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랑스럽다” 中 “역사적 이정표”…신냉전시대 오나

미중 회담 입장차 확인…공동발표문 도출 못해
향후 미·중 관계 '강대강' 대치 불가피할듯
냉전 연상…美, 韓日 이어 인도, 中은 러시아 찾아
대내외 보여주기용…협력가능성은 남아있어
  • 등록 2021-03-21 오후 7:15:44

    수정 2021-03-21 오후 9:37:38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 두 번째)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맨 오른쪽). (사진=AFP 제공)
[베이징·뉴욕=이데일리 신정은 김정남 특파원] 알래스카 미중 고위급 회담이 본격적인 신냉전 시대를 알렸다. 공동 성명은 없었고 미국과 중국은 서로 기싸움에서 이겼다고 자부했다. 바이든 행정부 이후 미중 양국이 첫 대화를 시작하긴 했지만 설전으로 끝난 상견례는 앞으로 양국앞에 펼쳐진 험로를 예고했다.

中 인민일보 “알래스카 회담은 역사적 이정표”

21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미중 고위급 회담에 대해 “미중 양측은 각자 대내외 정책을 둘러싸고, 양자 관계 및 공동의 관심사인 중대한 국제 지역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교류를 했다”고 전문가들은 인용해 평가했다.

인민일보는 전날 사설에서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간단하지 않은 문제”라며 “알래스카 회담은 미국의 생각을 바꾸는 역사적 과정의 이정표로 여겨질 것”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양국 대표가 이틀간 세 차례 2+2회담을 하고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양국이 대화를 시작한 자체에 큰 의의가 있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편견을 바로잡는 계기가 됐다는 게 중국 측의 생각이다.

중국 매체들은 물론 네티즌들도 중국 외교관들이 미국에 굴하지 않고 ‘할 말 다했다’며 치켜세웠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회담에서 내뱉은 발언이 담긴 기념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휴대폰 케이스 등에는 ‘내정에 간섭하지 마라’, ‘미국은 우리에게 (인권문제를) 말할 자격이 없다’ 는 메세지가 적혔다. 미국과 대립을 이용해 중국내 애국주의를 자극해 상품화한 제품들이다.

미국 내에서도 이번 회담은 화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알래스카 회담에서 중국에 맞섰던 토니 블링컨 장관에 대해 “자랑스럽다”라고 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부대변인도 “미 대표단은 중국과의 관여에 활기를 불어넣는 원칙, 이익, 가치를 제시하는 데 전념했다”면서 “(중국의) 과장된 외교적 프레젠테이션이 종종 국내 청중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측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측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8~19일 이틀간 세 차례 2+2회담을 진행했다. 올해 1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양국간 고위급 대면 접촉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나라는 입장차만 확인한채 역사적인 첫 회담 후 공동 발표문을 도출하지 못했다. 양국간 갈등은 이미 시작부터 감지됐다. 양측은 모두발언부터 상대의 약점을 부각하기 시작하더니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면서 말 폭탄을 쏟아냈다. 2분씩으로 정해진 모두발언은 1시간이 지나서야 끝날 정도로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블링컨 장관은 “규칙에 기반을 둔 (세계) 질서를 대체하는 건 승자가 독식하는 세계”라며 “이는 훨씬 더 난폭하고 불안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양제츠 정치국원은 “미국은 군사력과 금융의 우위를 다른 나라의 압박을 위해 활용한다”며 “특히 대중 공세를 위해 다른 나라를 선동한다”고 받아쳤다.

회담 후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광범위한 이슈에서 직설적인 대화를 예상했다”며 “전진할 방안을 찾기 위해 동맹들과 협력할 것이고, 앞으로 중국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측 반응 역시 비슷했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솔직하고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며 “물론 여전히 차이점도 있었다”고 전했다. 왕이 부장은 “주권을 방어하려는 중국의 결단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는 점을 미국 측에 분명히 얘기했다”고 전했다.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가운데)과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왼쪽 두번째). (사진=AFP 제공)
“냉전 초기 미국·소련 회담 같아”…협력 가능성 열어놔

양측간의 긴장이 이어지면서 쟁점 현안에 대한 합의 도출은 사실상 어렵고, 남중국해 등 일부 분쟁지역에서의 첨예한 갈등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싱가포르국립대(NUS) 총자이안(莊嘉穎)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불협화음이 예견되기는 했지만 삐걱거림의 정도는 예상 밖이었다”면서 “냉전 초기 미국과 구소련 간 회담과 같았다”고 말했다.

미중 양측은 우방국과 힘을 합치기 위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중국과 회담하기 직전에 한일을 순방했고,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20일 중국과 국경 갈등을 빚고 있는 인도를 방문했다. 중국은 다음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초청한다.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한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양국이 쏟아낸 말폭탄은 국내외 청중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쇼’라는 분석도 있다.

왕융 베이징대 교수는 “양측은 국내 정치 때문에 압력을 받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비난에 직면해 힘을 보여줘야 했다”면서 “하지만 양측은 후속 협상에서는 더 실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의 여지를 열어뒀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중 양국은 신장, 홍콩, 대만 등 많은 이슈에서 충돌했지만 기후 변화, 이란, 북한 등 문제에서는 협력을 모색했다.

중국 내에서는 미중 관계의 개선 가능성에 대한 목소리가 여전하다. 푸잉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미중 관계는 내리막길로 더 가다 결국에는 정상적으로 돌아와 상승세를 탈 것”이라며 “중국과 미국이 우려를 해결하고 동일한 국제적 틀 아래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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