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시장이슈)⑩슈퍼개미 신드롬

개인투자자가 경영참여 내세워 대량 지분 매수
슈퍼메뚜기 슈퍼외국인 등 짝퉁 슈퍼개미도 등장
  • 등록 2004-12-29 오전 10:20:04

    수정 2004-12-29 오전 10:20:04

[edaily 이진우기자] 지난 1월 초 4000원을 밑돌던 주가가 석달만에 9만원이 됐다. 무려 25배다. 주식이라기보다는 로또나 경마에 가깝다. 도대체 어떤 종목이야? 투자자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서울식품. 한 개인투자자가 장내에서 지분을 사들이면서 경영권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촉매로 주가가 그처럼 급등한 것이다. 1월 초 1000원도 안되던 서울식품의 주가는 감자를 거쳐 9만2000원까지 올랐고 그때부터 생겨난 학습효과로 개인투자자가 지분을 대거 사들이기만 하면 주가는 급등했다. 이른바 "슈퍼개미 신드롬"이었다. 서울식품 주식을 사들였던 개인투자자 경규철 씨는 "원조 슈퍼개미"라는 별명을 얻었다. 3월초에는 남한제지와 한국금속에도 슈퍼개미들이 달라붙어 주가를 끌어올렸다. 결과적으로 이들이 선언했던 M&A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시장에 남긴 파장은 컸다. ◇ 5%만 넘기면 무조건 슈퍼개미? 처음에는 ①지분을 많이 사들이고 ②경영권 인수의사를 밝힌 개인투자자들만 슈퍼개미라는 칭호를 붙였지만 유사한 사례들이 많아지면서 지분만 많이 사들여도 슈퍼개미로 간주됐다. 지분을 사들인 당사자들은 "단순투자"라고 밝혔지만 언제든지 "경영참여"로 얼굴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기꺼이 그들을 슈퍼개미로 불러줬다. 실제로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목적을 바꾸는 슈퍼개미들이 여럿 생겼고, 그것이 규정상 불법이 아니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특정 개인이 지분만 많이 사면 일단 주가는 상한가를 치고 보는 현상이 나타났다. 실제 이런 사례가 나타나면 그 다음날 언론은 으레 "○○○, 슈퍼개미 등장"이라고 보도했고, 일부 투자자들은 특정 개인이 지분을 5% 이상 사들이면 금감원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점을 이용, 금감원 공시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매수기회를 노렸다. 이들은 모두 "다음 슈퍼개미는 누구냐"가 유일한 관심사였다. ◇ 슈퍼메뚜기 슈퍼외국인..진화하는 슈퍼개미 슈퍼개미가 증시의 화제로 떠오르자 여기저기서 "짝퉁 슈퍼개미"들도 등장했다. 기존의 슈퍼개미들이 적어도 1~2개월에 걸쳐 눈길을 끌고 나서 수차례에 나눠서 차익실현을 하는 스타일이었다면 새로 등장한 슈퍼개미들중에는 자신이 5% 취득 공시를 한 당일에 주식을 모두 처분하는 속전속결형도 있었다. 한 종목에서 재미를 본 슈퍼개미들은 종목을 옮겨다니면서 비슷한 수법으로 차익을 실현했다. 서울식품에서 재미를 봤던 경규철 씨는 6월 말부터 한국슈넬제약 지분을 대거 매입해서 17%의 지분을 가진 주요주주로 부상했다. 한국슈넬제약의 주가는 6월 말부터 2주일 사이 4배로 급등했다. 원조 슈퍼개미로 "25배 대박의 추억"을 안겨준 경 씨의 명성(?)이 주가를 더 자극한 것은 물론이다. 지원철이라는 개인투자자도 신촌사료 ·도드람B&F ·우성사료 ·오픈베이스 등을 옮겨가며 다양한 방법으로 시세차익을 올렸다. 추격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은 대부분 손해를 봤지만, 한발 먼저 사서 한발 먼저 팔면 된다는 식의 불나방식 투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슈퍼개미를 흉내낸 "슈퍼 외국인"도 등장했다. 거래소의 물류업체인 한솔CSN은 "외국인"이라고만 알려진 투자자들이 지분을 대거 사들였다가 주가가 오르면 내다팔고, 다시 사들였다가 개인들이 추격매수하면 차익을 실현하는 슈퍼개미 따라하기를 시도하면서 주가가 크게 출렁거렸다. 삼성물산의 적대적 M&A를 언급했다가 이틀만에 지분을 모두 팔아치운 외국인 큰손 헤르메스 역시 "슈퍼개미와 다를게 뭐냐"는 비아냥을 들었다. ◇ 슈퍼개미도 때로는 쓴맛 지분을 사들인 후 공시를 하고 M&A 가능성을 불러일으킨 후 주가가 오르면 판다. 아주 단순해보이는 작업이지만 역시 늦게 뛰어든 슈퍼개미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10월 들어 방역관련 장비업체인 파루 주식 5.2%를 사들인 한 개인투자자는 주가가 오르자 지분을 열심히 팔았지만 결국 매입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처분할 수 밖에 없었다. 이노티지를 사들인 슈퍼개미도 마찬가지였다. 두 달 만에 20% 넘게 손실을 보고 빠져나왔다. 반짝했던 주가가 차익매물이 나오자 상승폭보다 훨씬 하락했기 때문이다. 슈퍼개미 관련주의 주가는 공시 나오는 날이 꼭지라는 것을 투자자들이 서서히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개인이 지분을 사들이는 걸 막을 수는 없다"며 수수방관하던 금감원도 사태가 심각해지자 슈퍼개미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일부 슈퍼개미들은 차익의 일부를 반환해야 했고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 "난 진짜(?) 슈퍼개미라니깐" 적대적 M&A를 선언한 슈퍼개미가 실제로 경영권을 갖게 되는 경우는 단 한차례도 없다는 게 추격매수를 말리는 증시전문가들의 충고였지만, 실제로 지분을 사들여 경영에 참여하는 슈퍼개미들도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합성수지 전문업체인 세원화성 지분을 사들인 유선철씨는 8월말부터 11월까지 경영참여 목적으로 약 72억원을 투자, 세원화성 주식 30.18%를 확보했다. 유 씨는 이 회사 최대주주가 제안한 공개매수에 응해 25억원의 떳떳한 차익을 남겼다. 거래소 상장기업인 아이브릿지도 슈퍼개미 출신 이사가 탄생했다. 개인 투자자 왕경립 씨는 지난 7월말부터 이달초까지 이 회사 지분 26.86%를 꾸준히 매입, 기존 최대주주인 아이브릿지홀딩스(25.68%)를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왕씨는 결국 아이브릿지의 임시주총에서 새 임원으로 정식 선임됐고 경영진 변경 등 지배구조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증시의 테마주 가운데 가장 민감하고 자극적인 것이 바로 지분경쟁"이라며 "이런 이슈들은 우량종목과 부실종목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 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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