으면 된다.

필자 정용민은 누구?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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