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 급부상한 홍콩 국가보안법…美·中 정면충돌

美, 中 기업 블랙리스트에…홍콩 특별지위 박탈 경고
英·호주 등 반대 성명…전세계 이목 다시 홍콩으로
中 "일국양제 관철…관여말라" 강행 의지 밝혀
국보법 제정되면 시위대 처벌 가능…홍콩시민들 반발
  • 등록 2020-05-24 오후 6:38:39

    수정 2020-05-24 오후 9:22:38

홍콩 시민들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을 반대하며 거리에서 행진하고 있다. 사진=AFP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코로나19 사태로 갈등을 빚어온 미국과 중국이 홍콩 문제를 두고 다시 충돌했다. 그동안 홍콩사태를 지렛대 삼아 중국을 압박해온 미국 뿐 아니라 서구진영 국가들이 일제히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대해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미숙한 대응과 고립주의로 글로벌 리더십에 흠집이 났던 미국은 ‘중국 때리기’에 앞장 서며 중국 견제와 글로벌 리더십 회복이란 일식이조를 노리는 모양새다. 반면 중국은 홍콩사태를 계속 방치할 경우 중국 정치체제에 대한 도전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판단아래 강경대응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美, 中기업 33곳 블랙리스크 추가…홍콩 특별지위 박탈할수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4일 전인대 기자회견에서 홍콩 국보법 도입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에 대해 “홍콩 업무는 중국 내정이며 그 어떠한 외부 간섭을 용인하지 않는다”며 “(국보법은) 홍콩 고도 자치와 주민의 권리 및 자유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홍콩의 외국 투자자에 대한 정당한 권익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중 간 관계에 대해서는 “미국의 일부 정치세력이 미중 관계를 소위 ‘신냉전’으로 몰아가려고 하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며 “이런 위험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며 양국 인민이 다년간 쌓아온 협력 성과를 파멸시키는 것은 물론 미국 자신의 미래 발전을 해치고 세계의 안정과 번영을 해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지식인들이 나서서 제동을 걸어야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정부가 홍콩 국보법 강행을 빌미로 중국을 전방위로 압박한데 따른 반발이다.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 고강도 규제조치를 꺼낸 데 이어 22일(현지시간)에는 중국 회사와 기관 33곳을 미국과의 수출 거래 제한 목록인 일명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대량살상무기(WMD) 및 군사활동과 관련이 있는 기업, 또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인권탄압을 도운 기업들이다.

미국 정부는 또한 중국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을 강행하면 홍콩에 대한 경제·통상 분야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만약 미국이 이 지위를 박탈한다면 홍콩은 미국에 수출할 때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품목에 따라 최고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중국의 홍콩 국보법 제정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규탄 성명을 내고 홍콩의 자치권 유지를 촉구했으며, 영국과 호주·캐나다도 정부차원에서 홍콩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홍콩내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홍콩 시민 수천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였으며 경찰들은 최루탄이 터트리며 진압에 나섰다. 홍콩 민주진영에서는 톈안먼 시위 31주년을 맞는 다음달 4일에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황이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오른쪽)이 호얏셍 마카오 행정장관과 함께 22일 베이징에서 개막한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국보법 제정되면 시위대에 최대 30년 징역형

중국 정부는 이같은 압박에도 홍콩 국보법 제정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홍콩 정부는 지난 2003년 기본법(홍콩의 헌법) 23조에 근거해 국보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50만명에 달하는 홍콩시민이 거리시위에 나서며 반발하자 결국 포기했다.

홍콩 기본법의 제23조는 국가 전복과 반란, 분리독립 행위 등을 처벌할 수 있는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홍콩 차원에서 이를 도입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아래 전인대에서 직접 법을 제정하는 초강수를 뒀다.

앞서 중국 정부는 22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에서 홍콩 국보법 초안에 대한 심의를 시작했다. 정확한 명칭은 ‘홍콩특별행정구의 국가안보를 수호하는 법률제도와 집행기제 수립 및 완비에 관한 전국인민대표대회의 결정(초안)’이다.

중국 정부가 공개한 것은 아직 초안인 만큼 구체적인 처벌 수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법 위반 시 최대 징역 30년형에 처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안은 홍콩 국보법이 홍콩 시위대는 물론이고 미국을 겨냥한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초안은 2019년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를 언급하면서 “반중 홍콩 세력이 공공연하게 ‘홍콩 독립’ ‘자결’ 등을 주장하면서 국가통일을 파괴하고 나라를 분열시키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당시 시위대가 했던 오성홍기 훼손이나 홍콩 주재 공산당 기관 포위 등을 나열하고, 이들이 홍콩인의 ‘반중반공(反中反共)’을 선동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홍콩 귀환 20여년 동안 반중 세력과 외부 적대 세력의 극렬한 방해와 교란으로 23조 입법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마지노선에 도전하는 어떠한 행위도 절대 용납하지 않으며, 국가를 분열시키는 어떠한 행위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초안의 주요 내용은 총 7조로 구성돼 있는데 국가안보를 해치는 행위와 행동을 하는 이들을 처벌하고, 필요에 따라 중국 정부가 홍콩에 국가안보 수호 기관을 설립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중국 정부는 이 법안이 홍콩시민 전체가 아닌 중국 정치체제에 저항하는 ‘소그룹’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홍콩 법에 우선할 수 없다며 홍콩을 달래고 있다.

앨버트 챈 홍콩대 법학교수( 홍콩기본법위원회 위원)는 “중국 국가안보기관이 홍콩 내에 기관을 만들더라도 연락사무소 등과 비슷한 지위에 그칠 것”이라면서 “그들은 홍콩 법률 영역 안에 머물러야 하며 특권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 시작을 알리는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회 회의 개막식이 2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한라장사의 포효
  • 사실은 인형?
  • 사람? 다가가니
  • "폐 끼쳐 죄송"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