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길거리 시체가방 잊었나'…2차 팬데믹 공포에 얼어붙은 뉴욕

美 커지는 2차 팬데믹 우려…하루 5만여명 확진
뉴욕 하루 확진 2000명 육박…5월 이후 최다
뉴저지, '2주간 멈춰 있자' 자발적인 거리두기
  • 등록 2020-10-11 오후 3:54:01

    수정 2020-10-12 오전 1:45:22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주변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정남 특파원)
[뉴욕·뉴저지=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지난 8일(현지시간) 오후 12시께 맨해튼 미드타운 26번가 매디슨 스퀘어 파크 근처. 한창 점심 때인 이 시각, 인근의 한 대형 멕시코 음식점 내부는 손님이 한 테이블만 있었다. 이 식당은 테이블간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포크와 나이프를 미리 세팅해 놨으나, 그저 썰렁하기만 했다.

야외 테이블에 손님이 띄엄띄엄 눈에 띄었다. 손님들이 코로나19 감염을 걱정해 차가운 바람이 부는 섭씨 13도의 싸늘한 날씨에도 실내보다 야외를 택한 것이다. 음식점 주인은 “실내 손님이 거의 없다”며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같은 시각 32번가 코리아타운의 한식당들도 손님이 많지 않았다. 타임스퀘어 근처 주요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본사 1층의 한 대형 햄버거 체인은 ‘영업중(WE ARE OPEN)’ 간판을 내걸었지만, 가게 안은 텅 빈 채였다.

뉴욕주는 맨해튼의 식당 실내 영업을 지난달 30일부터 허가했다. 코로나 방역만큼 자영업자들의 생존도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로부터 일주일. 맨해튼에 위치한 식당은 실내 장사를 하지 않는 식당이 많았다. 당국의 허가에도 불구하고 감염 우려에 장사를 포기한 것이다. 마스크 착용도 다시 늘었다. 맨해튼에서 근무하는 한 인사는 “요즘 길거리에서 마스크 쓴 시민이 부쩍 많이 보인다”고 전했다.

뉴욕주 내에서는 예배당 폐쇄 문제로 폭력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가 10명 이상 신도가 모여 예배하는 것은 금지하자, 브루클린 일대에 모여사는 정통파 유대교도들이 거리가 뛰쳐나와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유대교 지도자들은 예배 금지가 위헌적 조치라며 불복종 입장을 천명하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커지는 美 2차 팬데믹 우려…하루 5만여명 확진

미국 내에서 2차 팬데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초기 핫스팟’ 뉴욕 인근 미국 동부를 필두로 각지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염 사실이 알려진 이후 미국 내에서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공포감이 증폭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CNN 및 CNBC 등은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통계를 인용해 전날 미국에서 5만7420명의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8월14일 하루 6만4601명의 신규 환자가 나온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다.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767만9534명이다.

NYT 등에 따르면 8일 뉴욕주 하루 신규 감염자는 1835명 쏟아졌다. 5월을 정점으로 6월 이후 하루 확진자 수가 500~700명으로 줄어들면서 그나마 잠잠해졌는데, 추워진 날씨와 실내활동이 늘면서 함께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이같은 사태는 뉴욕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최근 사흘 연속 신규 코로나19 환자가 5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미국 전체적으로는 28개주에서 최근 1주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환자가 이전주보다 증가했다. 감소한 주는 메인, 네브래스카 등 2곳뿐이었다. 또 8일 기준으로 22개주에서 1000명이 넘는 신규 환자가 발생했으며, 지난주 대비 미국 전역의 신규 코로나19 환자는 10% 이상 증가했다. 뉴저지주는 8일 5월 이후 최고치인 1301명의 신규 환자가 나왔다.

CNBC는 “신규 확진자가 남부, 동부, 중서부 33개주에서 증가하고 있다”며 “몬태나,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와이오밍 등지에서 계속 급증하고 있고, 위스콘신도 심각한 상황으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며 일평균 확진자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뉴욕주에서는 9일 입원자가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고 CNBC는 전했다.

행사 중단 등 주민들 자발적 방역대책 나서

뉴욕 인근 뉴저지는 비상이 걸렸다. 8일 하루 확진자가 갑자기 1298명까지 폭증했기 때문이다. 5월 이후 볼 수 없었던 숫자다. 감염이 비교적 덜했던 뉴저지 버겐카운티 북부 지역은 개학 한 달이 넘어가며 일부 중학교와 초등학교에서 확진 학생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 시민들은 코로나19 초기인 3월 당시 시신이 넘쳐나 길거리에 시체 가방들이 나뒹구는 모습을 보면서 공포를 느꼈다. 그 이후 반년이 넘는 기간 방역 피로감이 커지며 경계감이 느슨해졌는데, 요즘 2차 팬데믹 조짐에 다시 마스크를 꺼내 착용하는 등 긴장감이 높아졌다.

CNN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대 건강측정·평가 연구소는 미국 내 누적 사망자 수가 내년 2월1일까지 지금의 두 배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소의 예측 모델은 내년 1월 중순 하루 평균 사망자가 약 2300명으로 가장 많아지고, 내년 2월1일 기준 누적 사망자 수가 39만4693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미국 내 누적 사망자 수는 21만3954명이다.

일부 주민 사이에서는 “2주간 멈춰 있자(two-week pause)” 운동이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독감까지 유행할 겨울철을 앞두고 코로나19까지 재확산할 경우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뉴저지 버겐카운티의 한 보로(borough·한국의 구 개념) 관계자는 “보로에서 주관하는 축구, 야구 등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을 2주간 중단할 것”이라며 “이번주 열기로 한 가을 축제(Fall Festival)는 취소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달 할로윈 축제를 어떻게 치를지 고민하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말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추운 계절에 사람들이 실내로 이동하면 바이러스를 다루는 것이 더 어려워 질 수 있다”며 “미국 내 발병 수준은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한 극장이 문을 굳게 닫고 있다. (사진=김정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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