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에서] 文대통령 지지율, 왜 아직도 대선 득표율보다 높나?

추석 연휴 직전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 60%대 중후반
안보위기와 인사논란 악재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상태
60%대 중후반 지지율, 대선 때 보수득표율 제외한 것과 비슷
5.9대선 당시 야당후보 전면 등장에도 별다른 영향력 없어
  • 등록 2017-10-04 오후 1:00:00

    수정 2017-10-04 오후 1:00:00

(자료=리얼미터)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고공행진 중입니다. 물론 취임 초 파격소통을 무기로 80%대 중후반을 기록하던 때와 비교해보면 다소 하락한 편입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60%대 중후반을 기록 중입니다. 취임초 지지율이 워낙 높다보니 60%대 중반대의 지지율에도 ‘취임 후 최저치’라는 역설적인 수식어가 붙을 정도입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벌써 5개월이 흘렀지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견고한 편입니다. 야당 및 언론과의 허니문이 끝난 지 오래입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전을 노리는 야당은 “적폐청산이 아닌 정치보복”이라며 벌써부터 문재인정부와 날카로운 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더구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지속되면서 한반도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등 외교안보상 악재가 적지 않습니다. 국민적 환호를 받았던 인사문제 역시 막판으로 갈수록 잡음이 불거지면서 적잖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래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견고합니다. 왜일까요?

대선 득표율 41% vs 취임 후 최저치가 60%대 중반

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은 41.08%였습니다. 국민 10명 중 4명 정도가 지지했다는 의미입니다. 대선 이후에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낮게는 80%대 중반부터 높게는 90% 안팎을 넘나들었습니다. 대선 득표율의 두 배 이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취임 100일 지지율(8월 3주차)은 78%였습니다. 노태우 57%, 김대중 62%, 노무현 40%, 이명박 21%, 박근혜 53% 등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도 엄청난 수준입니다. 문 대통령과 유사한 취임초 지지율 고공행진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일합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문민정부 당시 금융실명제, 하나회 숙청,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등 각종 개혁조치로 취임 100일 지지율이 무려 83%에 달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추석 연휴 직전 한국갤럽의 9월 4주차 조사에서 65%를 기록했습니다. 한 달 반 전인 취임 100일 지지율과 비교하면 10% 이상이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급격한 하락세는 아닙니다. 리얼미터의 추석연휴 직전 조사(9월 4주차)에서도 67.7%를 기록했습니다. 여전히 대선 때 득표율보다 20% 포인트 이상 높습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19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아닌 다른 정치인을 선택했던 유권자층이 여전히 문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문재인(41.1%) 홍준표(24.0%) 안철수(21.4%) 유승민(6.76%) 심상정(6.17%). 19대 대선 득표율을 고려하면 60%대 중후반이라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문재인+안철수+심상정 투표층의 합계가 유사한 수준입니다. 보수후보로 분류되는 홍준표+유승민 투표층의 합계가 대략 30%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보다 뚜렷해집니다.

박근혜 기저효과로만 지지율이 높은 건 아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것은 이른바 ‘박근혜 기저효과’로 설명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 연말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과 촛불시위에 이어 대통령 탄핵사태까지 거치면서 조기 대선이 열렸습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은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특히 전임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뚜렷이 대비되는 문 대통령의 파격적이고 활발한 소통행보는 인기의 비결입니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대비에서만 찾을 수 없습니다. 안보위기와 인사논란은 명확한 지지율 하락 요인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외교안보와 인사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대처와 접근 방식이 60%대 지지율 유지의 동력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대선 득표율보다 훨씬 높은 60%대 중후반의 지지율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여론이 여전히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거두지 않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안보위기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말폭탄 논란과 미치광이 전략 속에서 대한민국이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힘든 측면이 적지 않습니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대한민국으로서는 군사옵션의 사용에 동의할 수도 없고 대화의 끈을 놓을 수도 없습니다. 더구나 외교안보분야에서 초당적 협력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 대통령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입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의 경우 청와대 초청 회동에 2번이나 불참한 게 대표적입니다. 여야 협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여야정 국정협의체는 아직 시동도 걸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사논란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대선과정에서 약속했던 5대 기준 원칙을 지키고 못했고 1기 내각 구성 막바지로 갈수록 잡음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안경환, 조대엽, 박기영, 박성진 등 고위 공 직후보자의 낙마사태도 이어졌습니다. 다만 조기 대선의 여파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조차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인사문제를 컨트롤해왔습니다. 또 권력감시와 견제라는 명분으로 야당의 검증공세는 그 어느 때보다 거셌지만 맹목적인 발목잡기라는 여론도 상당했습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장관에 대한 반대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안 처리에서 부결 사태가 대표적입니다. 아울러 여성장관 30% 달성이라는 상징적인 효과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게인 5.9 대선 구도, 라이벌 없는 文대통령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60%대 중반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결정적 이유는 한마디로 라이벌이 없기 때문입니다. 역대 모든 대통령은 대선 당선 때 권력의 최고 정점을 찍었습니다. 물론 인수위 시절 엄청난 권력을 행사하며 대통령의 위세를 과시하지만 한때에 불과합니다.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는 줄곧 내리막길입니다. 왜냐면 여야 정치권에는 현직 대통령과 맞장을 뜰 수 있는 강력한 미래권력이 항상 존재해왔기 때문입니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보면 문 대통령은 정치적 구조에서는 가장 유리한 환경에서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집권 이후 김영삼, 김대중이라는 강력한 미래권력이, 김영삼 대통령도 김대중이라는 정치적 라이벌이, 김대중 대통령 역시 이회창이라는 막강 권력이 존재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박근혜라는 선거의 여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직 임기 초반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아무도 없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비교해보면 더욱 뚜렷합니다.

IMF 외환위기 사태라는 국난 속에서 대통령에 오른 김대중은 전직 대통령 김영삼은 물론 대선 라이벌 이회창, 이인제의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DJP연대를 통한 집권이었기 때문에 불완전한 정치상황도 줄곧 이어졌습니다. 국정농단에 따른 대통령 탄핵사태 이후 대통령에 오른 문재인은 적수가 없습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는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습니다. 대선 라이벌 역시 지난 대선에서 참패했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등 5.9 대선 당시 경쟁자들이 정치 전면에 나섰지만 대통령 견제보다는 내부 집안사정이 더 복잡한 상황입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생존을 모색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기등판입니다. 또 문 대통령이 양당 구조의 대선이 아니라 사상 유례없는 5자 구도 대선에서 합종연횡 없이 단독집권했다는 점도 강점입니다. 아울러 여권 내부에서 미래 권력으로 불리는 정치인들 역시 문 대통령의 카리스마 앞에서 별다른 운신의 폭도 사실 없습니다. 정치는 생물이라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라이벌은 아직은 문재인 대통령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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