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독립성 문제 얽힌 남산예술센터…'극장을 지켜라'

남산예술센터 2019 시즌 레퍼토리 발표
신작 5편·레퍼토리 1편 등 총 6편 공연
소유권 문제 다룬 '드라마센터…' 첫 선
극장 운영 독립성 두고 설전 벌어지기도
  • 등록 2019-01-24 오전 10:20:28

    수정 2019-01-24 오전 10:20:28

지난 23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열린 ‘남산예술센터 2019 시즌 프로그램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오른쪽)이 올해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서울문화재단).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올해 남산예술센터의 화두는 ‘극장을 지켜라’다.”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

논쟁적이고 사회적인 이슈를 다룬 연극을 꾸준히 제작해온 공공극장 남산예술센터가 올해는 남산예술센터 자체를 논쟁의 주제로 삼는다. 소유권과 독립성 문제로 위기에 처한 극장의 상황을 연극으로 풀어낸다. 세월호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 등의 사회적 이슈도 거침없이 무대에 올린다.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은 지난 23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연 ‘남산예술센터 2019 시즌 프로그램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프로그램을 한마디로 정리하는 것은 거창한데 대신 ‘아직 끝나지 않은’ ‘여전히 남아 있는’ 등의 수식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 극장장은 “연극 창작자들은 사회적 참사를 망각하지 않고 작품을 만들고 있다”며 “올해 프로그램도 그와 같은 맥락에 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작품은 남산예술센터의 소유권 문제를 다루는 ‘드라마센타, 드라마/센타’(가제·작 이양구·연출 류주연)다. 남산예술센터는 유치진(1905~1974)이 1962년 세운 드라마센터를 2009년 서울시에서 임대해 서울문화재단을 통한 위탁운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드라마센터의 소유권을 가진 서울예대(학교법인 동랑예술원) 측에서 임대 계약 종료를 요청하면서 존속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양구 작가는 “공공성을 명분으로 국가로 불허 받은 땅 위에 세운 드라마센터가 서울예대의 사유재산으로 넘어간 과정은 무척 복잡하다”며 “드라마센터의 사유화 과정을 그동안 어떻게 해석해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류주연 연출은 “드라마센터 사유화 문제는 연극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이번 공연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남산예술센터는 현재 소유권 문제 외에 운영의 독립성 문제도 함께 겪고 있다. 최근 서울문화재단의 조직 개편 과정에서 그동안 독립 본부로 있었던 남산예술센터와 삼일로창고극장이 서울문화재단 지역문화본부 산하 극장운영팀으로 배치됐기 때문이다. 극장 운영과 관련한 모든 결재권이 지역문화본부장에 이임된 것으로 연극계는 극장 운영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구자혜 연출은 “남산예술센터는 그동안 극장을 운영해온 직원들의 자율적 의지 속에서 동시대 연극에 대한 고민을 창작자와 함께 소통해왔다”며 “대의나 행정절차에 의해 남산예술센터가 그동안 해온 것들이 ‘순삭’되지 않고 유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량원 연출은 “남산예술센터가 독자적으로 어떤 소유권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예술가의 손에 오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극장 운영을 둘러싼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와 연극인들 사이의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대표는 “조직개편 과정에서 두 극장은 다른 본부로 가더라도 자율성과 독립성의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으나 연극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면서 현장 예술인의 근심과 우려를 충분히 알게 됐다”며 “올해 안에는 절차를 거쳐 두 극장을 독립시키겠다”고 말했다.

남산예술센터가 올해 선보이는 작품은 신작 5편과 레퍼토리 1편 등 총 6편이다. 신작은 ‘드라마센타, 드라마/센타’ 외에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을 다룬 ‘7번국도’(작 배해률·연출 구자혜) △세월호 당시의 실제 증언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하는 ‘명왕성에서’(작·연출 박상현) △제8회 벽산희곡상 수상작을 무대화하는 ‘묵적지수’(작 서민준, 연출 이래은)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음악극 형식으로 풀어낸 ‘휴먼 푸가’(연출 배요섭) 등이다. 지난해 초연해 각종 연극상을 휩쓴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원작 장강명·각색 정진새·연출 강량원)은 레퍼토리로 재공연에 오른다.

남산예술센터가 동랑예술원 측으로 약속 받은 임대계약 기간은 2020년까지다. 우 극장장은 “아직까지 내년 운영 모델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올해 프로그램을 열심히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 극장의 운영주체가 새롭게 만들어졌을 때 그동안 남산예술센터가 해온 것들을 함께 공유하며 사회적 자산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아카이빙 작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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