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에게' 감독 "故 설리, 상대방의 입장 수용해주던 사람"[BIFF]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진리에게’ 정윤석 감독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인터뷰이였던 고(故) 설리의 생전 모습을 떠올렸다.

세상을 떠난 고(故)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유작 ‘진리에게’(감독 정윤석)가 7일 오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통해 처음 베일을 벗었다. ‘진리에게’는 배우이자 아티스트로서 설리와 스물다섯의 인간 최진리가 그 시절 느꼈떤 다양한 일상과 고민과 생각 등을 인터뷰 형식으로 전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섹션의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받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진리에게’는 ‘페르소나: 설리’ 중 한 에피소드다. 당초 5편으로 기획됐으나 설리가 촬영 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제작이 중단됐다. 설리 주연의 단편 극영화 ‘4: 클린 아일랜드’와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진리에게’ 총 2편으로 구성했다.

정윤석 감독은 영화 상영 이후 이어진 GV(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고인과의 인터뷰 당시와 영화의 준비 과정들을 회고했다.

정윤석 감독은 “배우님은 영화의 표현, 연출 방식에 있어서 저와 나눈 대화가 많지 않았다. 감독으로서 어떤 걸 표현한다 했을 때 배우로서 적극적 주장을 내기보단 감독의 생각을 많이 들어주신 편”이라고 고인에 대한 기억을 꺼냈다.

그는 “상대방의 입장을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이셨던 분이다. 그런 모습들이 대중이 알고 있는 ‘설리’란 이미지와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했다”며 “아, 진리란 사람이 이런 사람이구나 느꼈다”고 추억했다.

정윤석 감독은 이를 친절과 배려란 단어의 구분으로 묘사했다. 정 감독은 “친절과 배려가 다른 거라 생각한다. 예컨대 친절은 보여지는 부분이라면 배려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그런 점에서 설리 배우는 친절과 배려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의 생각을 많이 경청해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예인이기 이전에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고인을 조명하려 노력했다고도 강조했다. 정윤석 감독은 “이 사람도 아티스트의 자의식을 갖고 있고, 이 영화 역시 아티스트로서 그를 바라봐주는 게 중요했다. 그런 점에서 이 사람이 보여주는 태도나 침묵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접하는 예능, TV 포맷에선 10시간을 촬영해도 1시간짜리 분량을 보여주기 때문에 주인공의 침묵은 대체로 편집돼 보여진다”며 “사람들에게는 그 부분이 삭제돼 보여지니 주인공이 갖고 있는 중요한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잘 전달받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그런 부분의 관점에서 대중이 봤을 때 때로는 그분의 행동이 급진적으로 보일 수 있고, 그래서 오해와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의 주인공인 고인은 2005년 SBS 드라마 ‘서동요’의 아역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2009년 그룹 에프엑스로 활동하며 많은 사랑을 받은 그는 2015년 팀 탈퇴 후 배우로 작품 및 예능 등 다방면에서 활동했다. 이후 2019년 2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