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시아, 자국 백신 팔려고…美·유럽 백신에 음모론 유포”

“러 정보당국 연계 4개 매체, 화이자 백신 관련 허위사실 유포”
‘스푸트니크V’ 앞세워 글로벌 영향력 확대 의도 분석
러 "오히려 美 매체가 러시아 백신 깎아내려" 반박
  • 등록 2021-03-08 오후 4:18:36

    수정 2021-03-08 오후 4:18:36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가 자국산 코로나19 백신을 앞세워 외교전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유럽 기업들의 백신을 깎아내리거나 허위 정보를 퍼뜨렸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미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산하 해외 여론공작 대응 부서인 글로벌인게이지먼트센터(GEC) 관계자를 인용, 러시아 정보당국과 연관된 4개 매체에서 화이자를 비롯한 미국 및 유럽 백신에 대한 근거 없는 정보들이 유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및 유럽산 백신과 관련해 부작용과 안전성을 의심하는 부정적 뉴스가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GEC가 꼽은 4개 매체는 △뉴 이스턴 아웃룩 △오리엔탈 리뷰 △뉴스 프론트 △레벨 인사이드 등이다. GEC는 러시아 정부가 과거에도 이들 4개 매체를 활용해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고 전했다. GEC는 “4개 매체의 방문자 수는 많지 않지만 다른 매체들을 통해 잘못된 정보가 확대 재생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 프론트는 지난 1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얼굴 근육이 마비될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뉴 이스턴 아웃룩은 화이자 백신의 개발 기술인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이 “급진적 실험 기술”이라며 “실험용 백신을 몸에 서둘러 넣게 하는 것은 생명을 잃게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 1월에는 미국이 전염병을 발생시킬 수 있는 생물학 연구소를 전 세게에서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싣었다.

반대로 러시아 백신에 대한 효능을 과대포장하는 내용이 러시아 국영TV 등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주로 서방 국가 전문가들이 러시아 백신인 스푸트니크V의 효능을 칭찬하는 내용이다.

GEC에 따르면 뉴 이스턴 아웃룩과 오리엔탈 리뷰는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등의 기관과 연계돼 있으며, 두 매체의 주요 독자층은 중동과 아시아, 아프리카에 분포돼 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해 8월 뉴 이스턴 아웃룩을 러시아 정부 지원을 받는 단체로 분류했다.

뉴스 프론트는 러시아 국가보안위원회(KGB)를 계승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지시를 받고 있다. 크림반도에 본사를 두고 10개 언어로 번역한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2~4월 방문자 수는 900만명 수준이다. 레벨 인사이드는 러시아 군사정보국(GRU)의 통제를 받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들 매체가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계돼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다양한 기관이 공동으로 평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4개 매체가 선전과 선동, 거짓 정보 유포한 사실과 관련, 러시아 정보당국에 책임이 있다”며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될 무렵부터 러시아가 허위 정보를 개발·유포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맞고 있다. (사진=AFP)
러시아가 이처럼 미국 및 유럽산 백신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폄하하는 이유는 스푸트니크V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마켓워치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글로벌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스푸트니크V를 활용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마켓워치는 “지난해 8월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을 개발했다는 소식에도 검사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회의론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약 6개월이 지난 현재 세계 각지에서 스푸트니크V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백신을 앞세워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백신을 주문하는 국가들이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옛 소련연방 및 중동 국가들에 집중돼 있는 점에서 러시아 정보당국의 여론전이 어느 정도 먹혀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1월 스푸트니크V를 공개 접종한데 이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이날 같은 백신을 맞았다. 체코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백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조지타운 법학대학의 로렌스 고스틴 교수는 “푸틴 대통령은 백신을 이용해 러시아의 과학적, 기술적 능력에 대한 매우 변색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며 “그는 러시아가 영향력을 확보하고 싶어하는 지역에서 전략적 목적으로 백신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국가 및 지역 등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백신의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불안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WSJ와의 통화에서 이러한 주장에 대해 “러시아 정보기관은 백신에 대한 어떤 비판과도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미 정보기관이 오히려 영문 매체 등을 통해 스푸트니크Ⅴ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 및 러시아산 백신 사용을 늘리면 글로벌 백신 공급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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