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회 “미적분Ⅱ 수능 제외, 이공계 대학교육 붕괴 우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현 중2 학생들부터 적용될 2028학년도 대입개편 시안에서 교육부가 미적분Ⅱ·기하를 수능 출제범위에서 제외하려 하자 학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대학 학습에 필요한 역량을 평가할 수 없어 이공계열 대학교육 기반을 붕괴시킬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대한수학회 CI

대한수학회는 16일 성명서를 통해 “2028학년도 수능 개편안은 오직 문과계열을 지원하는 학생들만을 고려한 시안으로 이과계열 대학교육의 기반이 붕괴될 것임이 자명하다”며 “대한수학회는 ‘미적분Ⅱ’와 ‘기하’를 수능 범위에서 제외하려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0일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개편 시안을 통해 국어·수학·탐구 선택과목을 폐지하고 수학에선 미적분Ⅱ·기하를 출제범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신 선택과목으로 ‘심화 수학’을 만들어 이들 과목을 출제범위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향후 여론수렴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수학회는 이에 대해 “미적분Ⅱ와 기하로 구성된 ‘심화수학’을 신설해 선택과목으로 추가하는 검토안을 추가로 제시하고는 있지만 국민 의견수렴이라는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쟁점으로만 끝날 가능성이 있어 매우 우려된다”며 “수학에서 이과 영역이 완전히 제거되는 현 상황에서 소위 ‘심화수학’의 신설 여부는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논의해야 할 것은 ‘심화수학’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학력저하 방지를 위해 기존과 같이 상대평가로 유지하는 것이 나은지와 같은 내용”이라며 “더 나아가 이과계열 학과에서 ‘심화수학’을 중요한 지표로 활용하여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이어 미적분Ⅱ·기하를 수능에서 제외키로 한 방안에 대해 포퓰리즘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미적분Ⅱ와 기하를 포함하는 ‘심화수학’의 신설이 마치 사교육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대한민국의 교육목표나 다른 교육적 측면은 상관없이 사교육 감소를 교육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적 사고”라며 “사교육 문제가 교육과정, 수능과는 연관이 적다는 사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이미 사회적 공감을 얻고 있다”고 했다. 수학·과학 교과과정이 축소된 2015 개정 교육과정 시행 이후 오히려 사교육비 총액은 늘었다는 반론이다.

학회는 “고등학교에서 미적분Ⅱ·기하의 소양을 키우는 것은 21세기를 지배하는 과학기술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노력”이라며 “2028학년도 수능에서 이과계열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미적분Ⅱ’와 ‘기하’를 모두 선택하도록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