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터졌다…브레이브걸스 대박에 투자자도 방긋?

발표 4년 만에 국내·외 음원 차트 휩쓴 '롤린'
용감한형제, 투자자들 손익은?
  • 등록 2021-03-26 오전 8:35:56

    수정 2021-03-26 오전 9:32:0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걸그룹 브레이브걸스가 바닥을 치고 올라오기까지 4년이 걸렸다. 멤버 4명 중 막내인 유나는 바닥에서 말했다.

“누워있으면 그냥 밑으로 확 꺼지는 기분이야.”

브레이브걸스 유나 (사진=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브레이브걸스는 작곡가 겸 프로듀서 용감한형제(강동철·이하 용형)가 2011년 선보인 1호 그룹이다. 지금도 용형의 회사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인터넷 홈페이지 ‘아티스트’ 소개 화면에는 브레이브걸스가 가장 위에 있다.

브레이브걸스가 노래 ‘롤린(Rollin)’을 발표한 것은 2017년 3월이다. 이 곡이 최근 주요 음원 차트를 휩쓸기까지 긴 시간을 버틴 것은 그룹 멤버들뿐 아니다. 회사도 그랬다.

용형의 브레이브엔터는 자본금 2억원으로 시작해 현재 자본금은 40억원으로 불어났다. 1주당 1만원짜리 신주를 발행해 증자(자본금 증액)한 것을 제외하면 그간 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외부 투자금을 유치했다.

브레이브엔터가 증시에 상장하면 투자자가 투자 원금 대신 브레이브엔터의 신주를 받을 수 있는 회사채를 찍어 사업 자금을 마련한 것이다.

단위:억원, 자료: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및 업계
용형이 직접 대표이사에 취임한 2014년 회사 사정은 썩 괜찮았다. 브레이브엔터는 2014년과 2015년 두 번에 걸쳐 CB를 발행해 45억원을 조달했다. 이중 35억원은 채권 발행 1년여 만에 원금을 전액 상환했다. 브레이브엔터가 서울 역삼동 사옥을 세운 것도 이 시기다.

홍콩계 사모펀드 AID파트너스는 2015년 브레이브엔터 CB 투자에 2216만 홍콩달러(약 32억원)를 베팅했다. AID파트너스는 글로벌 레코드 회사 EMI를 인수한 아시아의 ‘큰손’ 투자회사다. 브레이브엔터의 전망이 밝다고 보고 선뜻 투자금을 내준 셈이다.

그러나 이후 투자 유치 실적은 둔화했다.

롤린 발표 이듬해인 2018년 보광창업투자는 브레이브엔터 CB 1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보광창업투자는 아모레퍼시픽(090430) 서경배 회장 큰딸 민정씨의 시아버지가 최대 주주인 벤처캐피털(VC)이다.

2019년엔 라구나인베스트먼트가 브레이브엔터 CB 5억원 규모를 인수했다. 라구나인베는 코스닥 상장 게임회사인 조이시티(067000)가 지분 51%를 들고 있는 자회사다.

성장하는 신생 기업엔 갈수록 많은 투자금이 모인다. 하지만 브레이브엔터는 달랐다. 지난해 이 회사가 CB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예년에 크게 못 미치는 4억원. 한 상장사가 돈을 댔다고 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소속 가수가 크게 빛을 보지 못한 데다 작년엔 코로나19까지 겹쳐 업계가 전반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라고 했다.

브레이브엔터는 브레이브걸스를 비롯해 빅스타, 사무엘, 마부스, 차쿤, 다크비(DKB) 등 소속 아티스트 중 요샛말로 ‘확 뜬 가수’가 없었다. 이익 나지 않는 사업에 투자마저 끊기면 어떻게 될까? 저작권료 수입 두둑한 대표이사 용형이 사재를 출자해 ‘하드 캐리’ 했을까.

“진짜 너무 살고 싶어. 그런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브레이브걸스 유정 (사진=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브레이브걸스의 둘째 유정은 나이 서른이 되자 자신의 어머니 앞에서 목놓아 울며 이렇게 말했다. 그룹 맏이 민영의 말을 빌리면 “해오던 일을 그만둘 용기도, 다른 걸 새로 시작할 용기도 나지 않기 때문”이다.

브레이브엔터의 전환사채(CB) 투자자들도 비슷한 선택의 갈림길을 맞는다.

보통 CB를 발행한 회사와 투자자는 서로 옵션을 나눠 갖는다. 채권 만기 전에 투자자가 원리금의 조기 상환을 요구하거나 회사가 투자자의 CB를 다시 사들일 수 있다.

브레이브엔터의 56억원 규모 CB를 보유한 기존 투자자들도 회사에 채권 만기 전 빚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다. 증시 상장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투자금 상환 능력이 의심스럽다면 얼마든지 돈을 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기관들은 투자금 회수를 택하지 않았다. 일반 회사채보다 적은 이자를 받으면서도 브레이브엔터가 ‘해오던 일 계속하라’고 기다려온 셈이다.

브레이브걸스가 투자자의 도움을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롤린의 역주행 신화 시작부터 그랬다.

브레이브엔터는 지난 2016년 브레이브걸스의 새 미니 앨범 롤린 제작비를 ‘크라우드 펀딩(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것)’을 통해 마련했다. 팬 겸 개인 투자자들이 십시일반 돈을 냈다. 모금 목표액은 1000만원이었으나 석 달 만에 2057만원이 모였다.

투자의 대가는 브레이브걸스 사인 음반, 명예 제작자 증서, 친필 편지, 멤버와의 영상 통화, 식사 기회 등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아, 내가 바닥을 쳤구나…”

브레이브걸스 멤버들은 긴 무명 생활의 복판에서 이처럼 느꼈다고 한다. 유튜브에서 그들의 노래 롤린의 군부대 공연 영상이 뜻밖의 열풍을 낳기 직전의 일이다.

멤버들은 인생의 바닥에서 대박으로 직행했지만, 회사는 아직 갈 길이 한참 멀다.

“브레이브걸스로 인한 수익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증시 상장은 아직은 장기적인 목표죠.”

브레이브엔터 관계자는 말했다. 전환사채(CB) 투자자들도 향후 브레이브엔터가 상장해 CB의 주식 전환가격보다 높은 주가를 형성해야 ‘투자 대박’을 낼 수 있다.

브레이브엔터가 지난해 신규 투자를 유치하며 인정받은 기업 가치는 240억원이다. 작년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빅히트(352820)엔터테인먼트(새 이름 하이브)의 현재 시가총액은 약 8조원이다. 둘 사이 약 350배 차이가 난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민영(별명 메보좌), 유정(꼬북좌), 은지(왕눈좌, 콘치, 홍은지), 유나(단발좌) 브레이브걸스 멤버 4명이 처음으로 성공의 운전대를 잡고 시동을 건다.

브레이브걸스. 왼쪽부터 은지, 유정, 민영, 유나. (사진=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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