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네타냐후 ‘마이웨이’에 딜레마…아랍 국가들과도 불협화음

블링컨 중동순방…이스라엘·아랍국과 휴전 합의 실패
"아랍권 반이스라엘 정서만 키워…종전 불투명성↑"
친이 유권자냐, 친팔 유권자냐, 바이든 깊어지는 고민
美정부 내부서도 “이스라엘과 거리둬야” 목소리 커져
  • 등록 2023-11-05 오후 5:20:33

    수정 2023-11-05 오후 7:24:4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의 ‘휴전’을 둘러싸고 미국, 이스라엘, 아랍 국가 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미국이 외교적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를 격멸시키되 민간인 희생을 막아야 한다며 이스라엘에 인도주의적 일시 휴전을 요구했지만, 이스라엘은 지상전을 지속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며 이를 거부했다.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이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오른쪽) 미국 국무장관과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한 논의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


블링컨, 이스라엘·아랍국과 일시 휴전 합의 실패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재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을 갖고 인질 석방 등을 위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일시 휴전을 제안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를 거듭 강조하며 “인질 석방이 포함되지 않은 일시적 휴전안은 거부한다”고 잘라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4일 요르단 암만으로 이동해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 아라비아·요르단·이집트 외무장관,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사무총장 등과도 휴전을 논의했으나 입장차만 확인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회의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은 자기 방어에서 전쟁 범죄로 넘어가고 있다.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책임이 없는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무고하게 희생당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은 국제법 위에 군림해선 안 된다. 아랍 국가들은 즉각적인 휴전을 원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하마스를 절멸시켜야 한다는 이스라엘의 입장을 옹호하며 일반적인 휴전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휴전은 하마스가 전열을 정비해 10월 7일에 했던 일을 반복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지금 우리의 견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스라엘은 민간인 사상자를 염두에 둬야 한다”며 가자지구 내 민간인 고통 완화를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 및 실질적 조치에는 동의했다.

앞서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약속했지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급증하면서 국제사회 비판 여론이 확산하는 등 정치적·외교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미국은 지난주부터 인질 협상 및 민간인 희생을 막기 위한 일시 휴전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대응을 전환하고, 이스라엘과 인근 아랍 국가들에 대한 설득에 나선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순방에 나서기 직전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모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어느 쪽에서도 미국이 원하는 휴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아랍 국가들의 반이스라엘 정서만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레바논 무장정파 하마스 등의 전쟁 개입에 따른 확전 가능성도 여전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블링컨 장관과 그의 카운터파트들은 가자지구에서 공격을 중단해야 하는지를 놓고 충돌했다”며 “아랍 국가들은 민간인 희생자에 무책임한 모습에 감정을 담아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등 양측 간 긴장이 극명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쟁 종식을 위한 길이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맞이하며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AFP)


깊어지는 바이든의 고민…내부서도 “이스라엘과 거리둬야”

블링컨 장관의 이번 중동 순방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이스라엘과 사실상 ‘한 몸’으로 여겨지는 미국의 부담도 더욱 확대했다. 특히 내년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재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선거자금을 지원하는 유대계 지지층과 경합주에 몰려 있는 친(親)팔레스타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난제에 봉착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아랍계 미국인들의 지지율은 이미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아랍아메리칸연구소(AAI)가 지난달 23~27일 500명의 아랍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뽑겠다는 응답은 17.4%에 그쳤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 여론은 악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민간인 희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서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숨진 이스라엘인이 1400여명에 달하지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목숨을 잃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은 9488명으로 1만명에 육박한다. 국제사회에서도 미국의 동맹국에서조차 비판·우려가 커지고 있다.

NBC방송은 전·현직 미 관리들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 내부에서 이스라엘이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에 대해 (관리들의) 우려 표명이 늘어나고 있으며, 미국이 이스라엘의 모든 행위를 지지한다는 인식이 생기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세계 무대에서 고립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거리두기를 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CNN방송도 이스라엘이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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