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어디로 튈지 모른다"…주식 베팅 줄이는 기관투자가들

현금보유 확대 등 방어적으로 변해
트럼프 경제정책 관망모드..유럽 정치 불확실성도 영향
KBW 나스닥 은행지수 2.8% 하락
금융부문 17주만에 첫 자금 유출
  • 등록 2017-01-23 오전 10:04:42

    수정 2017-01-23 오전 10:29:0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주식 투자에 신중해졌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와 비교하면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성장 위주 정책 공약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식시장이 상승랠리를 펼쳤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지난해 대선 이전에 비해 여전히 6.2% 높은 상태로 최근 69거래일 동안 1% 이상 떨어진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현금 보유를 늘리거나 잠재적인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위험 부담을 줄이는 등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펀드내 현금 보유비중을 지난해 12월 4.8%에서 이달 5.1%까지 늘렸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의 평균 4.5%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및 중국 위안화 평가 절하 우려가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더욱이 일부 투자자들은 지수 하락에 베팅하기도 한다. 금융분석회사 S3파트너스에 따르면 최대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S&P500 ETF 매도포지션은 지난 19일 329억달러로 일주일 전 308억달러에 비해 크게 늘었다. 대선 이후 증시 약세 베팅이 늘어난 것은 2개월여만에 처음이다. 역사적으로도 1928년 이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뒤엔 한 달간 S&P500지수가 평균 0.7% 하락했다. 특히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공화당 출신으로 바뀔 때는 평균 2.6% 떨어져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대선 직후 급등했던 금융주가 지난주 지수를 끌어내렸다는 점도 눈에 띈다. KBW나스닥 은행지수는 취임일 전 5거래일 동안 2.8%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지난 18일까지 일주일 동안 글로벌 금융 섹터에서 7억4900만달러를 회수했다. 글로벌 금융섹터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은 17주 만에 처음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및 이에 따른 상승랠리에 대해 확신을 잃어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 전망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주가에 반영된 결과라고 WSJ은 분석했다. 투자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경제 정책을 내놓을 것인지 좀 더 객관적으로 확인하려고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투자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및 감세 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시행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주가 상승 압력을 누그러뜨리고 있다. 마이클 프레드릭 블랙록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얼마나 다른 정책을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가 주식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보호무역 정책이 가장 큰 정치적 리스크로 꼽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당일인 20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강세로 출발했으나 취임 연설 도중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무역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이익을 반납하며 100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 지수는 연초 대비 0.3% 상승했다. 보스톤프라이빗웰스의 로버트 패블릭 수석전략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핵심 정책에 대한 의제를 내놓는다면 주식 시장이 다시 랠리를 시작할 것이고 나같이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린 사람도 돌아오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시장이 앞서 가고 있다. 다만 당장 현금을 늘리기엔 위험 부담이 다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올해 세계 정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주식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올해 프랑스 대선, 독일 및 네덜란드 총선 등에서 얼마나 포퓰리즘을 이끌어낼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남아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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