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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관심사는 삼성그룹의 본체인 삼성전자의 지분율을 어떻게 더 확보하느냐 하는 점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쳐지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더 견고해졌지만, 통합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여전히 4.06%에 불과하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그친다.
삼성전자는 삼성의 핵심이다. 삼성전자를 확고히 지배하지 않고서는 삼성을 지배할 수 없다. 결국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이 앞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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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나리오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부회장과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은 통합 삼성물산이 유독 삼성SDS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은 4.1%에 불과하지만, 삼성SDS 보유 지분은 17.08%에 달한다.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도 19.06%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해 삼성SDS(018260)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다. 21일 삼성SDS의 주가는 지난 9일과 비교해 17% 이상 상승했다. 삼성SDS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하는 등 실적 부진을 겪고 있지만, 시장은 합병 기대를 주가에 투영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때처럼 삼성전자의 주가가 낮고 삼성SDS의 주가가 높을수록 합쳤을 때 이 부회장의 지분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과 삼성 입장에서는 삼성SDS의 주가 상승이 반갑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현재 상법상 두 회사의 합병를 결정할 때 존속법인이 발행하는 신주가 발행주식의 10%가 넘지 않으면 주주총회가 아니라 이사회 승인만으로 합병 결의가 가능하다는 예외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SDS의 시가총액은 22조9000억원으로 삼성전자(005930)(186조1000억원)의 12% 수준이다. 만약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앞으로로 높게 형성돼 삼성SDS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의 10%를 넘지 않는다면, 주주총회 없이도 삼성전자가 삼성SDS를 흡수합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외국인들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은 삼성 입장에서는 또다시 주주총회를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 소액 주주들의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외국인 주주의 눈치를 봐야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주주총회를 거치더라도 삼성SDS의 합병을 관철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삼성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때처럼 또다시 합병 비율이 논란이 되는 건 매우 부담스런 일이다. 지난 17일 열린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한 소액주주는 “애국심으로 찍어주려고 한다. 그런데 다음부터는 이런 합병 비율로 하면 안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양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결국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오너 입장에서는 삼성SDS의 주가가 상승하는 게 삼성전자와 합쳤을 때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지만,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승인만으로 합병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하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