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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정부의 부동산 조이기 정책이 자금 흐름을 뒤바꾸고 있다. 은행의 가계대출이 확 줄어든 대신 정기예금은 급증하고 있다. 투자처를 잃은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가 심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571조3798억원으로 한 달 전인 지난해 말(570조3635억원)보다 1조163억원 증가했다. 작년 12월에 4조원 넘게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증가 폭이 한 달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주춤한 것과 관련이 있다. 지난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07조4845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3678억원 늘었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4조원 넘게 늘었던 것에 비해 그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반면 은행 정기예금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605조5474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월 말(598조3871억원)보다 7조1603억원 증가했다. 특히 농협은행의 경우 한달새 130조1467억원에서 133조5666억원으로 3조원 넘게 늘었다.
최근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건 정부의 부동산 조이기 정책 때문이다. 그 기점은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9·13 대책이다. 지난해 말만 해도 9·13 대책 직전인 8~9월 막차를 탄 주택 계약분의 잔금을 치르는 용도로 은행 대출이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지난해 9월 이후 부동산 매수 심리가 더뎌진 여파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고객의 대출 문의 자체가 줄고 있다”며 “당분간 이런 분위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 입장에서 정기예금을 늘리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자산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1년 이내 단기상품인 정기예금에 가입한 후 관망하려 한다는 게 자산관리전문가(PB)들 분석이다.
만기가 상대적으로 긴 정기적금은 오히려 감소한 것도 그 방증이다. 지난달 말 정기적금 잔액은 37조2272억원으로, 전월 말(37조8022억원)과 비교해 5750억원 줄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예대율 규제로 정기예금을 통해 예수금을 늘려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연 2%대(만기 1년 기준) 고금리 정기예금을 팔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