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i카페] 3000만이 바뀔까, 네이버가 바뀔까

  • 등록 2018-10-13 오후 1:03:00

    수정 2018-10-13 오후 1:03:0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네이버가 아마 창사 이래 최대 모험을 펼칩니다. 우리로 치면 조선일보가 지면신문을 버리고 온라인으로 가겠다고 하는 것만큼의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난 수요일이죠, 10일 네이버는 모바일 홈페이지 개편안을 공개했습니다. 이날의 행사는 네이버가 자신의 플랫폼에 쇼핑 물품이나 콘텐츠를 공급하는 이들과의 소통과 만남을 위해 하는 ‘커넥트’였습니다. 네이버에 상품을 등록하거나 콘텐츠를 올리는 이들에게 자사 서비스 계획이나 개편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였던 것이지요.

사실 이런 행사는 기자들이 잘 챙기지 않습니다. 그렇게 특별한 얘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술이라고 해도 기자들은 미리 봤거나 보도자료 등으로 접했던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날은 좀 달랐습니다. 네이버 모바일 메인 페이지가 전면적으로 바뀌고 이를 공개하는 날이었던 것이죠.

10일 네이버커넥트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 (네이버 제공)
네이버 모바일의 하루 방문자 수가 어느정도 되는지 아세요? 네이버에 따르면 약 3000만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5000만이라고 하면 성인 대부분은 하루에 한 번 이상 네이버를 방문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들이 네이버를 방문하는 이유는 제각각입니다. 검색이 목적이라는 분도 있고 뉴스 보기라는 분도 적지 않아요.

지디넷코리아가 오픈서베이에 의뢰해서 나온 조사 결과에 따르면, 네이버와 다음 앱 첫 화면에 만약 하나의 콘텐츠 노출만 한다면 뭘 하겠냐는 질문에 41.4%가 최신 주요 뉴스라고 답했습니다. 2위가 생활정보 18.6%, 3위가 검색 14.6%였습니다. 의외로 사람들은 뉴스를 보기 위해 네이버 앱을 실행시켜 본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네이버는 가장 큰 수요인 이 뉴스를 첫 화면에서 빼서 두번째 화면으로 가져갑니다. 바뀐 네이버 모바일 메인페이지, 아직은 베타테스트 중입니다만은, 그린 닷이라고 화면 하단에 있는 버튼을 한 번 눌러야지 뉴스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눌러진 뉴스 화면으로 간다고 해도 예전 뉴스 보기와는 사뭇 달라집니다. 그동안 네이버의 큐레이션에 길들여진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색하기 짝이 없죠. 자기가 구독하는 언론사 뉴스와 나에게 맞는 맞춤형 뉴스 기사가 짝처럼 올라옵니다. 이중 하나를 빼거나 할 수는 없어요.

인터넷 비즈니스, 특히 수백만, 수천만의 방문자가 있는 웹페이지에서 클릭 한 번 추가가 가져오는 악영향은 익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들은 작은 클릭질 하나 더 하는 것도 귀찮아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간편하게 제공해야한다는 게 인터넷 비즈니스, 특히 웹이나 앱을 구성하는 디자이너들의 강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소 1000만 이상의 사람들은 뉴스를 보기 위해 네이버에 들어오는데, 한 번더 클릭을 해야하니, 네이버 입장에서는 대단한 모험일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행사 날 한성숙 대표도 이렇게 말했어요. 3000만의 습관을 바꿔야 하는 것에 자신들의 미래가 있다고. 현재 계속 그대로 있다가는 언젠가 도태될 수 있다라는 불안감이 잔뜩 베어져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네이버의 변화를 이끈 요소는 외부 정치적인 영향과 젊은 세대의 이탈, 두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외부 정치적인 영향은 바로 드루킹 사태입니다.

올 1월 네이버는 분당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합니다. 자신들이 네이버 뉴스의 댓글을 조작하는 것을 방조한다라는 의심이 나오고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가자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수사를 의뢰한 것이죠. 자신들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인 것이죠. 자신들은 뉴스 배치나 댓글 관리에 있어서 어떤 정치적인 노림수가 없다라는 것을 보이고 싶었던 것이죠.

그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은 네이버를 공격하는 이른바 구 여권이 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2011년~2012년 인기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 이런 얘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국가가 조직적으로 개입해서 여론을 조작하고 댓글을 이용했다는 내용이죠. 매크로 프로그램은 이중 하나였던 것이었고요. 실제 국가 기관의 조직적 개입은 현정권 들어와 어느정도 사실로 드러납니다.

그런데 수사 결과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드루킹이라는 정치 낭인이자 파워블로거가 민주당 당원이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죠. 자유한국당은 이를 정치 공세 삼아서 공격을 합니다. 당의 존립을 위한 지푸라기 잡기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당내 행사를 네이버 사옥 앞에서 열고,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해 자유한국당 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네이버 경영진들과 직접 간담회를 열기도 합니다.

