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인터뷰를 한 중견 배우의 말이었다. 작품 연장선상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그는 짐짓 선을 그으며 “쓰지 말아 달라”는 단서를 단 후 한참 답변을 늘어놨다. 이런 주장을 덧붙였다.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산다.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주제는 독이 될 수 있다.” 해당 분야에서 입지가 굳건한 그였다. ‘그럴수록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면 좋을텐데’가 당시 속내였다.
요즘엔 그런 소재가 하나 더 추가됐다. 페미니즘이다. 배우 오초희는 ‘이수역 폭행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SNS에 남겼다 된서리를 맞았다. 배우 유아인처럼 네티즌과 설전을 벌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 이유 불문 사죄로 끝난다. 오초희도 그랬다. 레드벨벳 아이린이나 에이핑크 손나은은 관련 서적이나 아이템이 포착돼, 배우 정유미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출연한다는 명목으로 공격의 대상이 됐다.
정치도, 종교도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함에 있다. 페미니즘도 잘 활용하면 ‘가부장제 피해자’ 남성과 ‘항상 당하며 산’ 여성 모두를 구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마치 혐오의 다른 표현이 돼버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SNS와 댓글로 물고 뜯을지 모른다. 여전히 탄탄대로를 걷는 그 중견 배우의 씁쓸한 통찰력이 떠오르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