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산율 꼴찌인데 ‘노키즈존’은 또 엄청 많네?”

“저출산 1등 韓서 노키즈존 성행”…CNN 꼬집어
“출산 장려에 역효과 내는 모순적 상황”
  • 등록 2023-06-26 오후 7:27:34

    수정 2023-06-26 오후 7:27:34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 중인 한국에서 어린아이의 업장 출입을 금지하는 이른바 ‘노키즈존’(no-kids zones) 영업이 성행하는 현실을 지적하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인당 합계출산율 0.78명이라는 초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매년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서울의 한 키즈카페.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에서 성행하는 노키즈존의 타당성을 두고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어른들이 방해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려는 노키즈존은 최근 몇년간 한국에서 눈에 띄게 인기를 끌었다”며 “카페와 식당에서 아이들을 막는 것은 출산 장려에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여러 단체를 인용, 노키즈존이 제주도에만 80곳이 있고 전국적으로 400곳 이상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의 지난해 출산율은 0.78명으로 일본(1.3명)이나 미국(1.6명)보다 훨씬 적으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문제로 인해 노동가능인구가 줄어들며 연금·의료비 문제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CNN은 “이미 한국의 젊은이들은 천정부지로 솟은 부동산 가격과 장시간 근로, 경제적 불안감 등으로 압력을 받고 있다”며 “노키즈존 비판자들은 사회가 어린이들에 대한 태도를 바꾸도록 정부가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고 언급했다.

CNN은 한국에 노키즈존이 도입된 결정적인 계기로 2012년 2월 발생했던 푸드코트 화상 사건에 주목했다. 당시 한 여성이 서울 광화문의 한 서점 식당가에서 아들과 식사하다가 자신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종업원이 아이의 얼굴에 뜨거운 국물을 쏟고 별다른 조치 없이 사라졌다며 맹비난하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게재해 순식간에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50대 종업원은 소셜미디어에서 ‘된장국물녀’로 불리며 비난 받았지만, 얼마 후 아이가 식당에서 마구 뛰어다니다 종업원에게 부딪힌 후 국물을 뒤집어쓰고 다시 어디론가 달려가는 모습이 담긴 CCTV가 공개되며 여론이 반전됐다.

아이 행동을 책임지고 제어하지 못한 어머니를 향해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고, 이후 부모의 자녀 훈육 책임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노키즈존이 카페뿐만 아니라 식당과 다른 사업장으로까지 번져가게 됐다는 분석이다.

CNN은 2021년 11월 한국리서치가 시행한 여론조사를 인용했다. 당시 ‘사업주가 행사하는 정당한 권리이자 다른 손님에 대한 배려’라는 이유로 노키즈존 운영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응답이 71%에 달할 정도가 됐다. ‘허용할 수 없다’는 비율은 17%에 그쳤다.

매체는 자녀를 둔 부모들조차 노키즈존에 찬성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두 살배기 아들을 둔 이모씨는 “아이랑 외출할 때 종종 눈살이 찌푸려지는 상황을 보게 된다”며 “공공시설과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들의 행동을 관리하지 않는 부모가 많이 있는만큼 노키즈존이 왜 있는지 이해할만한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키즈존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부모도 많았다. 김모씨는 “가게에 노골적으로 ‘노키즈’ 간판이 붙어있는 것을 보면 공격당하는 느낌이 든다”며 “한국에는 ‘맘충’같은 말이 있을 정도로 엄마들에 대한 혐오가 있고, 노키즈존이 이런 정서를 정당화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CNN은 출입제한 대상이 어린이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노틴에이저존’(10대 출입금지), ‘노시니어존’(노년), ‘노아재존’(중년) 등 연령에 따른 금지구역 설정은 물론 ‘노래퍼존’, ‘노유튜버존, ’노프로페서존‘(교수) 등 특정 직역의 사람들까지 배제하는 공간마저 등장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의 한국 전문가 보니 틸란드 교수는 “한국의 20대와 30대는 개인적 공간에 대한 개념이 강한 경향이 있다”며 “이들은 갈수록 시끄러운 아이들과 노인들을 못 견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틸란드 교수는 “이런 마음가짐은 공공장소에서 자신과 다른 그 누구도 포용하지 못하는 편협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모두에게 ’각자의 위치‘가 있다는 뿌리 깊은 태도가, 엄마와 아이들은 바깥 공공장소가 아닌 집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야말로 젊은 여성들로 하여금 아이를 갖는 것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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