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국은 '베트남' 아니라 '비엣남'

베트남 표기는 국어기본법 위반
일본식 표현서 유래됐다면 바로잡아야
  • 등록 2019-02-26 오후 2:30:00

    수정 2019-02-26 오후 4:33:11

지난 25일 베트남 하노이 영빈관 인근 도로에 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알리는 입간판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엄경천 법무법인 현재 변호사] 27~28일 하노이(Hanoi, Hà Nội)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된다. 회담이 개최되는 나라는 영어 표기로는 ‘Vietnam’이고, 현지 표기로는 ‘Việt Nam’이다.

이 나라의 이름을 우리나라의 법령에 맞게 표기하면 어떤 게 맞을까. 과거에는 Việt Nam의 한자 표기 ‘越南’을 우리 식으로 읽어서 ‘월남’이라고 했고 흔히 ‘베트남’이라고 표기한다. 베트남이라는 표기는 과연 맞을까. 법률가로서 우리나라 법령에 맞는 표기인지 검토해 본다.

국어기본법은 2005년 1월 27일 법률 제7368호로 제정됐고 현행 법률은 2017년 3월 21일 법률 제14625호로 개정된 것이다. 국어기본법 제3조 3호는 ‘국어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제정한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 표준 발음법, 외래어 표기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등 국어 사용에 필요한 규범’을 어문 규범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련된 것이 ‘외래어 표기법’(문화체육관광부 고시 제2017-14호)이다.

외래어 표기법 ‘제2장 표기일람표’에 의하면, Việt Nam의 자음 ‘V’는 모음 앞에서는 ‘ㅂ’으로 표기하고 이중모음 ‘iệ’는 ‘이에’로 표기하며 자음 ‘t’는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ㅅ’으로 표기한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에 의하면 Việt Nam은 “비엣남”이라고 적어야 옳다.

그런데 외래어 표기법 자체에서 스스로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 외래어 표기법 제2장에서 ‘베트남어 자모’, 제3장에서도 ‘베트남어’라고 적고 있기 때문이다.

외래어 표기법 ‘제1장 표기의 원칙’ 중 제5항은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Việt Nam을 비엣남이 아니라 베트남이라고 따로 정한다는 용례를 아직 찾지 못했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서 Việt Nam으로 검색을 하면 아무런 자료가 없다. Vietnam으로 검색을 하면 ‘한글 표기 : 베트남, 원어 표기 : Vietnam, 국명/언어명 : 베트남, 관련 표기 : 베트남(O), 배트남(X), 비엣남(X), 의미 :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 반도에 있는 나라’라는 것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원어 표기가 Việt Nam이 아닌 Vietnam이라고 하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Vietnam은 영어 표기이고 현지 표기는 Việt Nam이기 때문이다.

외래어 표기법 ‘제2장 표기 일람표’ 중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대조표’에 의하면, 영어 표기 Vietnam은 V는 모음 앞에서 ‘ㅂ’으로, ie는 ‘이에’로 t는 자음 앞 또는 어말에서 ‘ㅅ’ 또는 ‘트’로 표기한다. Vietnam은 ‘비엣남’ 또는 ‘비에트남’이라고 표기할 수 있다.

그런데 나라 이름을 제외하곤 Viet은 민족 이름(비엣족), 도시 이름(비엣찌, Việt Tri), 사람 이름(응우옌비엣타인, Viet Thanh Nguyen)을 표기할 때 모두 ‘비엣’으로 표기하지 ‘비에트’라고 표기하지 않는다. 오직 나라 이름만 비엣남이라고 하지 않고 베트남이라고 할 아무런 이유와 근거도 없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Việt Nam의 영어 표기 Vietnam을 일본어로 ‘ベトナム’(베또나무, 베또남)으로 적는다는 것일 수 있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다.

‘이미 굳어진 외래어’이기 때문에 ‘관용을 존중’해야 한다고 억지를 쓸 일이 아니다. TV 또는 텔레비전이 익숙하다는 이유로 ‘테레비’를 표준어 또는 바른 외래어 표기라고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뉴스에 의하면 현재 하노이에는 회담 당사국인 북한식 표현으로 “조선-미국 하노이 수뇌 상봉, 윁남”이라고 적힌 펼침막이 보인다. 북한에서는 비엣남(Việt Nam 越南, 월남)을 “윁남”이라고 표기하는가 보다.

베트남보다 윁남이 더 현지 발음에 가까운 것 같다. 대한민국의 국어기본법과 어문 규정(외래어 표기법) 원칙에 맞게 비엣남이라고 표기해야 한다.

며칠 후면 3.1절이다. 지금이라도 비엣남이라고 바꿔 불러야 한다. 일본의 식민지배가 남북분단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도 깊이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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