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제조기업 비용 절약하고 생산성 높여 줄 `제조용 앱스토어`

  • 등록 2016-05-02 오전 8:30:00

    수정 2016-05-16 오후 4:38:19

[이데일리 김병준 기자] “아이폰 사용자는 ‘앱스토어’에서,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는 ‘구글 플레이’에서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상당수를 무료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조기업, 그중에서도 특히 영세한 업체는 어디에서 필요한 앱을 공급받아야 할까요? ‘제조용 앱 보급사업’은 이같은 물음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더불어 전 세계에 불기 시작한 ‘스마트화 바람’은 2016년 현재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등의 모습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 산재돼 있다. 이같은 바람은 기름 냄새 자욱한 제조공장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경쟁력을 자랑하는 독일의 경우 2010년부터 추진 중인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통해 제조산업을 디지털화하고 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독일의 이 정책은 제조공장의 자동생산체계 구축, 생산과정의 최적화 등을 목표로 한다. 특히 중소 규모의 제조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해 ‘지능형(스마트) 공장’을 양산하겠다는 것이 독일의 각오다.

우리 정부도 이와 비슷한 목표를 설정하고 노력 중이다. 제조업에 ICT를 융합하는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통해 2020년까지 ‘지능형 공장’ 1만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국내 제조기업 다수에게 이같은 스마트 기술은 다른 세상 이야기다. 바로 비용 문제 때문이다.

2014년 통계청 집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은 총 6만8640여 곳이다. 그런데 이 중 5만7889개 업체가 근로자 50인 미만 영세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있다. 이는 전체의 84.3%에 이르는 어마 무시한 수치다.

영세한 업체 입장에서는 최고 1억원에 육박하는 MES(Manufacturing Excution System) 등 생산관리 전문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기 위한 비용 자체가 부담이다. 또한 기업의 환경에 맞는 프로그램 수정·보완, 소프트웨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하드웨어 등 부가적인 장비 도입, 이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전산관리자 인력 충원 등에서 모두 ‘비용’이라는 부담을 마주하게 된다. 이를 감내하고 프로그램을 구매하더라도 기본적인 기능 일부를 제외한 고급 기능 다수는 업체 입장에서는 ‘계륵’이 돼 버리기 십상이다.

이같은 국내 제조산업의 현주소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통산자원부, 한국기계산업진흥회,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힘을 모았다. 이들은 중소기업에 ICT를 도입해 제조공정을 최적화함으로써 불량률을 감소시키고 개발기간을 단축하며 생산성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제조기반 설계기술 고도화’ 사업을 시행 중이다.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한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 지원 △공정설계 컨설팅 △제조용 앱 보급 등이 이 사업에 해당한다.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한 CAE 지원’은 제조기업이 설계한 부품이 실제로 생산 가능한지 여부를 클라우드 기반 프로그램을 통해 미리 검증해 볼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공정설계 컨설팅’은 설계를 마친 부품을 생산할 때 기존 라인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생산 최적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지를 컨설팅해 주는 사업이다.

위의 두 사업은 생산 가능 여부, 라인 최적화 컨설팅 등 제품 생산 전 시뮬레이션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제조용 앱 보급’은 이 두 사업과는 접근 방식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제조용 앱 보급’은 사업팀이 개발한 PNP 플랫폼을 통해 ‘생산관리’, ‘제품 설계 관리’, ‘정보 및 조직 관리’, ‘제조 지원’ 등 제조기업이 제품 개발, 자재 및 재고 관리, 구매 등 업무 대부분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ICT 기반 앱 다수를 내려받을 수 있게 한 복지형 사업이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업무에 ICT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음은 ‘제조용 앱 보급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보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조서비스연구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이다.

△ ‘제조용 앱스토어’에 관해 쉽게 설명해준다면

스마트폰 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등 마켓과 비슷한 콘셉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우리가 공급하고 있는 앱의 종류가 제조기업 사용자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회원 가입만으로 100개가 넘는 앱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사용 방법이 매우 간단하며 별도의 유지·보수 비용도 필요 없다. 실사용 업체와의 소통을 통해 오류, 개선점 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 ‘제조용 앱 보급사업’을 기획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국내 제조기업 중 상당수가 영세한 규모다. 실제 현장은 생각보다 더 열악한 편이다. 근로자가 20명 안팎인 곳이 많은데 그마저도 외국인 혹은 학력이 낮은 사람이 대다수다. 관리자도 일반적으로 한두명 내외로 편성돼 있다.

이들 대부분은 ICT의 사각지대에 있다. 아직도 다수 작업장이 수기로 전표를 작성한 뒤 엑셀에 이를 일일이 입력하고 있으며 ‘월 마감’ 같은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곳도 많다. 이들이 ICT 기반 프로그램을 활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문제였다. 이같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제조용 앱스토어’를 만들어 무료 앱을 배포하기로 했다.

△ 어떤 업무의 앱을 우선적으로 개발했는가

사업 기획 단계에서 제조업체 관계자들과 충분한 면담을 가졌다. 현장 관리, 생산관리 업무에서 가장 애로사항이 많아 이를 우선으로 개발에 착수했다. 현재는 품질, 설계, 개발 관련 앱으로 제작 범위를 넓히고 있다.

