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불법정치자금 후원' 황창규 KT 회장 기소의견 송치

카드깡으로 만든 현금, 의원실에 후원
합산규제·인터넷은행 등 현안 청탁 정황
황 회장의 사건 개입 여부가 관건
  • 등록 2019-01-17 오후 12:00:00

    수정 2019-01-17 오후 1:37:44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해 4월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은 황창규 KT 회장이 검찰 송치된다. KT가 자사에 유리한 입법을 위해 불법적인 경로로 후원금을 전달한 정황과 황 회장이 이 자금 전달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검찰 조사도 이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깡’으로 바꾼 현금, 의원실에 후원한 KT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 회장과 KT 사내 대관부서인 CR부문 전·현직 임원 구모(54)씨와 맹모(59)씨·최모(58)씨 등 전·현직 임원 7명과 KT 법인을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가 담당한다.

이들 피의자에게 적용된 혐의는 법인·단체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한 정치자금법위반 혐의와 ‘상품권 깡’으로 비자금을 조성, 기부한 업무상횡령 혐의 등이다.

경찰은 KT가 지난 2014년부터 4년간 총 4억379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후원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KT의 후원금은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던 시기인 2016년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KT는 회사 자금으로 상품권을 구매해 이를 외부에서 현금으로 바꾼 후 국회의원실 공식 후원계좌에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1400만원 가량의 자금을 입금하는 방식으로 후원금을 전달했다. 이 작업에는 KT 임직원 27명을 비롯해 가족과 지인 포함 총 36명이 투입됐다. KT는 후원금을 입금한 뒤 의원실에는 후원금을 입금했다는 내용의 통보했다. 일부 의원실은 이를 반환하기도 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특히 경찰은 이번 후원금이 국회 정무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특정 상임위원회에 속한 의원의 사무실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정 회사의 유료방송 점유율을 제한하는 ‘합산규제법’ 저지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 저지 △인터넷은행 설립·운영 사안 △황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제외 등 KT의 현안에 대한 청탁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조사를 종합해보면 후원금이 전달되던 시기에 KT에 각종 현안이 있었던 것이 맞고, 이 때문에 대가성과 청탁을 의심하는 것”이라며 “이 중 일부는 KT에게 유리하게 처리된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이 이번 불법정치자금 전달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가 가장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소된 피의자 중 황 회장 등 2인은 이번 후원금 전달과 관련한 내용을 보고받은 적도 없고, 한 적도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에 반해 나머지 7명은 황 회장에게 보고했거나 보고한 것으로 알고 전달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1년여간 KT 불법정치자금 관련 수사

한편 경찰은 지난 2017년 11월 말 해당 사건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이듬해 1월 KT 본사와 광화문 지사 등 초 5회에 걸친 압수수색을 통해 범행과 관련된 문서를 비롯해 후원회 계좌·선거관리위원회 회계 보고자료·KT 상품권 깡 관련 회계자료 등 증거를 확보했다.

또한 지난해 4월 황 회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등 관련자 174명을 대상으로 한 총 190회 조사를 통해 범행 입증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다만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황 회장에 대한 수사를 속도를 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6월 황 회장과 전·현직 임원 구모씨와 맹모씨·최모씨 등 4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경찰의 수사가 미진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은 이어 9월에도 황 회장을 제외한 3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재신청했지만 이 역시 반려됐다.

당시 검찰은 “정치자금 공여자 측 공모 여부에 대해 다툼이 있다”며 “공여자와 수수자가 있는 정치자금수수 범죄의 본질상 구속할 만한 수준의 혐의 소명을 위해선 수수자 측 조사를 상당 정도 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장기간 수사가 진행됐는데도 현재까지 금품수수자 측인 정치인이나 그 보좌진 등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99개 국회의원실 관계자를 전수 조사해 수사를 보완했고, 총 40권(1만4000쪽)에 달하는 수사 기록을 정리해 이날 검찰에 넘겼다.

지수대 관계자는 “현행 정치자금법은 법인 또는 단체의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소위 ‘쪼개기’와 같은 방식으로 기업이나 단체 등의 법망을 피해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이번 수사에서 확인된 정치자금 후원 전반에 대한 개선 필요사항을 중앙선관위에 통보해 정치후원금 제도가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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