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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격이 좀 맞지가 않네요.”
5일 오전 7시40분께 일본 요코하마에 위치한 도큐호텔. 올해 제17차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장에 나타난 중국 측 인사들은 엄밀히 말해 ‘수장’이 아니었다. 시 야오빈 중국 재무차관과 장 젱신 인민은행 국제국 부국장. 샤오제 중국 재정부장(재무장관)과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 대신 참석한 이들은 한·일 경제 수장들과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들은 미리 와있던 한국 측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일본 측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등과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았다. 이후 오전 7시45분께 나타난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도 중국이 아닌 한국 측과 먼저 인사를 나눴다. 공식 기념촬영이 진행되는 내내 중국 측 인사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저우샤오촨 총재는 통상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왔지만, 특히 샤오제 부장의 불참은 회의 이틀 전인 지난 3일에서야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각에 따라 ‘결례’라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그 이유는 여럿으로 관측된다. 주요 2개국(G2)를 자처하는 중국은 전통의 경제 강국인 일본과 불편한 관계다. 심지어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함께 열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관련 행사들은 일본이 주로 주도한다. 현재 ADB 총재도 나카오 다케히코다. 중국 입장에서는 의도적으로 격을 낮추면서 행사의 힘을 뺄 수 있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자 우리 정책당국 입장에서는 중국과 사드 등 예민한 현안은 정작 논의하지 못했다. 유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중국 측과 따로 만나 사드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한·중·일 3국은 이날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할 것”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지만, 이같은 냉기류에서는 말그대로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