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파괴한 '최순실 게이트'"…수만 촛불로 타오른 성난 민심(종합)

청계광장 2만여명 시민 촛불집회…"최순실 구속·대통령 하야" 촉구
광화문광장 행진 중 경찰과 대치
청소년·청년·대학가 시국선언도 잇달아
  • 등록 2016-10-29 오후 10:23:10

    수정 2016-10-29 오후 11:25:57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광화문 네거리에서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고준혁 유태환 기자] “최순실을 구속하고 박근혜는 물러나라!”

10월의 마지막 주말인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의혹에 분노한 수만 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철저한 진상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질 만큼 국민적 공분이 큰 때문인지 이날 집회 참가자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끄는 부부와 두 손을 붙잡은 연인, 중·고·대학생, 직장인 등 평범한 시민들이 비선 실세에 휘둘린 현 정권에 분노해 저마다 촛불을 치켜올렸다.

성난 시민들 너도 나도 “하야” 외쳐…행진 중 경찰과 대치도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촛불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만명(경찰 추산 9000명)의 시민들이 모여 현 시국을 비판하는 촛불을 밝혔다. 경찰은 애초 참가 인원을 3000∼4000명 수준으로 예상했으나 이날 참가자는 경찰 추산으로도 예상 인원의 배 이상 웃돌았다. 집회 장소인 청계광장이 가득 차 주변 청계천로에까지 인파가 빼곡하게 운집했다.

이들은 “우리가 지금 저항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반역”이라면서 “오늘의 집회는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모든 거짓에 대한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유례없는 국정 농단이 자행됐음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이번 사건을 민주공화국을 파괴시킨 ‘박근혜 게이트’라 명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 정치인 등도 주최 측이 마련한 무대에 올라 현 정권을 규탄했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지난 3년 8개월 동안 박 대통령은 부정통치를 해왔다. 이미 국정은 독일로 도망갔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통령은 나라의 지배자가 아니라 국민의 머슴이고 대리인일 뿐”이라며 “그런 그가 마치 지배자인 양, 여왕인 양 최순실을 끼고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을 우롱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제는 머리가 희끗해진 왕년의 ‘투사’들도 다시 거리에 나섰다. 지난 1987년 6월 항쟁 당시 서울시청 앞에서 ‘호헌 철폐, 독재 타도’를 외쳤다는 허모(58)씨는 “87년 민주항쟁 때에는 젊은 대학생들이 조직적으로 시위를 이끌고 주도하고 시민들이 뒤를 따르는 분위기였다”며 “이제는 시민 전체가 집회의 주체가 돼 상당히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약 1시간 20분 간의 촛불집회를 마친 이들은 “박근혜는 하야하라, 최순실을 구속하라,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등 구호를 외치면서 광교와 종로1가를 지나 북인사마당까지 행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몰려든 인파 탓에 행진을 하다 광화문광장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에 경찰은 오후 8시 20분쯤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인근으로 진입한 이들에게 “도로를 점거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중단해 달라”면서 “나라를 걱정하는 만큼 성숙한 시민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해산 경고 방송을 했다. 시민들은 “비켜라, 비켜라”를 연호하며 경찰과 대치를 이어갔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78개 중대 약 8000명의 병력을 종로 일대에 배치했으나 다행히 큰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국정농단 의혹 후 첫 주말…각종 집회·시국선언 이어져

앞서 서울 도심 곳곳에서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규탄하고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각종 집회 및 시위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 2시에는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과 청소년행동 ‘여명’,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소속 중·고등학생 20여명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입구에서 ‘박근혜가 망친 민주주의 청소년이 살리자!’ 기자회견을 얼었다. 이들은 “우리도 이틀 밤을 꼬박 새워 기자회견문을 쓰고 인형극을 준비했다”며 “대통령은 그러나 대국민 사과를 녹화방송으로 진행하고 그마저도 자신이 쓴 게 아니란 의혹이 나오고 있다. 남의 힘을 빌려야만 국민 앞에 설 수 있는 대통령이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2016청년총궐기’ ‘한국청년연대’ 등 대학생 200여명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박근혜는 하야하라 분노의 행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막장드라마도 이런 막장드라마가 없다”면서 “이 더러운 네트워크 중심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학가의 시국선언도 계속됐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회는 이날 시국선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는 속히 탄핵절차에 돌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통령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믿고 선출했던 사람은 직무에 대한 이해도도 책임을 질 만한 능력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었다“면서 ”그 아래서 직을 보전하던 이들도 모두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려대·동국대·서강대·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카이스트·한양대·홍익대 등 전국 10개 대학원생들도 공동 시국선언에 나섰다. 이들이 속해 있는 전국 대학원 총학생회 협의회는 이날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 역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능·무책임한 국정개입이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면서 “이같은 국정농단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사필귀정의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성난 민심은 다음달 12일 열릴 예정인 민중총궐기 때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투쟁본부 관계자는 “오늘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다음 주에도 관련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민중총궐기에서는 2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모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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