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주 이전 부작용 드러난 대우조선 협상

  • 등록 2017-04-20 오전 6:00:00

    수정 2017-04-20 오전 6:00:00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을 투자위원회에 상정한 시각은 일요일 밤인 16일 저녁 9시. 장소는 올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이전한 전주가 아닌 서울의 모 지사였다. 투자위가 주말 저녁 9시에 열린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전주와 서울에 흩어진 투자위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데 한 나절 이상 걸렸고 유관 부서들과의 협의도 필요했다.

이들이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에 대해 최종 ‘찬성’ 결론을 내린 시각은 자정 무렵. 대우조선해양의 마지막 제안을 받아 검토에 들어간 지 하루만이다. 40여분 뒤인 17일 0시 45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격 수용’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새벽에서야 투자위를 마친 강 본부장과 참석자들은 이날 아침 기차를 타고 전주로 내려갔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 협상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팽팽한 대치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됐다. 산업은행 실무자들이 국민연금의 요청 자료를 설명하기 위해 부랴부랴 전주로 내려한 이후에도 이견차가 좀체 좁혀지지 않았다.

특히 중요한 모든 협상은 서울에서 진행됐다. 최종 결론을 내린 투자위는 물론이고 강 본부장과 이동걸 산업은행장의 첫 긴급 회동 역시 주말 저녁 서울에서였다. 전주 본사 존재의 이유에 대해 강한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2월말 전주로 본사를 이전한 지 불과 한 달만에 ‘최순실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하는 핵폭탄(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을 맞았고 우려했던 부작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치 논리에 떠밀려 전주로 내려간 국민연금은 이전 전부터 내부 인력 이탈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1년간 50여명이 연금을 떠났고 신규 채용 역시 애로점이 많다. 심지어 경력사원 채용 면접도 전주에서 보지 못하고 서울에서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전주 이전으로 인한 비효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번 사태는 우려가 괜한 기우가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임을 극명히 보여줬다. 우여곡절 끝에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앞으로 제2, 제3의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550조원의 국민의 쌈짓돈을 운용하는 연금을 제자리로 돌릴 수 있는 용기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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