이들은 몇달전, 혹은 몇주전 기사 사례를 들고와 네이버 경영진을 압박합니다. 골자는 네이버가 편파적으로 기사 배치를 한다는 것이었죠. 네이버가 뉴스 사업을 그만둬야 한다고까지 주장을 했고요. <관련뉴스 : 한국당 의원들 “네이버뉴스 아웃링크 도입하라” 호통과 압박 (간담회), 이데일리 4월 25일 온라인 기사>

그런데 이 수(手)는 자유한국당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쟁점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였습니다. 네이버라는 기업은 중요 주시 대상이었고요.

대표가 직접 나와 얘기를 했는데도 진정이 안되던 드루킹 사태는 6월 지방선거 종료후 쑥 들어갑니다. 주변 얘기가 된 것이죠. 자유한국당이 드루킹 사태를 들어 현 정부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정치 쟁점화하려고 했던 계획이 무산됐던 것이죠.

두번째는 시장 요인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네이버를 외면한다는 것이죠. 올해 들어 유튜브가 카카오톡을 제치고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이 됐어요. 사용 시간으로 보면 압도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와이즈앱이라는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유튜브의 사용 시간은 지난 2월 257억분이 됩니다. 한국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한달간 유튜브를 상요한 시간의 총량을 계산한 것입니다.

카카오톡이 179억분, 네이버가 126억분입니다.문제는 네이버가 2017년 3월 이후로 모바일 페이지 사용 시간이 정체를 너머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이예요. 지난 3월 네이버의 사용 시간은 144억분이었고 유튜브는 185억분이었는데, 유튜브는 50% 가까운 신장률을 보였고, 네이버는 10% 넘게 감소했죠. 이런 이탈은 10대와 20대의 이탈과 맞물려 있습니다.

한성숙 대표도 직접 이를 언급했고요. 지금처럼 편하게 간다면 평작은 하겠지만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했죠. 결국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10대와 20대가 들어와 볼 수 있도록, 이미지와 영상을 쉽게 검색해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이죠. 이것은 3000만 우리 국민의 생활 습관을 네이버가 바꾸겠다는 의도로까지 해석 됩니다.

세번째는 커머스 영역의 강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검색 광고와 디스플레이(혹은 배너)광고는 한계점에 부딪혔습니다. 좁은 모바일 화면에서는 PC 때처럼 활발한 광고 매출을 올리기 힘듭니다. 결국은 상거래 플랫폼으로, 사용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역할’이 필요했던 것이죠.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던 광장에서 갖가지 상품이 오가는 시장으로 변모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입니다.

네이버의 시도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일단 두고봐야할 것 같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뉴스를 보기 위해 네이버를 방문합니다. 이 습관이 쉽사리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 봅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구글로 갈까요? 결국 두가지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먼저는 경쟁 포털 다음 뉴스로 옮겨가는 수요입니다. 이건 한국 인터넷 산업을 위해 좋은 일일 수 있습니다. 네이버의 독점적 시장 지위가 약화되는 것이니까요. 이번기회를 통해서 뉴스 큐레이션 스타트업들이 나와 미디어 혁신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두번째는 생활 습관을 바꿔 네이버에 그대로 남는다이겠죠. 언론사 홈페이지로 직접 뉴스를 보러 가는 수요도 있겠군요. 그러나 우리나라 사용자들이 매체 성향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뉴스를 보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특정 뉴스 사이트의 트래픽이 괄목하게 올라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더군다나 이들 서버의 뉴스 페이지 로딩 속도는 네이버에 미치지 못합니다.

네이버의 고민중 하나인 10대·20대의 이탈은 잦아들까요? 다시 이들이 돌아올까요?

10대와 20대의 이탈은 네이버가 텍스트 위주의 UI를 갖고 있기 때문이긴 합니다. 그러나 유튜브가 더 재미있고 얻을 게 많다는 게 큰 이유입니다. 유튜브 내 다양한 콘텐츠가 자발적으로 올라가고, 그 안에서 수익이 창출되는 생태계까지 있는데, 네이버가 이를 넘을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한 대표도 동영상 대결로는 유튜브를 도저히 이기기 힘들 것으로 여기고 있을 것입니다.

이번 네이버 모바일 개편은 네이버가 살아남기 위한 최대 몸부림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한 기업의 변신이 시장에 따른 능동적인 시도가 아니라, 정치적이거나 사회 환경적인 변화 혹은 공격에 따라 타의적으로 선택했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네이버 본인들은 그렇게 얘기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구글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몇 안되는 플랫폼이 네이버입니다. 이번 모바일 홈페이지 개편 시도는 구글에 몰린 네이버의 마지막 시도이자 돌파구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도전을 분명 응원 받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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