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26th SRE][WORST]'바람 앞 등불' 두산중공업..탈원전 정책에 발목

그룹 지원 부담·업황 악화도 모자라..
  • 등록 2017-11-28 오후 12:16:00

    수정 2017-11-28 오후 12:16:00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두산중공업(034020)의 앞날은 ‘바람 앞 등불’이다.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새 정부의 탈원전, 탈석탄 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로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로 먹고 살아야 할 일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정부가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반영,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재개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했음에도 두산중공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새정부의 정책에 따라 체질을 변화하지 않는 한 매출과 수익 감소, 재무부담 가중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두산중공업은 26회 SRE 워스트레이팅에서 158명의 참여자중 18명(11.4%)이 현재의 등급이 적정하지 않다고 답해 8위에 올랐다.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18명중 17명이 ‘하향’에 손을 들었고, 1명이 ‘상향’을 택했다. 그동안 두산중공업은 SRE에서 두산인프라코어와 함께 묶여 워스트레이팅 후보에 올랐지만, 이번에는 단독으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간 업황 불황을 겪었던 두산인프라코어 때문에 워스트레이팅에서 표를 많이 받아왔다는 평가가 우세했으나 단독 후보임에도 표를 많이 받은 것은 두산중공업 자체의 신용위험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장의 ‘최악’ 피했지만..불안한 미래

두산중공업의 매출 비중은 석탄발전이 약 57%, 원자력발전이 23%를 차지하고 있다. 탈원전, 탈석탄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업구조다. 정부의 애초 방침대로 신고리 5·6호기의 공사가 중단됐다면 두산중공업은 올해부터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신용평가사들은 매출 감소 폭을 연 매출 3500억~4000억원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이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은 아직도 불안하다는 것이 신용평가 시장 참가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고리 5·6호기 공사재개가 정부의 탈원전, 탈석탄 방침이 바뀐 것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SRE 설문조사가 진행된 10월10일부터 23일 사이인 20일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공론화위원회 권고가 ‘공사재개’로 나왔지만, 시장참여자들은 두산중공업에 꾸준히 표를 던졌다.

두산중공업에 주어진 시간은 2020년까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고리 5·6호기 공사재개에 따라 2020년까지는 일정 수준의 매출을 기록할 수 있는 상황이나 공사가 끝나는 2020년 이후부터는 매출이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고리 건설 완공 후가 문제..매출 감소 1조 전망

그간 두산중공업은 애초 올해 ‘신한울 3·4호기’와 국내화력 약 2조7000억원 규모의 신규 발주를 기대하고 있었다. 이에 올해 연간 수주 목표를 10조6000억원으로 정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두산중공업의 기대와 달리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신한울 3·4호기를 비롯한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백지화하고 화력발전소 설비 확충도 제한할 전망이다. 신한울 3·4호기의 올해 수주금액은 약 1조7000억원 규모로 두산중공업은 이같은 정부 정책을 반영, 올해 수주 목표를 10조6000억원에서 8조2000억원으로 하향했다.

이처럼 부정적인 사업환경일 때가 없었을 정도다. 원자력 발전의 경우 두산중공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석탄발전 대비 적지만, 수익성은 월등하다는 분석이다. 최대 수익원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같은 최대 수익원인 원전 매출이 감소되면 두산중공업의 사업 기반이 약화되고 실적이 부진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신고리 5·6호기가 완공되는 2022년 이후 1조원을 웃도는 매출 감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도 불가피하다.

줄지 않는 차입금..등급하향 트리거도 ‘위험’

신고리 5·6호기 공사재개와 상관없이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수준은 이미 과중한 수준이다. 두산중공업이 계열사 지원을 통해 재무구조를 책임지는 ‘맏형’ 역할을 하고 있어 더 그렇다. 올해만 해도 회사채 만기도래분 4300억원을 포함한 차입금 차환 등으로 유동성 부담이 가중됐다.

두산중공업의 일부 지표의 경우 신용평가사의 등급하향 기준을 이미 넘어서고 있는 점도 문제다.

올해 상반기 두산중공업의 현금흐름은 운전자본투자, 자본적 지출 등으로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5개년 평균 자금조달전 현금흐름이 3037억원 적자 수준이다. 이같은 현금흐름 부진은 차입금 증가로 이어지는데, 한국기업평가 기준 상반기 두산중공업의 수정차입금의존도는 42.3%다.

한국기업평가는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 하향변동 트리거로 △그룹 리스크 확대 및 계열사 지원 가능성 증가 △별도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수정금융비용 1.8배 하회 △수정차입금의존도 40% 초과를 설정하고 있다. 현재 상황대로라면 두산중공업의 수정차입금의존도 비율은 한기평의 신용등급하향 트리거를 이미 넘어선 셈이다.

현재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은 ‘A-(부정적)’으로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더 하락해도 ‘BBB’급으로 내려앉게 된다.

‘맏형’ 위기, 그룹도 흔든다

두산중공업의 위기는 곧 두산그룹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룹의 재무부담이 커지면, 두산중공업이 계열사를 지원해야 하는 부담이 늘어나고 두산중공업이 어려운 상황이면 계열사 지원 여력이 줄어 그룹이 다시 어려워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계열사별 실질 재무부담을 들여다보면 올 상반기 기준 두산중공업의 재무부담은 5조2305억원으로 그룹 전체의 45%를 차지한다.

올해도 두산그룹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두산중공업 5000억원, 두산인프라코어 5000억원, 두산건설 1500억원 등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고, 두산엔진은 담보부사채를 발행하며 유동성 대응에 나섰다.

이와 함께 두산중공업의 가장 큰 약점으로 손꼽히는 ‘두산건설에 대한 재무 지원 부담’도 여전하다. 자구안을 이행하며 두산건설은 차입금을 줄여가고 있지만 매출이나 수익성이 저조해 부담은 아직 크다는 평가다. 금융비용만 해도 연간 950억원에 이르고, 미착공 사업장 위주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급보증도 6월 말 기준 4384억원으로 부담이다.

두산건설의 재무부담이 해소되지 않는 것은 그룹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을 지원할 여력이 줄면, 두산건설에 대한 재무부담이 지주사 두산 등 다른 계열사로 떠넘겨질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이 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화에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가 그룹 전반의 재무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개발이나 신재생에너지, 수처리 사업확장, 원전 해체시장 진입 등으로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 신사업을 보는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가스터빈은 개발비 부담이 크고, 시장 안착을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린 다. 신재생 프로젝트 등은 아직 규모가 작아 원전을 대체할 사업이 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신용평가사들은 두산중공업의 향후 대응이 구체화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좀 더 확실하고 효과적인 대응책이 있어야 두산중공업이 현재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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