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미국이 전쟁 말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

  • 등록 2017-10-09 오후 2:21:49

    수정 2017-10-09 오후 2:21:49

한강
[이데일리 박미애 기자]소설가 한강이 “우리는 평화가 아닌 어떤 해결책도 의미가 없고, 승리는 공허하며 불가능한 외침일 뿐이다”며 “또 다른 대리전을 절대로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지금, 여기 한반도에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강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에 ‘미국이 전쟁을 언급할 때 한국은 몸서리 친다’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통해 북미갈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한국인들의 심경을 대변했다. 글의 요지는 미국이 전쟁 시나리오를 거론하는 것이 한국인들에게 어떤 의미일지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글은 한 70대 노인이 전쟁 우려로 은행에서 현금을 찾았다가 잃어버린 사건으로 시작된다. 한강은 “한국전쟁 이후 전쟁은 그 노인의 청소년기를 지배해온 경험이었을 것”이라며 그 노인을 헤아렸다. 한강은 “그 노인과 달리 나는 한국전쟁을 겪지 않은 전후 세대”라며 “전후 세대들에게 북한은 때로 일종의 비현실적인 존재로 느껴진다”면서도 “평양은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밖에 걸리지 않으며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 상태라는 현실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상황이 60년간 지속되면서 한국인들은 모순된 무관심과 긴장감에 익숙해져 있다”고 남한에게 북한 복잡한 존재임을 설명했다.

한강은 외국인들이 한국인의 이러한 태도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것에 대해 겉으로는 평범한 일상을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보여도 그렇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는 “수십 년간 축적돼온 긴장과 공포는 우리 내부 깊은 곳에서 파문을 일으켰고 지난 몇 개월 간 뉴스에서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서 긴장감이 점차 증가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사람들은 집과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대피소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고, 추석을 앞두고 과일 상자가 아니라 손전등 라디오 약품 등으로 가득찬 생존 배낭을 가족을 위해 준비한다. 기차역과 공항에서 전쟁 관련 뉴스 방송이 있을 때마다 텔레비전 앞에서 긴장한 얼굴로 화면을 본다”고 얘기했다. 한강은 “우리는 북한이 직접 국경 너머로 핵무기를 시험하고 방사능 누출이 발생하는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점차적으로 현실화되는 말의 전쟁이 두려워진다” “남한에 5000만명이 살고 있고 그 중의 유치원생이 70만명이라는 사실은 단순히 숫자로 얘기될 수 있는 게 아니다”고도 덧붙였다.

한강은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한국인들은 조심스럽게 평온과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전쟁은 누구를 위해 것이냐’고 반문했다. 1980년 광주 항쟁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를 연구하면서 2차 세계대전, 스페인 남북전쟁 스페인 및 보스니아 내전 등도 조사했다는 한강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인간이하로 여길 때 잔혹한 행위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얘기했다.

한강은 “한국전쟁은 강제국들의 대리전이었다”면서 미군이 그 시기에 저지른 수백명의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노근리 학살 사건을 언급, 피란민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으로 봤다. 그러면서 “7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전쟁이 터지면 매일 2만명의 한국인이 살해도리 것이다’ ‘전쟁은 미국이 아닌 한반도에서 일어나니까 걱정하지 마라’ 등의 얘기를 미국에서 매일 같이 듣는다”고 지적했다.

한강은 “이 같은 대치 상황에서 대화와 평화의 해결책을 말하는 남한 정부에 미국 대통령은 ‘그들은 한 가지만 이해한다’고 말하는데 한국인들은 정말 그렇다”며 “우리는 평화가 아닌 해결책은 의미가 없으며 승리는 공허하며 불가능한 외침일 뿐이다. 또 다른 대리전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지금 여기 한반도에 살고 있다”며 평화 이외의 다른 시나리오는 없다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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