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에 '일자리 지키라'는 美, '구조조정하라'는 韓

美정부, 항공업 지원 조건으로 '고용 유지' 의무화
우리 정부, 기업 자구노력 있어야 지원할 수 있어
업계, 대량해고 전 단계 상황.."16만명 실직 위기"
대형사는 화물운송, LCC는 제주노선으로 연명
  • 등록 2020-04-12 오후 4:39:19

    수정 2020-04-12 오후 4:39: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하늘길이 막혀 운항을 하지 못하는 항공기들이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늘어서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미국 정부가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은 항공사들을 지원하면서 지원 조건으로 고용 수준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을 도와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항공업 지원 요건으로 ‘구조조정’을 꺼내 들었다. 미국과 반대로 기업의 몸집(일자리)을 줄이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항공업계에서는 국내 항공산업이 붕괴되면 직간접 연계 일자리 25만개 중 16만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업계 “천재지변으로 어려운데 자구노력하라니” 한탄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항공운송사업자 대상 대출 절차 및 최소요건이 담겨 있는 문서를 만들었다. 이 문서 중 특이할 만한 내용은 “차용자(기업)는 9월 30일까지, 3월 24일 기준으로 가능한 한 고용 수준을 유지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기준 일자 수준에서 10% 이상 고용 수준을 감소시키지 않을 것을 규정한다”고 돼 있다. 대출을 해 주는 대신 해고를 해선 안된다고 의무화한 것이다. 또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이나 구조조정 같은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다만 특정 직원의 총 보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규정 정도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항공업계의 지원 요청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실제 지원을 담당하는 금융당국에서는 기업들이 먼저 자구노력을 하지 않으면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간 의견충돌이 있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국토부는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금융위가 기업들의 자구노력을 이유로 미적대면서 양 부처가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항공업계는 인력 감축에 나섰다. 대한항공(003490)이 창사 50년만에 처음으로 직원 70% 휴업에 들어갔고 아시아나항공(020560)은 직원 절반을 무급휴직하는 등 정리해고 전단계의 조치를 취했다. 이스타항공은 직원 300명을 구조조정한데 이어 지상조업 자회사와의 계약도 해지하기로 하면서 추가로 200여명의 일자리도 없어지게 됐다. 기내식을 납품하는 A사의 경우 운영이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직원의 90%를 해고하는 사례도 나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아무런 조건없이 항공사를 지원하는 것은 항공업이 국가 기간산업으로 중요할 뿐 아니라 이번 피해가 기업들의 사업 실패나 불법행위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란 불가피한 외생변수로 일어났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며 “반면 우리 정부는 천재지변과 같은 일로 기업들이 큰 위기에 빠졌는데 오히려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어 “국내 항공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종사들만해도 25만여명에 달하는 수준”이라며 “이같은 상황이 지속돼 항공산업이 붕괴될 경우 당장 일자리 16만개가 사라지고 GDP(국내총생산) 11조원이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항공기들이 운항을 멈추면서 대한항공 인천 기내식 센터에는 탑승객들에게 음식을 전달할 때 사용하는 밀 카트(Meal Cart)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인천 중구·서울 강서구, 항공기 재산세 감면 결정

이런 가운데 항공업체들은 대형항공사의 경우 화물 수송으로, 저비용항공사(LCC)는 제주노선으로 그나마 연명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전년 같은 대비 2.3% 감소한 16만2000톤의 화물을 운송했고, 아시아나항공도 1.7% 준 10만 6000톤의 화물을 날랐다. 여객운송이 거의 중단된 상태에서 여객기로 화물을 운송해 손실을 줄여보겠다는 복안이다. 화물을 나를 수 있는 큰 항공기가 없어 화물운송 마저 불가능한 LCC의 경우 그나마 제주 노선이 살아난 것이 가뭄의 단비가 되고 있다. 에어서울은 주말에만 2~3편 운항했던 김포~제주 노선을 이달부터 주32편으로 늘렸고, 에어부산도 부산~제주 노선 운항을 주21회에서 35회로, 김포~제주 노선을 주14회에서 21회로 증편했다. 진에어와 제주항공, 티웨이항공도 제주 노선을 확대 운항 중이다.

한편, 인천 중구와 서울 강서구 등 공항이 있는 일부 지자체들이 항공사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항공기 재산세 감면 결정을 하면서 항공사들은 50억원 정도의 비용 절감 혜택을 받았다. 항공협회 관계자는 “제주와 청주, 김해 등 공항이 있는 다른 지자체들에도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며 “크지 않은 금액이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사들에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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