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신세 된 크리스마스씰···젊은층 기부도 이모티콘·굿즈가 대세

크리스마스씰 모금 달성률 5년 새 92.9%→59.1%
모금 달성률 절반 이상 차지하던 학교서 등돌려
전문가 "시대 요구에 맞게 기부수단도 바꿔야"
  • 등록 2018-12-25 오후 2:56:29

    수정 2018-12-25 오후 2:56:29

대한결핵협회가 발행한 2019년 크리스마스씰.(사진=신중섭 기자)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크리스마스 씰 대신 이모티콘을 살 수 없나요?”

고등학생 노영우(17)양은 연말이면 학교에서 구매 신청을 받는 크리스마스 씰을 수 년째 사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씰을 사봤자 실제로 사용하지도 않고 책상 서랍 구석에 넣어두기 때문이다. 노양은 “차라리 실제로 사용하는 메신저 이모티콘을 판매할 순 없느냐”며 “물론 기부가 주목적이지만 기왕이면 쓸모도 있어야 살 마음이 더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연말이면 기부를 위해 한 묶음씩 구입했던 크리스마스 씰이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의 발달로 메신저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크리스마스 씰을 사용하는 엽서나 편지 등이 등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5년 새 대한결핵협회의 크리스마스 씰 모금 달성률(목표대비 모금액)은 92.9%에서 59.1%로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기술발전 등으로 인한 시대의 변화에 맞춰 기부 수단도 함께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결핵협회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지난 7일 서울 신촌 스타광장에서 ‘2018 크리스마스 씰 모금 캠페인’을 개최했다.(사진=대한결핵협회)


크리스마스 씰 모금 달성률 2013년 이후 하락세

크리스마스 씰은 결핵 퇴치 기금을 모으기 위해 크리스마스 전후에 발행하는 증표다. 1904년 덴마크 우체국 직원인 E.홀벨이 처음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32년 황해도 해주 구세결핵요양원장으로 있던 캐나다 선교사 셔우드 홀이 크리스마스 씰을 처음으로 발행했다. 이후 1953년 대한결핵협회가 창설되면서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씰 모금 운동이 시작됐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씰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대한결핵협회에 따르면 2013년 모금액 목표는 42억원이었는데 39억원 가량이 모여 모금액 달성률 92.9%를 기록했다. 이후 모금액 달성률은 2014년 81.2%(42억원 목표 중 34억원 모금)로 하락했다가 2015년 89.4%(36억원 중 32억원)로 올랐다. 모금액 달성률은 2016년 74.8%로 다시 하락한 뒤 지난해에는 59.1%(46억원 중 27억원)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10대 학생들에게 외면 당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씰 모금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학교 모금의 비중이 낮아졌다. 전체 모금액에서 학교 모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55.9%(22억원)에서 지난해 41.1%(11억원)로 크게 낮아졌다. 경상남도 소재 D고교 교사는 “교직에 몸담은 지 20여 년이 지났다”며 “몇 년 전부터 크리스마스 씰을 사는 학생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담임 교사가 직접 크리스마스 씰을 사서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대한결핵협회, 젊은 층 모금 유도 위해 굿즈도 판매

전문가들은 철 지난 기부수단인 크리스마스 씰 대신 메신저 이모티콘이나 굿즈(특정 인물이나 장르를 주제로 제작하는 상품) 등 시대의 흐름에 맞는 기부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현수 한국기부문화연구소 부소장은 “기부의 진입통로로서 요즘 시대에 맞게 기부 수단이 바뀌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젊은 세대들에게 더 실용적인 무료 이모티콘을 준다거나 기부자로서 정체성을 느끼게 해주는 굿즈를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기부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지 진입통로가 아니라 기부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라며 “기부단체들이 기부금을 잘 활용해 좋은 변화를 만들어 내놓는 모습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결핵협회는 지난해 홍보 차원에서 메신저 무료 이모티콘을 제작해 배부했다. 하지만 높은 비용으로 인해 이를 계속 시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대한결핵협회는 올해 처음으로 대한결핵협회 쇼핑몰과 포털사이트 등 온라인을 통해 퍼즐, 머그컵, 에코백, 담요 등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굿즈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을 모금 활동으로 이끌겠다는 취지다. 박연숙 대한결핵협회 홍보부 차장은 “올해 굿즈를 처음 시작한 만큼 모금액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편이지만 젊은 층에서 굿즈를 많이 구매하고 있다”며 “온라인에 굿즈와 함께 크리스마스 씰도 노출돼 모금액 달성률이 동반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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