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호 농심 회장, 맏형 빈소·영결식 불참…“끝내 화해 못해”

본인 직접 방문하는 대신 두 아들 보내 조문
막내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19일 빈소 찾아
신동주·동빈 형제, 아버지 신격호 앞에 아들로 재회
  • 등록 2020-01-22 오후 3:13:11

    수정 2020-01-22 오후 3:39:51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롯데그룹 창업주이자 재계 마지막 1세대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례식이 22일 영결식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지만 동생인 신춘호 농심 회장은 끝내 형을 찾지 않았다.

지난 19일 신 명예회장이 숙환으로 타계한 뒤 경영권 분쟁과 법정 소송 등으로 얽힌 범롯데가(家)의 가족 관계가 화해 분위기로 접어들지에 관심이 쏠렸다.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고인의 빈소에서 재회했지만, 신춘호 농심 회장은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나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영결식 등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고 신격호(왼쪽)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신춘호 농심 회장. (사진=각사)
‘라면 사업’ 놓고 의절한 형제, 다시 만나지 못해

롯데그룹은 신 명예회장을 시작으로 1·2세대에 걸쳐 형제간 갈등을 빚어왔다. 10남매(5남 5녀) 중 신 명예회장이 장남, 신춘호 회장과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각각 3남·5남이다. 신 명예회장이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서로 도우며 함께 기업을 키워갔지만, 한일협정 이후 국내로 사업을 넓히는 과정에서 우애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특히 신춘호 회장은 신 명예회장과 라면사업을 두고 갈등을 벌인 끝에 ‘농심’을 만들었다. 지난 1962년 일본 롯데 이사를 지내는 등 신 명예회장과 함께 일하던 신춘호 회장은 1965년 귀국해 농심의 전신인 롯데공업을 설립했다. 당시 신 명예회장은 라면 사업에 반대했지만 신춘호 회장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결국 신 명예회장은 ‘롯데’라는 사명을 쓰지 못하도록 했고, 롯데공업은 1978년 농심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형제는 의절했고, 신 명예회장이 주최하는 가족행사나 신춘호 회장 고희연에도 서로 찾지 않았다.

막내인 신준호 회장 역시 신 명예회장의 신임을 받는 동생이었지만 1996년 부동산 문제로 사이가 틀어졌다. 신 명예회장이 신준호 회장 명의로 돌려놓았던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부지에 대한 소유권을 놓고 이견이 벌어졌다. 형제의 싸움은 법정소송까지 이어졌고, 결국 신 명예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이후 그룹의 요직에서 밀려난 신준호 회장은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할한 롯데우유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룹 차원에서 역시 롯데라는 사명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자 2009년 푸르밀로 사명을 바꾸게 된다.

신 명예회장의 타계 당일인 19일 신준호 회장은 여동생인 신정숙씨 내외와 병원을 찾아 초례(장례를 시작하고 고인을 모시는 의식)를 치르고 빈소를 지켰다. 하지만 신춘호 회장은 직접 방문하지 않고 아들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을 대신 보냈다.

일각에서는 신춘호 회장이 거동이 불편해 참석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장례 기간 내내 농심 본사로 출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끝내 형제간의 사이가 완전히 봉합되지 못한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농심 회장님은 몸이 좋지 않으셔서 자제분들이 상가에 조문 오신 것으로 안다”면서 “일부 매체에서 (신춘호) 회장님 주재로 가족들이 모두 모였다는 기사가 났지만 그룹에서 확인한 바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발인식 참석한 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신동주·동빈 형제 재회…“아버지 마지막 길 나란히 지켜”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분쟁하던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 역시 아버지인 신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사이가 소원했다. 하지만 신 명예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아들’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신 명예회장이 세상을 등진 19일 밤, 일본 출장 중이던 신 회장이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신 전 부회장도 부인과 함께 병원을 찾으면서 영결식까지 함께 아버지 곁을 지켰다. 지난 2018년 10월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국정농단·경영비리 재판 2심 선고 때 마주친 이후 1년3개월 만의 재회였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30여 명의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만난 두 형제간의 오랜 갈등이 재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신 회장이 지난해 6월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총에서 주요 주주들의 지지를 받으며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는 등 그룹 내 입지를 굳혔고, 국내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등 경영권도 재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 명예회장의 지분이 어느 한 쪽에 상속되어도 롯데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이기 때문에 2세들 간의 다툼이 격화할 가능성은 낮다. 2019년 3월 기준 롯데지주 보통주 지분율은 신 명예회장이 3.1%로,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2.2%)이나 신 전 부회장(0.2%) 쪽에 상속된다고 해도 신동빈 회장(11.7%)의 지분율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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