△ 50인 미만의 영세 기업만이 앱을 사용할 수 있는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50인 이하의 영세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현재 우리 앱을 사용하는 대기업도 상당수 있다. 이는 우리가 제공하는 앱이 무겁고 복잡한 것이 아니라 가볍고 독립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기능이 포함된 고급 복합 앱을 사용하기 위해 회원으로 등록한 큰 기업도 여러 곳 있다. 물론 영세 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도 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 앱을 활용해 효과를 본 기업 등 사례가 있는가

다수 기업이 직간접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반도체, LCD, 광학기기 등 제조장비 속 정비부품을 개발, 가공, 생산하고 있는 A 업체의 경우 엑셀로 관리하던 재고 업무를 제조용 앱으로 대체한 뒤 25% 정도 시간을 절약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재고 보유액을 15% 절감하는 등 관리 업무와 비용 절감 측면에서 상당 부분 이익을 본 것으로 알고 있다.

△ 제조용 앱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제작되는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제조용 앱스토어’와 PNP 플랫폼 등을 기획했다. 이는 언급한 것처럼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같은 일종의 시장의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이곳에 올라와 있는 앱은 ICT 전문 업체와의 협업으로 제작된다.

우선 사업 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현장 동향을 사전 파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어떤 종류의 앱이 필요한지에 대한 전체 회의를 진행한다. 회의를 거쳐 기획된 앱을 ICT 전문 업체가 제작하고 있다. 검수와 최종 테스트를 완료한 앱이 스토어에 오른다.

앱을 만든 업체에 대한 보상은 국가에서 지원받은 사업비로 지급하고 있다. 현재 10여곳의 ICT 업체 혹은 개인이 주요 앱 개발을 담당 중이다.

△ 앱 개발 공모전을 개최한 적 있다고 들었는데

대학생을 대상으로 앱 개발 공모전을 시행한 적 있다. 개발자의 풀을 넓힘과 동시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채용하기 위함이었다. 아주대, 홍익대 등에서 다수 학생이 공모전에 참여했는데 참신한 아이디어 중 일부를 채택해 현업에 맞게 수정한 앱을 만들었다. 당시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앱 5~6개 정도가 현재 앱스토어에 올라와 있다.

△ 모바일 앱은 파편화된 운영체제(OS)에 모두 대응하는가

모바일 앱도 일부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에서만 독자적으로 운용되는 방식의 앱은 아니다. PNP 플랫폼에서 사용하고 있는 앱 중 일부가 모바일과 연동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모바일 기기에서 기능 중 일부를 모니터링, 입력, 조작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현재는 안드로이드 OS만을 대상으로 앱을 제공하고 있다. 애플 OS에 대응하는 앱은 개발 중이다. 올 하반기 두 가지 OS를 모두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해당 사업은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가

‘제조용 앱 보급’은 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일종의 복지 사업이다. 따라서 우리는 수익을 발생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 2018년까지 계속 무료 방침을 유지할 생각이다. 다만 정부의 지원이 종료되기 전까지 ‘제조용 앱스토어’를 최대한 널리 알려 업체 다수가 이를 활용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그래야만 사업이 종료된 후 플랫폼을 이전받은 민간업체가 이를 자생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 유료화는 언제 어떻게 진행할 예정인가

2018년까지 플랫폼을 최대한 활성화한 다음 민간업체에 이전하는 시점을 시발점으로 유료화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업이 이관되는 순간부터 모든 앱이 일괄 유료화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무료로 배포했던 앱은 유료화하지 않을 방침이다. 또한 민간업체 이전 후 새롭게 제작되는 앱의 경우에도 고급 기능이 포함되지 않은 기본적인 앱은 무료로 배포하는 방향으로 계약할 생각이다.

영세 업체들이 앱을 무료로 사용하는 도중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플랫폼 이전 시 확실한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며 해당 내용을 각 업체가 확인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고 공지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각 마켓에 올라와 있는 무료 앱과 유료 앱의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 앱 작업 시 보안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가

우리가 기획한 앱스토어는 ICT 전문 업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업체 보안 시스템의 보호를 받고 있다. 또한 아이디·패스워드·핀 방식 적용, 기업별 데이터베이스(DB) 분리 등 물리적·논리적인 자체 보안도 시행 중이다.

그리고 개발 설계, 엔지니어링 관련 앱 데이터는 클라우드 서비스뿐만 아니라 각 업체 컴퓨터(PC)에 직접 저장할 수 있게 했다. 기술·보안 상 문제 소지가 있는 자료는 로컬 PC에, 범용적인 자료는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 ‘제조용 앱 보급사업’의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지난해까지 총 233개 기업이 앱스토어 회원으로 등록돼 있으며 앱 다운로드는 1646회 이뤄졌다. 등록된 앱은 106개 수준이다. 올해 사업 목표는 80개 이상 기업 신규 회원가입, 신규 앱 다운 600회 이상으로 잡았다. 새로운 앱 25개도 현재 제작 중이다.

아울러 ‘제조용 앱 보급사업’이 널리 알려져 소규모 제조기업이 업무에 ICT를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또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앱 제작 업체 다수가 사업에 참여해 개발에 능력을 발휘함과 동시에 업체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이를 통해 앱스토어 내 거래가 활발해진다면 수요자인 제조기업과 공급자인 ICT 업체 모두 ‘윈윈’하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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