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페미니즘에 입다문 스타들

  • 등록 2018-11-18 오후 4:26:07

    수정 2018-11-18 오후 4:30:02

래퍼 산이(사진=브랜뉴뮤직)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정치랑 종교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몇 년 전 인터뷰를 한 중견 배우의 말이었다. 작품 연장선상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그는 짐짓 선을 그으며 “쓰지 말아 달라”는 단서를 단 후 한참 답변을 늘어놨다. 이런 주장을 덧붙였다.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산다.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주제는 독이 될 수 있다.” 해당 분야에서 입지가 굳건한 그였다. ‘그럴수록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면 좋을텐데’가 당시 속내였다.

요즘엔 그런 소재가 하나 더 추가됐다. 페미니즘이다. 배우 오초희는 ‘이수역 폭행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SNS에 남겼다 된서리를 맞았다. 배우 유아인처럼 네티즌과 설전을 벌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 이유 불문 사죄로 끝난다. 오초희도 그랬다. 레드벨벳 아이린이나 에이핑크 손나은은 관련 서적이나 아이템이 포착돼, 배우 정유미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출연한다는 명목으로 공격의 대상이 됐다.

래퍼 산이는 지난 16일 ‘페미니스트’란 제목의 노래를 발표했다. “여자와 남자가 현시점 동등치 않다는 건 이해 안돼”와 같은 가사는 세간을 시끄럽게 했다. 남녀 혐오를 반대한다는 취지였지만 오히려 갈등에 불을 지폈다. 래퍼 제리케이는 ‘NO YOU ARE NOT’이란 신곡을 통해 “CEO 고위직 정치인 자리 대신에 지하철 버스 주차장 자리로 내는 생색”, “면제자의 군부심”이라며 산이를 디스했다.

이 같은 현상들 때문에 일부 스타들은 페미니즘의 ‘페미’만 나와도 몸을 사린다. 정당한 비판이나 건설적인 토론은 생략되고 그 자체로 논란이 되기 때문이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단 솔직한 마음도 있다. 예전보다 제 목소리를 내는 스타들이 늘었지만 적어도 페미니즘에 대해선 조심스럽다. 아예 입을 다물거나 혹은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게 매니저들의 이야기다. 숱한 사례가 이를 말해준다.

정치도, 종교도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함에 있다. 페미니즘도 잘 활용하면 ‘가부장제 피해자’ 남성과 ‘항상 당하며 산’ 여성 모두를 구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마치 혐오의 다른 표현이 돼버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SNS와 댓글로 물고 뜯을지 모른다. 여전히 탄탄대로를 걷는 그 중견 배우의 씁쓸한 통찰력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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