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 이른바 ‘위드 코로나’ 시행 첫날. 재택근무가 끝난 직장인들로 출퇴근길이 오랜만에 북적였다. 서울 도심 직장가와 대학가는 최근 수개월간 보기 힘들었던 인파들로 붐볐다. 수도권 기준 2~3개월 전에는 4명, 지난달 6~8명까지만 가능했던 사적 모임 숫자가 10명(비수도권 12명)까지 허용되면서 식당에는 단체 손님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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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첫날 ‘재택 끝’ 출근길…식당가 ‘인산인해’
경영컨설팅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이모(28)씨는 “격일로 재택근무를 하다 매일 출근하게 됐다”며 “평소에 앉아서 대중교통을 이용했지만, 오늘은 서서 갔다. 출근길 대중교통에 확실히 사람이 많아져 좀 어색하다”고 언급했다. 사무실 근무 인원의 절반이 돌아가면서 재택근무를 해왔다는 금융업 종사자 20대 A씨도 “도로에 차가 확실히 많아져서 막히지 않던 구간도 버스가 막혔다”며 “일 처리를 빨리하기 위해 출근도 나쁘지 않지만 벌써 출·퇴근길 교통체증이 걱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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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기업들이 운영하는 패밀리 레스토랑과 뷔페형 식당에도 식사와 함께 담소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개별 매장에서 다시 10명 이하 단체 예약 접수를 시작하면서 점심 회식 예약이 부쩍 늘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연말까지 각종 모임을 위해 매장 방문이 지속적으로 늘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철저한 방역 관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가는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다. 이날 오전 8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캠퍼스.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버스정류장 앞에는 학생들이 긴 줄을 선 채 교내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 앞에서 만난 한 학생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강의실에서 함께 수업을 들을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고 말했다.
대학가 주변 상권도 활기를 띠었다. 서울 동작구 중앙대 인근 스타벅스는 ‘과잠(대학·학과 등을 표기한 점퍼)’을 입은 대학생들로 꽉 차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학교 주변 식당과 카페, 노래방, 호프집들 역시 곳곳마다 학생들로 넘쳤다. 새내기 장모씨는 “20학번과 21학번은 ‘코로나 학번’이라고 할 정도로 그 동안 학교에 거의 가본 적이 없었는데 늦게나마 캠퍼스 생활을 시작하게 돼 설렌다”며 “동기들과 학교 근처 맛집부터 섭렵할 예정”이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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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중 절반 정도는 ‘재택근무 종료’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플랫폼 잡코리아가 직장인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4.8%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일과 휴식의 경계가 분명해질 것 같아서’(58.0%)라는 답이 가장 많았고 ‘회의 등 대면 업무를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어서’(47.5%), ‘정신적으로 게을러지고 나태해진 것 같아서’(26.0%)가 뒤를 이었다.
식당가와 자영업자들은 활기를 찾았지만 직장인 중에는 벌써부터 ‘회식 재개’ 움직임을 경계하는 이들도 많았다. 김씨는 “아직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는데 1~2주 정도 분위기를 살핀 다음 출근해도 되지 않나 싶다”면서 “회사에서 오랜만에 회식하자는 분위기가 일고 있는데 조심스러운 사회적 분위기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