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심장 사람에게 이식하는 시대 올까’…농진청 이종이식 연구

2009년 장기이식용 형질전환 돼지 '지노' 개발
지노-믿음이-소망이 거쳐 2016년 사랑이 탄생
심장이식 원숭이 최장 60일 생존…"계속 연구"
  • 등록 2019-01-13 오후 3:00:00

    수정 2019-01-13 오후 3:00:00

농촌진흥청이 임상 적용을 목표로 2016년 개발한 이종이식용 형질전환 돼지 ‘사랑이’. 농진청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난치병에 걸린 사람에게 돼지 장기를 이식해 생명을 연장하는 시대가 올까.

정부 농업연구기관인 농촌진흥청이 2019년 ‘돼지해’를 맞아 올해로 10년이 된 돼지 이종(異種)이식 관련 연구 현황을 13일 소개했다.

인류는 100여년 동안 다른 종의 장기를 난치병 환자에게 이식하기 위한 이종이식을 꿈꿔 왔다. 1963년 미국 툴레인 대학 케이스 림츠마 교수가 침팬지 신장을 환자에게 이식해 9개월을 더 살게 하는 등 부분적인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종이식 과정에서의 면역거부 반응으로 성공 사례는 드물었고 성과도 제한적이었다. 윤리적인 문제도 불거졌다.

2000년 전후 형질전환 돼지 개발은 이종이식 연구에 전환점이 됐다. 영미권 바이오 기업이 이즈음 형질전환 돼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돼지 장기는 크기나 유전자 배열이 사람과 비슷해 인체 이식 가능성이 컸다. 게다가 기존 연구에 사용됐던 영장류보다 번식이 쉽고 빠르다는 연구상의 강점도 있었다.

농진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축산원)도 10년 전인 2009년 ‘지노(XENO)’를 개발했다. 사람에는 없는 알파갈 유전자 일부를 없어 이식 후 몇 분 안에 생기는 초기 면역거부 반응을 줄였다. 지노의 심장을 이식한 원숭이는 43일 동안 생존했다. 농진청은 지난 10년 동안 지노를 수백 마리 번식시켜 관련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2009년 개발한 국내 첫 이종이식용 형질전환 돼지 ‘지노’. 농진청 제공
지노에 이어 ‘믿음이’도 나왔다. 알파갈을 제거한 것은 물론 세포에서 사람 면역유전자인 특정단백질(MCP)을 발현하도록 유전자 2개를 조절했다. 믿음이의 심장을 이식한 원숭이가 60일 동안 생존한 것이다. 각막은 400일 넘게 그 기능을 유지했다. 믿음이와의 교배를 통해 개발한 ‘소망이’도 있다. 3개 유전자를 조절했다. 특정 효소(CD73) 유전자를 발현해 이종이식 후 피가 굳는 현상(혈액 응고)을 줄이려 했다.

가장 최근 성과는 2016년 개발한 ‘사랑이’다. 농진청은 믿음이와 소망이의 교배로 나온 후대 중 조절한 3개 유전자가 모두 들어간 종을 사랑이라고 이름 붙였다. 지노, 믿음이, 소망이의 유전자 편집 내용을 모두 지니고 있어 초급성·급성·혈관성 면역거부 반응을 모두 제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에선 이종이식의 궁극이라 불리는 심장 이식 분야에서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 연말 학술지 ‘네이처’는 돼지 심장을 이식한 원숭이가 6개월 이상 생존했다는 뮌헨대 등 독일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전 최장 생존 기록 57일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의 10%만이 이식용 장기를 확보해 수술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기증 장기는 부족하다. 더욱이 심장은 뇌사 환자처럼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기증이 가능해 사실상 확보가 어렵다. 농진청은 이 문제를 풀고자 이종이식 연구를 앞으로도 이어갈 계획이다.

임기순 농진청 축산원 동물바이오공학과장은 “바이오 이종장기용 돼지 개발의 궁극적인 목표는 임상 적용”이라며 “이 기준에 맞는 연구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추가 연구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국내 두 번째 이종이식용 형질전환 돼지 ‘믿음이’. 농진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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