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VS "금안보고서 '정부 정책 평가' 강화"

한은·금융학회 공동 정책심포지엄 개최
신관호 교수 "거시건전성 정책 금융당국이 독점"
신인석 전 금통위원 "한은이 가져간들 별 수 없어"
금융기관 유동성 공급망 확대 '긍정 평가' 많아
"꼭 비은행까지 지원해야 되나, 최종대부자 역할에 한정해야"
  • 등록 2023-10-05 오후 6:08:51

    수정 2023-10-05 오후 6:08:51

한국은행 전경(사진=한은)
[이데일리 최정희 유준하 기자] 5일 서울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한은·한국금융학회 공동 정책 심포지엄’에서는 대다수 전문가들이 한은이 7월말 발표한 금융기관에 대한 유동성 공급망 확대 방안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는 사후적 금융안정 방안에 해당돼 한은의 사전적 금융안정 강화 방안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사전적 금융안정을 위한 대표 정책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거시건전성 정책이다.

“한은, 거시건전성 정책 수립에 목소리내야”

이날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맡은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법 개정에 따라 한은 목적조항에 금융안정을 포함시켰지만 금융안정을 위한 정책 수행 과정에서 한은의 참여가 제한적”이라며 “‘거시건전성 정책’을 금융당국이 독점하고 있어 거시건전성 정책 수립 과정에 한은의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DSR,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의 규제에 대한 결정에 한은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신인석 중앙대 경영대학원장 겸 전 금통위원은 한은의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해 사전적 금융안정을 도모하는 것에 대해 동의했으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했다. 신 전 금통위원은 “금융당국의 목적 자체가 ‘금융안정’임에도 왜 이를 달성하지 못했냐는 살펴보면 금융안정이 경기 및 부동산 안정 등의 우선 순위 상위 정책에서 밀리기 때문”이라며 “한은이 거시건전성 정책을 가져간다고 해서 달라질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전 위원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금융안정보고서’의 평가 기능과 위상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은법을 개정해 ‘금융안정’을 한은 목적 조항에 추가할 때 명시적으로 부여된 새로운 업무는 정기적으로 금융안정상황 평가보고서를 작성, 국회에 보고하라는 것인데 이 평가의 범위에 금융안정상황과 연관된 정부 정책 등 모든 원인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경제정책을 금융안정 관점에서 감시하는 기능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법에 있으니 한은이 적극적인 태도로 업무 자세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부동산, 경기 부양 등) 우선 순위 상위정책이 금융당국이 추구해야 할 정책인지 의문”이라며 “하지 말아야 하는 정책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등의 회의가 활성화된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는데 실무 단계에 있는 사람들도 참여해 거시건전성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동성 공급 긍정적, 실효성 제고 필요”

한편 전문가들은 한은이 금융기관 유동성 공급시 적격담보채권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 전 위원은 “한은법에 금융안정이 추가될 때 64조1항2호에 따라 금통위원이 적격담보범위 설정 재량권을 갖게 됐다”며 “적격담보채권 범위가 확대된 것이 지체됐지만 환영한다. 계속 진전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적격담보 범위 확대가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을 물어보기 위해 시중은행 5개 임원한테 일일이 전화로 물어봤다”며 “디지털 뱅크런 현상에 따른 긴급자금 조달 여력이 증대되고 이를 은행의 자체 정상화 계획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및 가계 대출채권을 담보로 확장할 경우 뱅크런 대응 능력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회사채 반영 비중이 크지 않아 좀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적격담보채권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보다 금융기관이 가장 많이 들고 있을 ‘국고채’의 담보인정 비율을 높이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축은행 등 비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은 종류가 많지 않고 사실 국채 등 가장 안전한 자산을 들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적격담보범위를 확대하기보다는 보유하고 있는 국채의 담보인정비율을 높여주는 게 더 낫다”고 설명했다.

또 한은이 금융안정을 강화하겠다는 약속(commitment)의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선임연구위원은 “사실 금융기관이 회생할지, 파산할지에 대해 뚜렷한 구별이 어려운 상황에서 유사시 중앙은행의 역할이 수행되는 환경은 금융안정망에 참여하는 기관과의 유기적 협력에서 시행될 수밖에 없다”며 “산업은행 관련 조항에는 중앙은행 자금을 받을 경우 금융위원회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은법 80조에 따르면 자금을 지원할 수 있지만 80조 3항에 따르면 관련 여신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며 “신속한 조치를 위해선 한은이 사전적으로 금융당국과 어떻게 정보를 교환할지에 대해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은이 유동성 공급망을 확충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나왔다. 중앙은행의 최종 대부자 역할을 남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동범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에서 나온 연구를 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비은행 등에 대해 기업어음(CP) 등도 매입하겠다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섰고 ECB는 그렇지 않았는데도 기존 루트를 통해 은행에서 비은행으로 자금이 잘 흘러갔다는 내용”이라며 “중앙은행이 개입하는 것은 최종 수단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시스템에서도 은행을 통한 대출을 통해서 비은행으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는 상황인지, 못 가는 상황인지를 사전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비은행이 중앙은행과의 접근성이 없으면 큰 일 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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