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검증이 화 불러"…가짜 제보에 놀아난 국민의당 수뇌부

지난달 26일 이유미 긴급체포로 본격 수사 돌입
이유미·이준서 구속 기소 후 공명선거추진단 등 '윗선' 겨냥
檢, 김성호·김인원 제보 검증 최종책임자 판단
이용주 의원 무혐의, "安·朴도 관련 없어"
  • 등록 2017-07-31 오후 12:01:54

    수정 2017-07-31 오후 12:08:15

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이 31일 대선 기간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수석부단장이었던 김성호(왼쪽) 전 의원과 부단장 이었던 김인원 변호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박지원 의원과 안철수 전 대표는 조작 제보 검증 및 폭로 기자회견에 관여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윤여진 기자] 정치판을 흔든 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건은 열성당원이 남동생과 모의해 조작한 가짜 제보를 제대로 된 검증없이 폭로 했다가 역풍을 맞은 사건으로 정리됐다.

검찰은 당원 이유미(38·구속 기소)가 제보를 조작하고 이준서(40·구속 기소) 전 최고위원은 조작 가능성을 알고도 이를 묵인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당 수뇌부가 제보 조작에 연루한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선판을 흔들 만한 제보를 검증도 없이 폭로한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민의당 진위 논란에도 2차 기자회견 강행

지난 대선 투표(5월 9일)를 나흘 앞둔 5월 5일, 국민의당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후보의 아들 준용씨와 파슨스 디자인스쿨 대학원을 함께 다니며 가까운 사이였다는 동문의 육성 증언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하며 고용정보원 입사가 ‘특혜’라고 폭로했다.

민주당은 녹음 파일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추진단)의 김성호(55) 수석부단장·김인원(55) 부단장 등을 고발했다. 준용씨의 석사 과정 동기 문모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의당 제보 자료가 조작됐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국민의당이 증언 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일치하는 인물은 자신 뿐인데 자신은 인터뷰를 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튿날 ‘제보 조작’ 당사자인 당원 이유미(38·구속 기소)씨는 이준서(40·구속 기소) 전 최고위원에게 전화로 ‘제보자는 없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이 전 최고위원은 당 공명선거추진단(추진단)에 ‘제보자의 신원을 철저히 보장해야한다. 내가 책임진다’며 조작 가능성을 은폐했다.

추진단은 이 전 최고위원의 말만 믿고 제보자 및 제보 내용에 대해 확인 없이 5월 7일 ‘1차 기자회견은 진실’이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또 열었다. 당시 추진단은 제보자의 인적사항이나 연락처도 없이, 달랑 이메일 주소만 확보한 상태였다. 결국 녹음 파일과 SNS 대화내용은 열성 당원인 이씨가 남동생과 짜고 만든 가짜로 드러났다.

조작 핵심 이유미씨, 긴급체포 본격 수사 착수

지난달 26일 이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면서 검찰은 ‘제보 조작’ 사건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이날 참고인 조사를 받던 중 이씨는 긴급체포 돼 피의자로 전환됐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취업 특혜 의혹을 뒷받침하는 대학원 동기의 육성 증언 파일과 SNS 카카오톡 캡처 화면을 조작해 이 전 최고위원에게 넘긴 혐의(공직선거법 허위사실 공표)를 받는다.

추진단 수석부단장과 부단장을 맡은 김성호 전 의원과 김인원 변호사의 경우 지난 5월 5일과 이틀 뒤인 7일 두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조작된 제보를 언론에 공개해 같은 혐의를 받았다.

이씨가 체포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27일 육성 제보자를 연기해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이씨의 남동생도 피의자로 소환됐다. 같은날 이 전 최고위원은 출국금지 조치됐다.

이튿날 이씨와 이 전 최고위원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 4~5곳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다음날 이씨를 구속했다.

이씨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이 전 최고위원이 제보 조작 사실을 묵인·방조한 채 추진단에게 넘겼는지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았다. 김 전 의원과 김 변호사 등 사건의 핵심 피의자들이 잇달아 검찰에 소환됐다.

하지만 이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의자들은 ‘제보 조작’은 모두 이씨의 ‘단독 범행’으로 몰았다. 당 진상조사단(단장 김관영) 역시 이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지었다.

지난 7일 이씨와 이 전 최고위원 간 대질신문에서 이씨는 이 전 최고위원에게 압박을 받아 제보를 조작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했다.

“제보자는 없다”…추진단 겨눈 검찰 카드

이틀 뒤 이 전 최고위원까지 구속한 검찰은 당 추진단을 겨냥했다.

검찰은 이 전 최고위원의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이씨는 5월 6일 이 전 최고위원에게 제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화하는 등 수차례 걸쳐 제보내용이 허위임을 명백히 말했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없다’는 발언이 추진단의 1·2차 기자회견 사이에 나왔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이 전 최고위원이 제보가 조작된 걸 알고도 2차 기자회견을 강행토록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검찰은 당 추진단 수석부단장·부단장으로 기자회견을 주도한 김성호 전 의원과 김인원 변호사를 상대로 ‘부실 검증’ 경위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제보자 및 제보 내용에 대한 추가 확인 없이 두 차례나 기자회견을 실시한 데 대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김성호 전 의원과 김인원 변호사는 검증 부실에 대한 도의적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제보 조작 사실을 사전에 몰랐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대선 후보를 지낸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식으로 책임을 질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겠다”고만 말했다.

검찰의 수사는 당 ‘윗선’으로 향했다.

대선 당시 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의원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부실 검증 경위와 기자회견 관여 여부 등을 집중 조사했다. 하지만 ‘윗선’의 개입 여부 등에 대한 규명에는 실패했다.

검찰은 31일 수사 결과 발표에서 “이용주 의원이 조작된 제보 자료를 제공받았으나 제보 자료에 대한 검증과 기자회견에 관여하거나 제보 자료의 허위성을 인식하였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박지원 의원 및 안철수 전 의원의 관련성도 조사했지만 제보 자료의 검증 또는 당의 기자회견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김성호 전 의원과 김 변호사 등 부단장 2명을 재판에 넘기는 것을 끝으로 ‘윗선’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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