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고 있는 현행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주도권은 금융회사가 쥐는 구조지만, 기존 은행이 그 역할을 맡는 건 금융당국이 바라는 그림이 아니다. 은행들의 대주주 자격을 배제하겠다는 당국의 방침이 확고한 만큼 한국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교보생명 등 제2금융권의 금융전업사들이 인터넷 전문은행을 주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증권사라고해서 은행보다 얼마나 다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당국의 인터넷 은행 시범인가의 결정적 기준이 될 혁신성에 대한 과제다. 한국금융지주는 다음카카오라는 파트너를 끌어들이며 이런 의문을 단숨에 잠재웠다. 한국금융지주는 지분 50%를 가진 1대 주주가 되고 다음카카오는 10%를 지분으로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꾸렸다. 은행법이 바뀌면 지분구조도 달라질 수 있다. 한국금융지주와 다음카카오의 결합은 첫 인터넷 전문은행 승인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정부가 바라던 외형을 현실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강조한 바는 뭔가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개념의 뱅킹 서비스였고 이를 위해서는 역량있는 ICT기업을 끌어들이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면서 “다음카카오와 손을 잡은 한국금융지주의 예비인가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눈에 띄는 건 한국금융지주와 다음카카오의 결합으로 증권주 전체가 덩달아 시장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증권업종지수는 3.02% 급등세를 보이면서 업종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참여 의사를 밝힌 미래에셋증권(037620)은 5.49%, 키움증권(039490)은 8.93% 급등했다. 다수 증권사 공동 추진을 주도하고 있는 이베스트투자증권도 3.0% 뛰었다. 증권주 외에도 전자결제업체인 KG이니시스(035600)는 10%, 다날(064260)은 2.24%, NHN엔터테인먼트(181710)는 1.05% 각각 뛰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구체적인 상이 그려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존 금융권이 아닌 ICT업체와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내느냐가 앞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주도권을 이끌어 갈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말 한국금융지주-다음카카오 컨소시엄을 포함한 후보들의 인가 신청을 받아 연내 1~2곳 인터넷 전문은행에 예비인가를 내줄 계획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온라인으로 계좌 개설부터 결제·대출·자산관리 등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