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가업승계는 부의 대물림…편견이 더 아프다

아스팔트 품질관리 시험기기 생산 흥진정밀 정태련 대표
日은행서 안정적 생활, 창업주 부친 건강문제로 경영 합류
젊은 인재 앞세워 매출 220% 성장, 하지만 富대물림 인식 아픔
가업승계 중인 노재근 코아스 대표 "사후관리 10년 부담" 밝히기도
  • 등록 2019-03-22 오전 9:28:06

    수정 2019-03-22 오전 9:40:42

21일 오후 서울시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가업승계 정책토론회’에서 정태련 흥진정밀 대표(앞줄 오른쪽 첫번째)를 비롯한 토론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제공=중기중앙회)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가업을 힘들게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은 평가받지 못하고, 단순히 부를 대물림한다는 식으로 가업승계에 대해 나쁘게 인식하는 점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정태련 흥진정밀 대표는 6년 전을 돌이킬 때 아찔하기만 하다. 일본 은행에서 근무하며 가족들과 안정적인 삶을 꾸려가던 정 대표. 당시 그의 부친인 정기복 회장은 아스팔트·콘크리트 품질관리용 시험기기 업체인 흥진정밀을 1974년 창업한 이후 경영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정 회장이 칠순을 넘기고 왕성한 경영 활동을 하기엔 버거운 상황에 이르렀다.

정 회장은 아들인 정 대표에게 가업을 물려주는 대신, 회사를 매각하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다녔다. 하지만 그 사이 경쟁자들이 “흥진정밀이 매각을 추진하니 거래할 경우 사후관리(AS)를 받을 수 없다”는 등 악선전을 일삼았다. 이를 참을 수 없었던 정 회장은 장고 끝에 결국 정 대표를 한국으로 불러들여 경영을 맡겼다.

갑작스레 일본 금융계를 떠나 2012년 가업을 이어받은 정 대표는 이후 젊은 인재를 대거 채용하고 회사 색깔을 하나하나 바꿔갔다. 그 결과 지난해 회사 매출액은 그가 합류했던 6년 전과 비교해 220%나 성장했다. 정 대표는 어려움을 겪던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는 데 적지 않은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보람 못지않게 ‘부의 대물림’으로 그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아픔도 켰다.

이는 정 대표가 21일 서울시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가업승계 정책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서 밝힌 내용이다. 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어려운 상황에 놓인 부친에 힘이 되기 위해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가업에 뛰어들었다. 주변을 보면 나와 같은 사례가 적지 않다. 가업승계자들의 노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부분도 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정희 중앙대 교수(전 중소기업학회장) △노재근 코아스 대표 △정태련 흥진정밀 대표 △김근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세무사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현 신한대 이현 교수가 참여했다. 여기에 △김태주 기획재정부 재산소비세정책관 △이준희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정책관이 함께 하며 중소기업 가업승계 지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토론에 나선 이들은 ‘가업승계는 부의 대물림’이라는 낡은 편견에서 벗어나 ‘사회적 자원 육성’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업상속공제제도와 관련, 10년이라는 사후관리기간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 가업승계를 진행 중인 종합가구회사 코아스(071950) 노재근 회장은 이날 가업상속공제제도와 관련, 사후관리 기간을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회장은 “기업인들은 당장 내년사업을 걱정해야 하는 실정인데 10년간 10여 가지에 달하는 까다로운 사후관리 요건을 모두 이행해야 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가업상속공제제도는 중소기업 및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500억원 한도 내에서 가업승계자산 100%를 공제해주는 제도다. 다만 가업승계자는 사후관리기간 10년 동안 △자산 20% 이상 처분하지 말 것 △업종을 변경하지 말 것 △상속인 지분이 감소되지 않을 것 △정규직 근로자 수 평균이 기준 고용인원 100%에 미달하지 않을 것 등 10여 가지 요건을 모두 수행해야 한다. 이들 요건을 불이행할 경우 공제받은 상속세에 가산세까지 추징당해야 한다.

노 회장은 “독일은 5년만 경영해도 85%를 공제해준다. 독일·일본과 같이 5년 혹은 7년으로 기간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고용유지 조건과 업종변경 자율화 등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태련 대표 역시 “해마다 큰 변화를 맞이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10년은 정말 예측 불가능한 기간이다. 2세 경영자 의욕을 상당부분 저하시킨다”며 “10년간 고용인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단서와 함께 같은 업종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기업 혁신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요건들이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가업승계 지원은 부의 대물림도, 특정 기업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성공적인 승계를 통해 기업이 유지될 경우 경제적 부가가치와 함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며, 이러한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밝혔다. 이어 “사후상속뿐 아니라 현장에서 활동 중인 2세들의 책임경영을 위해 사전증여를 활성화해 계획적 승계를 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를 중기중앙회와 공동 주최한 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100년 강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정책 환경 조성을 위해 기획재정위원회가 올 상반기부터 가업승계를 집중 논의해 결론을 조기에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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