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선박 他선주에 매도하려던 하나은행..英법원이 제지

독점협의 계약 어긴 행위로 양사 협의문에 상충돼
1800여일 남은 선박..예상손실 2100만달러 추정
  • 등록 2016-11-22 오전 11:00:33

    수정 2016-11-22 오전 11:00:33

한진 케이프 램버트호. 한진해운 제공.
[이데일리 최선 기자] KEB하나은행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117930)으로부터 회수한 벌크선 한 척을 당초 독점협상 대상 선주가 아닌 다른 선주에게 매도하려다가 영국 법원의 제지를 받게 됐다.

글로벌 선주회사인 이스턴패시픽(Eastern Pacific Shipping)은 22일 “하나은행이 한진해운으로부터 회수한 벌크선인 MV 한진 케이프 램버트호를 제3자에게 매각하려 했던 것과 관련해 런던 고등법원이 ‘전세계 시장에서의 매도 중지 및 동결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이 제3자인 ‘캐피탈 마리타임 앤 트레이딩(Capital Maritime and Trading Corporation)’에게 벌크선을 매도하려는 시도에 대해 정지 판결을 받은 것이다. 앞서 이스턴 패시픽은 하나은행과 지난 10일 이 선박 매매에 대한 독점협의 계약을 맺었지만, 하나은행이 이를 지키지 않고 다른 선주에게 선박을 매도하려 했다는 얘기다.

이 벌크선은 17만9147DWT(재화중량톤수) 규모에 달하는 선박으로 지난 2009년 8월 건조됐다. 지난 9월말 기준으로 반선 예정일인 2021년 8월 30일까지 1800여일이 남은 상황이어서 2100만달러(246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추정됐던 선박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당초 선박금융을 통해 10여년간 할부금을 갚아 한진 케이프 램버트호를 회사 소유로 삼으려고 했지만, 법정관리 이후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돈을 빌려준 하나은행이 선박을 회수했다. 하나은행 측은 보유기간이 오래 지날수록 손실규모가 커질 수 있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측으로 선박 매도를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저스티스 픽켄스(Justice Pickens) 런던 고등법원 판사는 판결문에서 “하나은행이 다른 기업에게 선박을 팔려고 했던 행위는 이스턴 패시픽사와 하나은행간에 당초에 맺었던 협의문과 정면으로 상충되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이스턴 패시픽은 “양측이 체결한 합의를 지킴으로써 국제적 상도덕과 상관례를 지켜야 한다”며 “또한 영국 고등법원이 내린 판결을 지키기 위해 더 적극적인 절차가 필요하다면 기꺼이 절차를 밟을 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턴 패시픽은 이날 같은 내용의 항의서한을 하나은행 측에 전달했다.

태이곽영 영업·구매 분야 이스턴 패시픽 싱가폴 사장은 “이스턴 패시픽이 이번 선박 매수의 건에 합의를 한 것은 선의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대형은행이 국제적 상거래의 도의와 협의를 정면으로 어긴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국제 선박·해운 업계에서 이러한 행위는 국제적 상거래 관행과 국제 기준에 비춰 봤을 때 절대 받아들여질 수 없는 뜻밖의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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