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朴대통령, 이번에도 '원칙'으로 통했다

  • 등록 2015-08-25 오후 5:31:50

    수정 2015-08-25 오후 6:58:01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남북이 무박 4일, 장장 43시간의 고위급 접촉 끝에 합의문을 끌어낸 배경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론’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많다. ‘도발에 대한 단호한 응징’과 ‘평화 협력을 위한 설득 노력’이라는 박 대통령의 대북 ‘투 트랙’ 기조가 이제야 빛을 봤다는 것이다.

“확성기 방송 중단”만을 되풀이하던 북측과 “사과·재발방지 약속이 먼저”라는 남측 간 팽팽한 긴장은 24일 오전 10시 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부터 변화의 조짐이 일었다고 한다. 북측이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이 없다면 확성기 방송 중단도 없다”는 박 대통령의 강경발언을 ‘겁박’이 아닌 ‘진심’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앞서 북한이 남북 고위급 접촉을 먼저 제안한 점과 수석대표 ‘급’에 대한 우리 정부의 수정제안을 곧바로 받아들인 점도 북한이 박 대통령의 ‘원칙론’을 감안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줄곧 남북관계 파탄의 이유로 ‘신뢰 부족’을 꼽았다. 이번에도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흐지부지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또다시 불거질 것이 뻔한 ‘도발-협상-보상-도발’이란 북한의 악순환 고리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컸던 것도 이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의 ‘포용정책’과 이명박 정부의 ‘강경노선’을 넘나드는 이른바 ‘유연한 원칙론’이라는 현 정부의 대북 접근법에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박 대통령 특유의 ‘승부사’ 기질과도 무관치 않다. 정권을 뒤흔든 대형 악재가 터질 때면 어김없이 강한 카리스마로 정면 돌파를 택해왔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들어맞았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고단수’ 정치인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평은 그래서 나온다.

남북 고위급 접촉 극적 합의에 여야 모두 환호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반도에 드리운 위기의 먹구름이 걷혔다”며 “남북 당국이 고위급 대화와 협상을 통해 최근 조성된 군사적 위기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밑에서 정책보좌관을 지낸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국제사회에서 이 정도(합의)면 충분히 우리 정부의 승리”라며 “이번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과 유연의 입장이 같이 갔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이 대북문제를 사실상 ‘정리’함에 따라 향후 동북아에서의 외교적 입지도 더 공고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 정권 들어 처음으로 제대로 된 남북 간 직접 대화 통로가 열린 만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동북아 평화협력구상→유라시아 이니셔티브’로 이어지는 박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다소나마 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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