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pick] 성장하지 않는 시대‥채권왕 무릎 꿇다

빌 그로스, 유럽중앙은행 긴축 예상했다 수익률 타격
48년 몸담았던 채권시장에서 결국 은퇴
제로금리서도 장기 저성장..중앙은행이 경기부양 선봉
  • 등록 2019-02-11 오전 10:03:38

    수정 2019-02-11 오후 3:03:15

빌 그로스(사진: AFP)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채권왕’으로 군림하던 빌 그로스(74)가 48년간 몸담았던 채권시장에서 은퇴했다. 세계 경제의 구조적 침체라는 큰 흐름 앞에 전설적 투자자도 결국 무릎을 꿇었다. 빌 그로스가 누구인가. 1971년 채권운용회사 핌코(PIMCO)를 공동 설립해 세계 최대 규모의 회사로 키워 채권시장의 전설로 추앙받던 그다.

그는 유럽 중앙은행의 양적완화(QE)를 끝내고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전환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독일 국채 금리는 상승하고, 반대로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미국 국채와 독일 국채 수익률의 격차가 줄어드는 ‘스프레드 축소’에 베팅했다.

하지만, 예상을 빗나갔다. 여전한 경기 둔화 우려로 유럽중앙은행은 금리 정상화의 속도를 늦췄다. 반면 미국은 성큼성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3%를 넘어서고 독일 10년물 금리는 0.5% 이하로 하락했다. 빌 그로스의 펀드는 지난해 최악의 수익률을 낸 채권펀드라는 오명을 썼다.

(출처: 본드웹)
물론 빌 그로스의 운용 스타일을 탓하는 이들도 많다. 지나치게 직관에 의존한 운용 스타일이 결국 참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동물적 감각으로 돈의 흐름을 좇아 전설적인 투자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는 실패가 적지 않았다.

그 때문에 2014년엔 자신이 창업한 세계 최대 채권 운용회사인 핌코에서도 물러났다. 저조한 수익률과 펀드 자금이탈 등이 문제였다. 중소형 채권 운용사인 야누스로 옮긴 이후에도 그의 펀드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하지만 투자 실패를 빌 그로스 탓으로만 돌리기엔 부족한 측면이 있다. 세계 경제가 유례 없는 침체국면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스는 지난해 3월 월간 투자전망 보고서를 통해 “만약 미국 연방기금금리가 2%를 넘어서면 달러화 강세가 이머징 마켓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유럽중앙은행(ECB) 및 여타 선진 중앙은행의 성급한 긴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임금 인상률 상승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4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 연방기금금리를 2.25~2.50%까지 올렸다. 유럽 중앙은행들은 동결을 이어갔다.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끝나자 유럽 경제는 다시 악화되는 신호가 연이어 터져나왔다. 양적완화를 다시 재개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독일 채권 금리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떤 측면에서 빌 그로스는 낙관주의자다. 경제는 결국 다시 성장하고, 그에 따라 물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을 결국 기준금리를 올리게 될 것이라는 기본적인 믿음이 강했다.

제이너스의 와일 야누스 CEO는 “그로스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통제불능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본적인 자신의 가정을 신봉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펀더멘털 전망에 대한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고 했다.

중앙은행들이 수십년간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해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제로(0) 금리하에서도 실물경제가 허덕대는 ‘구조적 장기침체 시대’가 찾아왔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여전히 경기부양이라는 전장의 선두에 서 있다. 세계경제가 가보지 않은 길로 접어들면서 왕년의 채권왕 빌 그로스도 처참히 무너졌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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