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용익의 록코노믹스]빌리 코건이 27년 만에 기타를 되찾은 사연

  • 등록 2019-03-16 오전 11:33:57

    수정 2019-03-16 오전 11:37:03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뮤지션들은 특정 악기와 함께 연상되곤 한다. 슬래쉬와 깁슨 레스폴, 스티비 레이 본과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지미 페이지와 깁슨 SG 더블넥은 항상 함께 떠오르는 이미지다. 스매싱 펌킨스의 빌리 코건에게는 펜더 스트라토캐스터가 그런 존재였다.

코건은 1990년쯤 스매싱 펌킨스의 드러머 지미 챔벌린에게 275달러를 주고 스트라토캐스터를 샀다. 그 전까지 깁슨 플라잉V를 사용하던 코건은 스트라토캐스터의 색다를 매력에 빠졌고, 이 기타는 스매싱 펌킨스의 음악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밴드의 데뷔 앨범 ‘Gish’를 녹음할 때 사용한 악기여서 코건이 특별히 아꼈다고 한다. 밴드 초기 무대에선 이 기타를 연주하는 코건의 모습을 늘 볼 수 있었다.

그러나 1992년 6월 미국 미시건 디트로이트 공연 직후 코건은 스트라토캐스터를 도난당했다. 공연이 끝난 지 5분도 안 돼 일어난 일이었다. 코건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1만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한 때 현상금을 2만달러로 높이기도 했지만, 최근까지 행방을 알 수 없었다.

기타를 다시 찾은 건 지난달 5일 코건의 친구가 기타 사진 한 장을 보내면서다. 이 기타는 베스 제임스라는 여성이 10여년 전 야드 세일에서 200달러에 구매해 그동안 지하실에 보관 중이었다. 그녀는 몇 달 전 기사를 통해 코건이 분실한 기타에 대한 사연을 접했다고 한다. 해당 기타가 자신의 지하실에 있는 바로 그 기타라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코건 측에 연락을 시도한 끝에 결국 주인을 찾아줄 수 있게 됐다.

코건은 기타가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정말 정말 행복하다. 행복한 날이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빌리 코건이 27년 만에 되찾은 ‘기쉬’ 기타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화면)
마치 연인 사이 같은, 어쩌면 부모와 자식 같은,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연주자와 악기의 사이는 도둑에 의해 종종 갈라진다. 악기 자체가 고가여서 중고시장에 팔기 위해 훔치는 경우도 있지만, 뮤지션의 손때가 묻은 악기를 소유하고 싶은 극성 팬에 의한 도난 사건도 흔하다.

기타 제조업체인 깁슨은 지난 2005년 B.B. 킹의 80세 생일에 맞춰 ‘ES-345 루실’ 프로토타입을 선물했다. 하지만 킹은 2009년 여름 이 기타를 잃어버렸다. 몇 달 후 에릭 다알이라는 사람이 라스베이거스의 전당포에서 기타를 구입했는데, 알고보니 이 기타가 킹이 잃어버린 물건이었다고 한다. 킹은 운 좋게 기타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레드 제플린의 지미 페이지는 지난 1970년 4월 비행기 수하물로 부친 1960년식 깁슨 레스폴 ‘블랙 뷰티’를 잃어버렸다. 페이지가 수많은 스튜디오 세션에서 사용했고, 레드 제플린 활동 초기에도 계속해서 연주하던 악기였다. 다행히 페이지는 지난 2016년 기타 수집가 페리 마굴레프의 도움으로 ‘블랙 뷰티’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악기를 잃어버린 뮤지션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는 것은 아니다.

블랙 사바스의 토니 아이오미는 2010년 7월 로니 제임스 디오 트리뷰트 공연장에서 깁슨 SG 붉은색 커스텀 기타를 분실했다. 그는 기타에 대한 제보를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폴 매카트니는 1969년 비틀스의 마지막 앨범 ‘Let It Be’를 녹음하던 중 영국 런던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호프너 500/1 바이얼린 베이스 기타를 도둑맞았다. ‘함부르크’ 또는 ‘카번’으로 불리던 이 베이스 기타는 캐나다 오타와에 거주하는 ‘수호자’가 모처에 보관 중이라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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