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메이저 우승…‘구도자’ 이정민 “제 목표는 남을 이기는 게 아니에요”

‘필드 위의 구도자’ 이정민 첫 메이저 제패
KLPGA 투어 크리스F&C KLPGA 챔피언십 우승
남자골프 세계 1위 셰플러 인터뷰 보며 마음 다잡아
“메이저 우승한 나 칭찬해주고 싶다” 소감
  • 등록 2024-04-28 오후 5:50:21

    수정 2024-04-28 오후 5:59:13

이정민이 28일 열린 KLPGA 투어 메이저 대회 크리스F&C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사진=KLPGA 제공)
[양주(경기)=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보통 운동 선수들은 승리를 갈구한다. 야구, 축구 등 팀 스포츠는 팀 승리와 리그 우승이 가장 큰 목표이고, 골프 같은 개인 스포츠 역시 선수들은 매번 우승을 목표로 대회에 출전한다. 그러나 이정민(32)은 다르다. 우승을 더 하는 것, 남을 이기는 것을 목표로 세운 적이 한 번도 없다. 이정민이 ‘필드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이유다.

이정민은 28일 경기 양주시의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4시즌 첫 메이저 대회 크리스에프앤씨(크리스F&C) KLPGA 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타를 줄인 그는 2위 전예성(21)을 4타 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전날 홀인원을 포함해 10언더파 62타를 몰아친 이정민의 화력은 최종 라운드에서도 사그라들 줄 몰랐다. ‘아이언 퀸’이라는 별명답게 날카로운 아이언 샷을 앞세워 전반 9개 홀에서만 버디 6개를 잡아내며 한때 6타 차까지 앞섰다.

보통 한 라운드에서 엄청나게 몰아치면 다음날은 타수를 잃거나 주춤하기 마련인데, 이정민에게는 그런 낌새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정민은 “골프라는 게 하루 몰아치면 그 다음날도 잘 치는 게 쉽지 않아서, 어제 잠들기 전까지도 그 부분을 걱정했다”며 “후배인 장은수와 연락하면서 ‘마지막 날도 잘하기 쉽지 않으니까 그냥 내 것만 한다는 생각으로 치겠다’고 얘기했더니, 장은수가 ‘벌써 생각이 많아 보인다.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하던대로 해라’고 조언해줬다. 거기서 뭔가에 맞은 것처럼 정신이 차려졌다”고 회상했다.

3라운드까지 2위 방신실(20)에 1타 차로 앞서고 있었을 뿐이기 때문에 타수 차이가 크지 않아 부담이 컸던 이정민은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의 인터뷰를 찾아보며 마음을 다스렸다고 한다. ‘우승을 해야만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라’는 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셰플러의 이같은 인터뷰는 이정민의 골프 철학과 일치한다. 이정민은 “저는 스스로 완벽함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우승을 더 하겠다는 목표는 한 번도 세운 적이 없다. 제가 하고자 하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게 저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인터뷰하는 이정민(사진=KLPGA 제공)
KLPGA 투어 데뷔 15년 차, 통산 11승을 거두는 동안 처음 메이저 우승을 따낸 이정민은 “마지막까지 리더보드를 못 봐서 몇 타 차이가 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마지막 홀 퍼트를 했다. 타수 차이가 꽤 나는 줄 알았으면 조금 편하게 퍼트할 걸 그랬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사실 메이저 우승과 일반 대회 우승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며 준비했는데, 막상 메이저 우승을 하니 기분이 너무 좋다. 특히 상대방이 못 쳐서 우승한 게 아니고 제가 잘 쳐서 한 우승이기 때문에 더욱더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샷은 늘 좋았으나 퍼트가 문제였다는 이정민은 절친한 후배인 백규정에게 문제점에 대해 지적받은 뒤 3라운드부터 퍼트가 잘됐다고 털어놨다.

이정민은 그동안 메이저 우승이 없었던 이유 중 하나로 ‘체력 부족’을 꼽았다. 그는 “평소에 체력이 좋지 않아 체력 관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오늘도 ‘마지막 홀까지 경쟁할 정신력과 체력이 될까’가 큰 걱정이었다. 그래서 전반에 최대한 버디를 많이 하는 게 전략이었는데 그게 잘 맞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4라운드, 그것도 메이저 대회에서 훌륭한 선수들과 경쟁해 이긴 저를 너무나 칭찬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정민은 메이저 우승으로 2027년까지 향후 3년 시드를 확보했다. 이번 대회까지 327개 대회를 뛴 이정민은 KLPGA 투어 최다 출전 기록인 홍란의 359개 대회를 넘어설 수도 있다. 꾸준하게 대회에 출전한다면 내년에 이 기록을 경신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정민은 “저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는 선수가 아니다. 이번 대회가 끝났으니 이제 다음주 대회를 준비할 것”이라며 “원하는 샷을 구사할 수 없을 때가 올 텐데 그때 아마 (선수 생활을) 정리하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 제 관리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우승 트로피에 키스(사진=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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